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었는데 글을 읽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대목이었다.

‘요즘 애들‘이란 말 많이 들어보셨나요? 보통 이렇게 시작되는 말에는 칭찬이나 격려보다 부정적인 평가와 우려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안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도 들어 있겠지만, 대부분 ‘요즘 어른들‘의 기우에 불과할 때가 많지요. 그런데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지점이 있습니다.
한 예로, 청소년 폭력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마다요즘 아이들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합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왜저래.‘ 하는 식의 ‘라떼‘ (내가 너희만 할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 P128

뜻) 시리즈부터 ‘저런 애들은 소년원이 아니라 교도소에 보내서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라는 엄벌론에 이르기까지, 비행소년 또는 불특정다수의 청소년을 향한 각양각색의 비난이 쏟아집니다.
물론 어른들의 걱정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닙니다. 요 몇년 사이 일어난 청소년 폭력사건이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인것은 사실이니까요. 소년법 폐지 청원으로 이어질 만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준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사건의 내용을 보면 소년범들에 대한 국민들의 날이 선 감정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10대 여학생들이 했다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참혹한 폭력 현장, 철 없다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몰지각한 아이들의 태도를 보며 아무렇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드러난 사건 몇 개만으로 특정 집단을 겨냥해 이렇다 저렇다 비난하고, 이때다 싶은 마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 그것이 혐오를 동반한 비난일 때는 더욱 그렇지요.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이 터졌을 때, 소년범에 대해서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여론을 지지하기에 앞서 좀 더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 P129

생각합니다. 만일 조직폭력배 4명이 한 시민에게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의 가해자들이 저지른 것과 똑같은 내용의 폭력을 저질렀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그 조직폭력배들에 대해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강연에 가서 수없이 질문을 해 보았지만, 그러한 폭력을 저지른 조직폭력배들에 대해 선고되어야 할 형의 최고치는 징역 10년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들에게 징역 5년형이 적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인들보다 더 관용을 받아야 하고, 조직폭력배보다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적다고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높았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바로 비행소년들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혐오나 혐오주의는 사람들을비이성적인 상태로 이끌어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더큰 사회갈등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그럼 청소년폭력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혐오 대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훌륭한 어부는 물고기를 잡기 전에 그물부터 손질한다고 하지요. 그물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물고기를 손에 넣 - P130

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청소년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해결책을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다시 원래의 문제로 돌아가서, 요즘 10대는 정말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진 걸까요? 그 아이들을 엄벌에 처하면 다수의 선량한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까요?
먼저 24년간 법관으로 일하고 있고 8년간 현장에서 소년사건을 담당했던 제 시각으로 보자면, 요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졌다는 것은 정보화 시대의 과다한 정보 노출에서 비롯된 오해나 편견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 P131

H 같은 피해자를 진정으로 돕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가해자에 대한 혐오를 내뱉으며 엄벌하라고 청원하고 기사에 댓글을 달기만 하면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는부족합니다.
범죄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은 그것 외에도 범죄피해자 구조에 관한 제도를 세밀하게 만들어 피해자들이제도의 불비로 보호망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게 하는 한편,
제도가 미비한 경우 공동체 구성원이 나서서 아픔을 함께나누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이 터졌을 때, 대다수 시민은 가해자들의 엄벌에만 관심을 두었습니다. 피해자의 가정 회복이나 학업 복귀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 - P160

니다. 앞으로는 좀 더 크게 헤아릴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남과 같은 곳만 바라보며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남이 보지 못하는 곳을 살피고, 마음을 열고 작은 도움의 손길이라도 베푸는 참다운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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