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희열> 예능을 정주행 하다가 ‘호통 판사‘ 천종호 판사를 알게 되었다. 앞전에 <소년심판>이란 넷플릭스 드라마를 인상 깊게 봤던지라, 혹시? 했더니 역시 드라마의 모델이셨던 분이셨다. 책의 날개 표지에 떡하니 소개되어 있었다.
천종호 판사는 현 시점에서 소년법을 더 엄중하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그래도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진짜 어른다운 어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솔직히 소년법을 엄하게 강화 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지? 헛갈리고, 아직은 반반인 입장이다.
그런데 천종호 판사의 ‘삶의 질곡을 경험해 본 사람이 이것과 저것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고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알 것이다‘라는 말이 왠지 뜨끔하게 읽힌다.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를 선을 그어 놓고, 미리 굴레를 씌워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아직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아이들이긴 한데...
노파심이 생기니...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런데 중범죄보다 생계형 범죄로 인해 재판장에 서는 아이들이 훨씬 많다는 대목은 어쩐지 조금 부끄럽게 만든다.
어떤 것이 맞을까? 천종호 판사님 같은 사람이 많다면, 믿고 따라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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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은 힘을 모으기보다 나누고 갈라치기를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 문제아와 모범생, 위기 청소년과 일반 청소년 등 참 많이도 나누고 벌려 놓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분별은 삶의 질곡을 한 - P55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삶의 질곡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것 저것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고 부서지기쉬운 것인지 알 테니까요.
금희와 은희처럼 비행소년들 중 대다수는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질곡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쁜 선택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소년들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그들의 숨은 가능성을 알아봐 주는 일은 혹독한 겨울을 녹이는 한 줄기 봄기운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지켜본 비행소년 중에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들이 많았습니다. 바람에 휩쓸리는 나뭇잎처럼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돌던 아이들이 작은 도움으로 자리 잡고 또 서서히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은 특별합니다. 순수한 기쁨은 슬픔 뒤에서 천천히 걸어온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지요. 그 아이들의 발돋움이 금희와 은희처럼 좌절하지 않기를, 강하고 부조리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이 땅에 단단히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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