알라딘 서재 10년 역사상 최초.
알라딘에서 리뷰 공모를 하기에 기웃거렸더니 1등 상금이 50만 원'이기에 혹해서 리뷰를 작성했다. 가지고 싶은 전집이 있기 때문이다. 청하에서 나온 니체 전집은 낱개로 구매해서 거의 다 모았는데 번역이 " 궁서체 스타일 " 이어서, 명조체-스러운 책세상 판 니체 전집'을 살까 고민 중이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 거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뽑히면 그 돈으로 니체 전집과 밀란쿤데라 전집을 사야겠다. 내 책장에 꽂힌 니체와 쿤데라는 모두 이웃들에게 나누어주겠다. 누구는 이 글을 읽고 콧방귀를 뀔 것이 분명하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천성이 급하다. 컵라면을 3분 후에 먹은 기억이 단 한 번도 없다. 자판기 커피를 뽑을 때는 종이컵이 내려와 커피를 담기 전에 미리 종이컵만 꺼낸 적도 있다. " 어라 ?! 왜 커피가 없지. " 페이퍼에 올리는 글도 마찬가지다. 다 완성하고 나면 < 등록하기 > 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쓰고 있는 중에 < 등록하기 > 버튼을 누른 후 쓰다 만 글을 완성한다. 나란 인간, 그런 인간.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놈. 그래서 준비했다. 알라딘 리뷰 대회 1등하면 예의상 감사의 말'을 작성해야 하지 않을까 ? 그래서 쓴다, 미리 !
감사의 변
곰곰생각하는발
( 아,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쓰리 강냉이. 아아. ) 가문의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족의 영광은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몇몇 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특히 이명박 각하'에게 이 영광을 드립니다. 당신이 만든 세상이 하도 개떡같고 재미없어서 책만 읽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상금의 절반은 당신 몫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다면 연락주십시요. 각하 ! 제가 받은 상금에서 절반을 당신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테니스만 치지 말고 책 좀 읽으세요. 감사합니다. 다, 각하 덕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선되지도 않은 응모작에 대한 당선 소감문도 작성했는데, 출간된 적이 없는 서평집에 대한 서평 또한 작성하지 말란 법 없지 않은가 ? 그래서 준비했다. 1년 후에 나올 내 서평집에 대한 리뷰를 미리 작성한다. 알라딘 서재 10년 역사상 최초이지 싶다. 나란 인간, 그런 인간.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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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니깐 됐고 !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가정에서 이 글을 쓴다. 우선 곰곰발 소사'를 간략하게 기술하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사실 소사라 할 것도 없다. 하도 꾀죄죄한 인간이라 길게 나열한 것도 없다. 일단 그는 치질로 고생을 했다, 하는 일마다 새 됐다, 십 원짜리라는 욕도 먹었다. 그의 인터뷰를 따오자면 " 하도 십 원짜리라는 욕을 먹어서 백 원짜리 욕도 먹고 싶더라고요. " 그는 현재 인왕시장에서 어수선'이라는 생선 가게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생선 장수'다. 일하는 틈틈이 페이퍼를 작성했다고 하니 그의 글에서 비릿한 맛을 찾아내는 것 또한 재미이리라. 그는 학창시절 공부를 못해서 상이라고는 알라딘 리뷰 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상금의 반은 이명박 씨'에게 헌납해서 뇌물죄로 구류 18일을 살았다. 그리고 서평집 < 서평 따위 개나 줘라 > 라는 책을 출간했다. 다락방의 < 소설 공감 > 은 13쇄를 찍었으나 그의 책은 현재 48를 찍었다. 오해하지 마시라. 48쇄가 아니라 48부 나갔다고 한다. 끗 !
