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것을 보았어요 몸과 마음을 키워주는 그림책 3
마거릿 홈스 지음, 유미숙 옮김, 캐리 필로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길을 가다가 혹은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폭력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라면 그장면이 오랫동안 뇌리속에 깊게 박혀 잘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겪은 일들 중 가장 충격적인 일을 예로 들자면 작년 시어머님이 운명하시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어 내겐 그일이 가장 충격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그장면들이 잊혀지지가 않아 많이 괴로웠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다보니 조금은 덤덤해졌지만 그래도 그때 그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떠오른다.

 성인인 나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여 한동안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여 혼자서 많이 힘들었는데..어린아이들이 충격적인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다면 그충격과 놀라움이 얼마나 크게 다가올지 가히 가늠할 수가 없다.아마도 아이들은 그기억들을 속에 담아두고서 평생 무거운 짊을 지고 가듯 살아갈 것이다.

 이책은 아이들이 생각지도 않게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여 혼자서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독서 치료용 그림책이다.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너구리인 담담이가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여 충격을 받았으나 담담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이것을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된다라고 결정을 내려 혼자서 해결하려한다.하지만 속에 담아두고서 혼자서 끙끙 앓고 있으니 되려 담담이는 마음의 병을 얻어 매사에 무기력해지고 만다. 실제로 밥맛도 떨어지고 심지어 복통을 앓기도 한다. 그러다 견디다 못한 담담이는 상담 선생님인 단풍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된다.
책의 내용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아주 간결하면서 편안하다.

 현재 끔찍한 것을 목격하여 괴로워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책이 큰활용이 되겠지만 내생각에는 끔찍한 일을 겪지 않은 아이들도 미리 읽어두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하여 무서운 이야기들이 줄기차게 뉴스나 신문에 올라오고 있다. 부모입장에서 끔찍한 소식들을 접할때면 간이 콩알만해지곤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의 일이겠거니 싶었는데..아이들이 자라면서 내품에서 떨어져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불안감이 자꾸 커진다.
그래서 내아이에게 이책을 읽어주면서 혹시 너도 끔찍한 것을 보았다면 고민하지말고 꼭 엄마,아빠한테 미리 말하렴! 하고 일러주었다. 이렇게 미리 겁을 주면서 일러주는 것이 잘하는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를일이기에 미리 예방을 하고 싶어진다.

 또한 아이들에게 미리 이런 책을 읽혀주면서 이럴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일러준다면 자기자신을 보호할 수 있음과 동시에 옆의 친구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관심을 가짐으로 친구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책은 여러모로 활용성이 아주 큰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책도 독서 치료 프로그램 시리즈 중 한 권으로서 책의 맨 마지막장에는 부모님과 보호자를 위한 도움말이 상세하게 나와있다.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아이들의 심리적 상태의 변화와 그것을 부모로써 마음을 다스려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다.책을 읽어주는 부모들은 이마지막장을 꼭 읽어두고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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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1-29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면서 아이들이 그저 행복하게 즐겁게 컸으면 하지만 그건 그저 부모의 바램일뿐이잖아요. 유용한 책일 것 같네요. 저도 예방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읽혀주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07-01-29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바람대로 아이들이 자란다면 아이들은 끔찍한 기억이 아닌 좋은 기억만 가지고 성장할 수 있을텐데...세상일이란 것이.....ㅡ.ㅡ;;
예방주사를 맞듯이 저도 가끔씩 읽어줄꺼에요..^^

파란 2009-02-23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서치료프로그램에서 보았는데 그새 번역이 되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다른 책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6
마사 알렉산더 지음, 서남희 옮김 / 보림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그림책은 글이 간략해서 제법 어린 아가들에게 읽혀도 무방할 듯 보이지만 나는 굳이 4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권하고픈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4세 정도 또는 그이상의 아이들이라면 자신의 생각도 또박또박 말을 할줄 알게 되고, 대부분 동생이 있거나 아니면 동생이 곧 태어날 시기의 아이들이 많을 그런 나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이책의 연령대를 굳이 두자면 동생이 태어나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이거나 동생이 곧 태어날 그래서 동생을 기다리고 있는 큰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우리집 큰아이는 현재 여섯 살이다.그리고 녀석에겐 두 살 된 쌍둥이 동생이 있다.큰아이는 작년 다섯 살경에 동생들이 생겼고, 네 살경에 책의 표지 그림과 같은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들을 마주보는 상황을 맞았다.아이를 낳기전에 큰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그림책을 몇 권 읽혀준 기억이 있는데 그 중 "잘했어 베니"란 그림책이 가장 인상 깊었었다.그책을 아이가 가장 좋아하여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나서는 녀석은 훗날 동생이 태어나면 자기도 직접 우유도 주고, 공갈 젖꼭지를 물려 주고, 같이 놀아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었다. 물론 나 또한 베니의 엄마에게서 감동을 받고서 둘째들을 낳더라도 절대 큰아이에게 마음의 상처 주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며 큰아이에게 더 잘해주겠다고 맹세했었다.