아는 사람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범성론자'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 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기차는 페니스'다. 참 많은 욕을 먹지만 사실 그의 잘못이 아니다. 기차를 남근이라고 말한 사람은 프로이트였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섣불리 그의 글이 천박하다고 손가락질하기에는 문장이 매우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는 스스로를 색기 있는 풍각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심중에는 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일 될까, 라는 질문에 < 물 > 대신 < 봄 > 이 온다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곰곰생각하는발'이다. 그는 문정희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시령을 넘다가 고속버스에 갇힌 적이 있다. 3월 진눈깨비가 내리는, 안개 주의보가 발령난 날'이었다. 어디선가 교통 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붉은 색 야광봉이 짙은 운무 속에서 반짝 반짝. 버스에서 내려 오줌을 누었다. 출가를 꿈꾼 적 있다. 어릴 때 닮고 싶은 위인이 누구냐는 말에 항상 원효대사'라고 답하고는 했다. 홍길동처럼 요술을 부리잖아요 ! 나는 27년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남자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접었다. 애인의 젖가슴이 너무 예뻐서 접기로 했다. 봉봉 오렌지 쥬스 속 알갱이처럼 톡톡 터지는, 한 세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젖가슴을 탐했다. 여름에는 촉촉한 검은 동굴 속에 숨어서 아예 나오질 않았다. 문어처럼 다리만 삐쭉 내밀고는 여자가 흘리는 눈물을 잡아먹었다. 아, 동굴에 갇혔다.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마다 나는 늘 내가 광부'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여자는 동굴이고 나는 광부였다. 여자의 몸속은 더웠다. 깊이 들어갈수록 숨이 막히고 땀은 등골을 타고 또르르 내려와 아랫 골에 고였다. 섹스는 끝이 막힌 굴'에서 시커먼 석탄을 캐는 일. 오, 오오 눈부신 고립. 아, 아아. 내가 곡갱이질을 할 때마다 동굴은 아아, 소리를 냈다. 신기한 일이다. 동굴은 어떻게 해서 인간의 언어를 배웠을까 ? 모를 일이다.
- 147, 섹스는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일이다 부분 발췌
그는 " 섹스 " 를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일'에 비유한다. < 그 > 다운 문장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일이라고 말한다. 깊이 들어갈수록 숨이 막히고, 땀이 나니 절묘한 비유'다. 남녀가 갈 때까지 가는 곳이 바로 섹스요, 막장이다.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일까 ? 심금을 울리는 글, 정직한 글,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여진 글, 기타 등등. 곰곰생각하는발에게 있어서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은 < 심금을울리는글'> 보다는 < 능글' >에 있다. 그의 글은 " 능글 " 이다. 그러므로 그는 문청(문학청년)이 아니라 능청'이다. 사실 능글'은 과하면 느끼하고 부족하면 썰렁하게 된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내공을 선보일 때 아름다운 능글'이 된다. 다음 글은 능글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할 말 안 할 말 가려 하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만연체'로 쓰여진 문장을 읽으면 짜증이 난다. 플로베르나 프르스트 정도의 레베루'가 되어야지 할 말 안 할 말 가려 하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만연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지, 어설픈 잔재주를 가진 사람이 할 말 안 할 말 가려 하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만연체를 다루면 문장이 지저분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평론가 ○○○'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 아라비아의 로렌스 > 를 보고 나서 감읍하야 두 달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낙타'만 그렸다는 수줍은 고백은 시네필로서의 운명'을 보여준 일화'라 할 만하다. 두 달 동안 낙타만 그렸다니, 대, 다, 나, 다 ! 할 말은 과천 경마장 번식장으로 보내고 안 할 말은 제주도 목장으로 보내라.
- 201, 할 말 안 할 말
어찌 되었든 나는 괄약근마저 없는 인간이었다. 류근이 유근( 有筋 : 힘줄 근 ) 이라면, 나는 괄약근도 망가지고 거시기도 부실하니 무근( 無筋 : 힘줄 근 )이면서 동시에 무근( 無根 : 뿌리 근 )이었다. 시바, 뒷방 늙은이처럼 이게 무슨 지랄병인가. 의사 선생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인간에게 꼬리'가 달렸다면 치질로 인한 질병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 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꼬리 근육을 열심히 움직이면 당연히 괄약근 운동에 도움을 주어서 치핵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불행은 없었을 것이 아닌가. 마초와 꼰대'는 < 쪽 > 을 중요시한다. 양심은 팔아도 쪽 팔린 건 못 참는 부류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쪽 팔리면 하와이 간다. 그들에게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 어두육미 > 다. " 성님, 그래도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지라, 잉. " 힘을 숭배하는 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이 바로 대가리 찬양‘이다.