 허나....막상 출산을 하고보니 그맹세들은 그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큰아이도 병원에서 데려온 쌍둥이 동생들을 보고서 너무나도 흥분하여 "엄마! 동생이 둘이라서 너무 좋아요".."엄마! 동생들이 너무 예뻐요".."엄마! 동생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등등 이말들을 계속 반복했었다.저리도 동생이 생긴 것을 좋아하다니~~ 그저 신기하게 쳐다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헌데 시간이 갈수록 큰아이의 동생이 생겨서 좋아요~~ 란 말은 더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아기가 하나가 아닌 둘이 되다보니 줄곧 아가들한테만 매달려 있고, 큰아이에게 잠깐 짬을 내어 책을 읽어주거나, 같이 놀아주기라도 하려면 여지없이 둘이서 울어대는통에 도통 큰아이를 돌볼 수가 없었다.그러다 큰아이는 결국 외갓집에서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큰아이는 주말에 집에 오는데..그동안 못받았던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도 엄마의 사랑을 받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지금은 둘째들이 제법 자라 하루종일 아가들에게 매달려 있지 않아 그런대로 큰아이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지만 이번에는 동생들이 큰아이의 장난감이나 아끼는 물건을 만지고 부서버려 녀석은 화가 많이 나 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자기 물건을 만지지 말라고 동생들을 밀어내기도 한다.그런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내마음이 급하여 말귀를 알아듣는 큰아이만 야단치게 되었다.
그리고 동생들이 생기고 난후 시간이 가면 갈수록 큰아이에게 잘해주겠다라는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큰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는 괜스레 큰아이만 야단치게 되고, 큰아이를 자꾸 구박만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는 마음에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서 그랬는지....한 번은 나에게 이런말을 던졌다.
"엄마는 물에나 빠지세요~~"라고......
순간 너무 깜짝 놀라서 말문이 막혔었다.그리고 다짜고짜 녀석에게 화를 내면서 야단을 쳐댔다.다시는 그런 못된말을 하면 안된다고 다짐을 몇 번이나 받아냈다.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서 그런 끔찍한 말을 듣게 되다니~~ 정말이지 며칠동안 기가 막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었다.아무리 아이가 그냥 한 번 내뱉은 소리였거니~~ 라고 여겨도 괜스레 분이 풀리지 않았었다.

 이렇게 우리집 큰아이의 이야기를 길게 적은 이유는 이그림책을 읽으면서 정말 뜨끔한 기분이 듬과 동시에 무언가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책에서 곧 동생을 맞이하게 될 주인공 아이의 분노에 찬 "엄마를 쓰레기장에 내다버릴테야"란 목소리가 꼭 우리집 큰아이의 목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동생을 맞이하면서 아이들은 큰혼란에 빠지게 된다.그혼란이 심리적으로 꽤나 오래 가는 것 같다.동생이 생겨 기쁘기도 한 반면 엄마,아빠의 반응이 크게 달라지면서 서운하면서 불안해지게 된다.그러다 그불안감과 서운함이 나중에는 분노가 된다.그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그언어의 표현이 아이들은 정말 솔직하게 말하게 되는데 부모들은 곧장 당황하게 된다.엄마를 내다버린다거나 엄마 물에나 빠지라는 표현은 아주 끔찍하게 버룻없어 보이지만 그당시의 아이들의 거짓없는 솔직함을 표현한 것 뿐이다라는 것을 이제사 깨닫게 되었다.어른처럼 다른 악한 뜻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자신의 부당함을 표현한 것 뿐이다.