- 232, 힘줄과 고독
그는 < 할 말 안 할 말 > 이라는 글에서 정성일의 허세와 신형철의 득세'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연속적으로 1음절 단어를 배치해서 띄어쓰기를 한 것은 의도적으로 보인다. 이 연속성에는 묘한 리듬감이 있다. 경지에 오른 듯한 느낌이 드는 문장이다. 너무 과열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 그는 느닷없이 라고 " 할 말은 과천 경마장 번식장으로 보내고 안 할 말은 제주도 목장으로 보내라. " 라고 능글거려서 딱딱한 분위기를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말(語) 을 말(馬)로 환유하는 방식은 고수의 품격이 느껴진다. 대,다,나,다. 그런가 하면 곰곰생각하는발은 자신의 딱한 상황을 스스로 희화화해서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삼는다. 치질에 걸려서 피똥 싼 얘기를 자주한다. 그는 류근 시집 " 상처적 체질 " 에 대한 서평에서 류근을 < 시바 > 와 < 조낸 > 으로 문장을 완성시키는 마초'라고 정의한 후,
이 마초는 신파와 통속에 기대어서 시적 아우라를 획득했다고 평한다. 그리고는 류근'에서 < 근 > 을 힘줄(筋)과 뿌리(根) 라고 설명한다. 마초를 상징하는 단어가 바로 힘줄과 뿌리(남근)이 아니었던가 ? 이 절묘한 말장난은 다음에서 빛을 발한다. 류는 있을 유(有)가 되어 류근이라는 이름은 힘줄과 남근을 모두 가진 존재라고 우긴다. 그러고 나서는 자신(곰곰생각하는발) 을 무근적 존재'라고 소개한다. 인간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근육인 괄약 " 근 "마저 개불처럼 흐물흐물하니 자학조로 내뱉는 말이다. 곰곰생각하는발은 힘줄도 없고 뿌리도 부실하며, 시바.... 괄약근마저 힘을 못 쓰는 것이다. 해학인지 자학인지 모를 넋두리는 읽는 이에게 호탕한 유쾌함을 선사한다. 능글의 절묘한 맛이다. 곰곰생각하는발과 코카콜라는 공통점이 많다. 일단 속이 시커멓다.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곰곰생각하는발은 다크하다.
사실 코카콜라는 달콤한 음료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팹시콜라'가 코카콜라에 비해 달다. 주식회사 팹시는 그 유명한 < 팹시 챌린지 > 라는 블라인드 테스트 광고를 통해 팹시가 코카콜라보다 맛이 좋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소비자들이 팹시를 선택한 이유는 코카콜라 특유의 톡 쏘는 맛 때문이었다. 코카콜라 탄산은 팹시콜라 탄산보다 강해서 혓바닥을 긁는 것 같은 통증을 유발한다. 어떤 이는 이 맛 때문에 코카콜라를 찾지만 다른 이는 이 강한 탄산'이 피라냐가 혓바닥을 물어뜯는 것 같아서 싫어한다. 코카콜라는 매우 거친 맛이다. 곰곰생각하는발 서평도 마찬가지다. 부드럽고, 클래식하며, 고상한 이들은 이 맛이 피라냐가 혓바닥을 물어뜯는 맛이라며 혐오할 것이고, 어떤 이는 그 맛에 읽을 것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나는 피라냐 같은, 내 혓바닥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그 맛에 이 책을 읽는다.
하루 빨리 그의 치질이 완쾌되어서 텅 빈 버스에서 서서 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서 가는 놈, 백 프롭니다 ! 끝으로 거의 뿌리도 완쾌되었으면 한다. 범성론자인 그가, 스스로를 색기 있는 풍각쟁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자의 뿌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동이 중단된 고리 원전과 같다. 하루 빨리 가동되기를 빈다. 원전과 뿌리(남근)의 공통점은 아무 때나 서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멈춰서도 안 된다. 그가 자주 하는 말로 끝을 맺을까 한다. 건투를 빈다, 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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