 주인공 아이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채 엄마는 아이의 쓰던 물건들을 동생들에게 물려주려고 미리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서운함과 동시에 화가 단단히 나버렸다.우리집 큰아이도 처음에는 자신이 읽던 그림책이나 아주 어릴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동생에게 쥐어주거나 읽어주니 자신의 물건은 절대 줄 수 없노라고 징징거렸었다.나도 처음에는 당연히 아이가 보지 않는 그림책이니 동생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여겼건만 그게 아니었었나보다.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해주면서 동생들에게 물려주자고 겨우 꼬드겼었다.

 나자신이 정작 장녀로서 자라온지라 큰아이의 서운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내자식에게만큼은 그렇게 키우지 않겠노라 여겼건만 현실로 닥치니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여러책을 읽고 미리 사전지식을 쌓아 놓았어도 것도 소용이 없다.큰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다스려준다는 것은 부모로서 무척 힘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이책은 나자신을 반성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아이의 화가 나서 내뱉은 말에 대해서 엄마는 가타부타 화를 내지 않는다.아이에게 은유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해준다.

 이책은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후련함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가져본다.하지만 결국에는 예쁜 동생을 기다리게 되고,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물론 책의 뒷쪽에는 큰반전의 내용이 숨어 있어 읽는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큰아이는 사랑으로 동생을 기다리게 된다.

 두 아이를 둔 엄마들은 이책을 읽으면서 많이 뜨끔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큰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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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7-01-2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의 고민이 묻어나는 리뷰군요.
 
사람을 닮은 그릇, 도자기 보림한국미술관 13
방병선 지음 / 보림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한국 미술관'시리즈를 무척 편애하면서 아끼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이시리즈물은 그림책의 수준을 벗어난 어른인 내가 반드시 읽어두어야만 될 필독서가 아닐까 싶어 현재 아이들 손때가 타서 혹여 책이 더러워질까 노심초사 하면서 아이들 손이 잘 가지 않는 책꽂이 한쪽 구석으로 일렬로 꽂아 두었다.
도대체 이책은 누구를 위한 책이더란 말인가!
그만큼 이책은 보면 볼수록 아끼고 아끼게 되더란 말이다. 

 13권인 이책은 도자기에 관한 책이다.
도자기를 비롯한 그릇이란 것은 물건이란 개념을 벗어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헌데 이책에서는 그릇은 곧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그릇의 명칭을 살펴보면 구연부는 사람의 입을 뜻하고 있고, 구연부 아래 사람의 목과 마찬가지로 목이 짧은 것과 긴 것,그릇의 한가운데를 몸통이나 배, 그리고 배 아래 굽다리 또는 굽부분은 사람으로 치면 다리부분을 가르킨다고 한다. 그릇의 명칭은 사람의 신체와 똑같다. 또한 그릇은 사람을 위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으며, 고대에는 사람이 죽을때도 그혼을 받들어 그릇과 함께 시신을 무덤에 같이 묻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릇은 사람의 삶속의 일부분이었으며, 사람이 죽어서도 그혼과 영원히 함께 하는 물건이었으니 그릇이란 실로 사람이라고 표현함에 있어 과장되지 않으면서 충분히 공감가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총 40종이 넘는 도자기가 시대별로 하나씩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이책을 읽고 있노라면 도자기 박물관이나 도자기 미술관을 홀로 거닐고 있는 착각이 인다.박물관은 옛 선조들의 물건을 듬성듬성 장식해 놓은 듯한 물건들을 쑥 훑으면서 간간이 설명문구를 보면서 지나가게 되는 곳이지만 미술관은 그림 한 점, 한 점 그 앞에 서서 이것 저것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전체적인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한 작품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책의 도자기에 대한 아주 세밀한 설명을 천천히 읽으면서 정말 내눈앞에 있는 듯한 도자기를 하나 하나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전체적인 도자기의 선을 몇 번이나 바라볼 수 있어 도자기 미술관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곤한다.

 미술관의 분위기도 연출하면서 어부지리로 역사의 흐름속에서 이도자기들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그렇게 변화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책에서는 상세하게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 듯 친근하게 읽힌다.더군다나 도자기를 굽는 방법과 상감기법을 새겨넣은 방법 또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도자기를 보는 안목도 덤으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의 현재는 과거가 있었기에 존재한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옛것을 그리고 우리의 과거를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키워준다면 아이들이 조금은 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차지 않을까?


 이책을 읽으면서 많은 지식을 머리속으로 습득하여 훗날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들를 경우 자신있게 설명을 해주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은 책에서 본 문화재를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면서 더욱더 큰 호기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겠지?
그래서 나는 바쁘다.
도자기 이름 외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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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물감 상자 미래그림책 48
카를로스 펠리세르 로페스 글.그림, 김상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살아오면서 또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께다. 그러니까 운동신경이 부족한 나에겐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이 무척 부럽고,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나에겐 또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이 무척 부럽고,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운 사람은 바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인데..내게도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이 있다면 나는 정말이지 이세상을 맘껏 활개를 치고서 살아갈 수 있을 것같은 생각마저 들곤한다...ㅡ.ㅡ;;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여 그나마 대리만족이라도 얻을겸 열심히 다른 사람들이 그려놓은 그림들을 눈으로 쓰다듬어 주기만 할뿐이다.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 바로 이 미술이라는 단어인데..나자신이 이렇다보니 내아이는 나와는 좀 다르게 그림이라는 것을 좀 잘 그렸으면 하는 바램이 살며시 들곤한다. 부모들이 대개 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내새끼는 좀 월등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아이들에게 강요를 하게 되고, 기대를 하게 되나보다. 내가 지금 이제 다섯 살 난 아들에게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는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좋아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되 사실적인 그림만 그려대는 것같다. 그러니까 온통 자동차 그림뿐이다. 택시,버스(버스도 시내버스,고속버스 종류도 다양하다..ㅡ.ㅡ;;),자가용을 줄기차게 그려대더니 이제는 유치원버스를 또 신나게 그려대고 있다. 그래서 아이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적잖이 실망스럽다. 매번 아이에게 이젠 차 그림은 그만 그리고 다른 것 좀 그려보라고 부탁을 해보지만 몇 개 정도 다른 그림을 그리곤 다시 차 그림을 그리기 바쁘다. 물론 차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리 실망스러울필요까지야 있겠느냐만...나는 개인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한 좀 뭐랄까 추상화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음 하는 바램이 들곤하는데 아이는 사실적인 것도 너무나도 사실적인 그림만 그려대니 어째 좀 아이의 정서가 너무나도 삭막한 것이 아닐까? 라는 회의감마저 들곤하더란 것이다.

 사실적인 그림만 그려댄다고 그것이 어찌 아이의 탓만 할까! 물론 나의 잘못도 클 것이다. 아이들은 주로 스스로 경험한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포착하여 그것을 그리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그저 동생들 키우기에 바빠 미처 아들녀석에게 여러가지 다양한 경험들을 해주지도 못했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한 그림을 그리길 원하고 있으니 참 나~~

 둘째들 때문에 외출이 그리 자유롭지 못해 많은 것을 구경시켜 줄 수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그저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곤 책밖에 없는 것같다. 책이라도 상상력을 자극시킬 수 있는 종류의 책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중 이책을 펼쳐보고서 단박에 내맘을 사로잡아버렸다. 이책에 나오는 줄리엣의 물감상자는 그야말로 상상력을 가득 담고 있는 물감상자다. 물감상자만 있다면 줄리엣은 그어떤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다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러니까 줄리엣도 내가 부러워하는 부류의 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줄리엣은 비가 오는 바깥 풍경도 아주 멋지게 표현할 수 있고,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딸기도 아주 멋지게 표현할 수 있고, 풀빛 당나귀도 멋지게 표현할 수 있고, 아침에 들은 새들의 노랫소리도 아주 멋지게 표현할 수 있고, 심지어 전날 꿈을 꾼 바닷속 풍경 또한 아주 멋지게 표현할 수 있으니 이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사후 뒤치닥거리가 너무 까다롭다고, 동생들이 물감을 입에 넣을까봐 조심스러워 그동안 큰아이의 물감놀이는 못한지가 아주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다. 이책을 읽으니 아이에게 다시 물감을 손에 쥐어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아이의 상상력은 그저 아이가 나이가 차는 것처럼 그렇다고 키가 크는 것처럼 그것도 함께 자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엄마는 많이 귀찮아도 아이를 많이 놀 수 있게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상상력을 자라게 해주는 것일께다. 그래서 나는 반성을 많이 해야한다..ㅡ.ㅡ;;

 이책의 마지막장에는 이런말이 쓰여있다.
"그림은 세상과 나누는 이야기랍니다."라고.....
매번 그래~ 맞아~ 맞아~ 라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아이에게 세상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내가 많이 도와줘야겠다.
그러면 내아이도 줄리엣처럼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이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지만 내아이도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었음 하는 바램은 아마도 계속 이어질 듯 싶다. 그래서 어쩌면 계속 나는 틈만나면 이책을 아이에게 들이밀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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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1-2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챙겨봐야겟네요
 
하은이와 비토리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2
이현경 글.그림 / 보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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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이란 글귀가 유난히 눈에 띈다. 그러니까 이그림책은 순수 우리나라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표지그림만 얼핏 보고서 일본그림책인가? 오해를 잠깐 했었다. 공모전 수상작이란 글귀와 작가 이름을 보고서 아~ 싶어 더 큰 기대를 안고서 책을 펼쳤다.

이책은 책의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사람을 서서히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책의 간결한 글씨체와 화려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수수하다고 표현하기에는 좀 더 강렬한 그림에 묘한 매력에 이끌리게 된다. 책의 초반부에는 여백이 더 많다. 하지만 그여백으로 인해 공허함이 생기지 않고 되려 작은 그림들에 집중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중반부로 넘어가게 되면 가녀린 선들로 인한 그림들이 단아하고 얌전한 색채와 만나 정말 소박한 자개무늬의 장식품을 대하는 듯하다. 참 묘한 느낌을 주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주인공 하은이는 보물상자인 듯 해 보이는 유리병을 꺼내어 이것 저것 물건들을 뒤져본다. 그중 할머니께 받은 자개빗을 이리 저리 불빛에 비춰보면서 그색의 영롱함에 취해본다. 그리고 자개는 조개로 만들어졌다라는 말을 떠올려 그조개가 있다는 바다속을 한 번 가봤으면 하고 생각을 품게 된다. 그때 유리병속에서 비토리아라는 하은이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나타나 인사를 건넨다. 비토리아는 하은이에게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가는 방법도 일러주고, 바다 먼 곳 동굴 속 이야기도 들려주고, 하은이에게 조개도 따주면서 밤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하은이가 아주 멋진 상상을 하고 있는 이 책은 내겐 좀 서글프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너무 내 주관대로 받아들여서 그러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은이가 많이 외로운 아이같아 보여 좀 안쓰럽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항상 상상의 나래 속에서 사는 아이 같아 보인다. 물론 하은이 또래의 아이들에겐 공상과 상상을 많이 하곤 한다. 하지만 상상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 법! 하은이는 잠을 자는 시간에도 잠을 자지 않고 상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하은이 곁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하은이는 비토리아를 상상해낸 것일까? 작가는 상상을 품고 사는 아이들에게 이런 상상도 한 번 해보지 않겠니? 라고 말을 건네고 있는 듯하다. 이왕 하는 상상이라면 이런 멋진 상상도 한 번 해볼만할 것이다. 그림속에 표현된 몽환적 풍경들이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라면 아이들은 마구 상상해도 부족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그림들 중 동굴속 모험에 대한 그림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하은이에게 비토리아와 친구들이 별과 같이 반짝이는 조개를 따서 하늘을 날아오는 장면도 마음에 든다.
책의 그림들이 어쩌면 전반적으로 자개빛깔을 담고 있는 듯하다. 자개빛깔을 참 잘 나타내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요즘 아이들 자개빛깔을 직접 보지 못한 아이들이라면 이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러 자개빛깔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줘야만 이책의 빛깔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아이는 외갓집에 자개농이 있어 예전에 이것이 자개라는 것이라고 빛깔이 이쁘지 않느냐고 설명을 해준 적이 있어 아이는 이책을 보고서 무척 반가워하였다. 녀석은 자기가 아는 것이 나왔다고 반가워한 것이리라!

그리고 생뚱맞게 왜 하은이는 친구의 이름을 비토리아라고 지었을까? 괜한 의구심이 든다. 그또래 아이들 대개 강아지나 인형 이름을 지어줄때 외국풍의 이름을 짓기가 일쑤인데 그래서인가?
암튼....하은이의 친구 비토리아는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불쑥 나타나서 하은이를 달래주기에 하은이가 무척 부럽다.
아~ 나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비토리아를 만나보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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