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6
마사 알렉산더 지음, 서남희 옮김 / 보림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이그림책은 글이 간략해서 제법 어린 아가들에게 읽혀도 무방할 듯 보이지만 나는 굳이 4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권하고픈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4세 정도 또는 그이상의 아이들이라면 자신의 생각도 또박또박 말을 할줄 알게 되고, 대부분 동생이 있거나 아니면 동생이 곧 태어날 시기의 아이들이 많을 그런 나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이책의 연령대를 굳이 두자면 동생이 태어나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이거나 동생이 곧 태어날 그래서 동생을 기다리고 있는 큰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우리집 큰아이는 현재 여섯 살이다.그리고 녀석에겐 두 살 된 쌍둥이 동생이 있다.큰아이는 작년 다섯 살경에 동생들이 생겼고, 네 살경에 책의 표지 그림과 같은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들을 마주보는 상황을 맞았다.아이를 낳기전에 큰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그림책을 몇 권 읽혀준 기억이 있는데 그 중 "잘했어 베니"란 그림책이 가장 인상 깊었었다.그책을 아이가 가장 좋아하여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나서는 녀석은 훗날 동생이 태어나면 자기도 직접 우유도 주고, 공갈 젖꼭지를 물려 주고, 같이 놀아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었다. 물론 나 또한 베니의 엄마에게서 감동을 받고서 둘째들을 낳더라도 절대 큰아이에게 마음의 상처 주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며 큰아이에게 더 잘해주겠다고 맹세했었다.

 허나....막상 출산을 하고보니 그맹세들은 그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큰아이도 병원에서 데려온 쌍둥이 동생들을 보고서 너무나도 흥분하여 "엄마! 동생이 둘이라서 너무 좋아요".."엄마! 동생들이 너무 예뻐요".."엄마! 동생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등등 이말들을 계속 반복했었다.저리도 동생이 생긴 것을 좋아하다니~~ 그저 신기하게 쳐다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헌데 시간이 갈수록 큰아이의 동생이 생겨서 좋아요~~ 란 말은 더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아기가 하나가 아닌 둘이 되다보니 줄곧 아가들한테만 매달려 있고, 큰아이에게 잠깐 짬을 내어 책을 읽어주거나, 같이 놀아주기라도 하려면 여지없이 둘이서 울어대는통에 도통 큰아이를 돌볼 수가 없었다.그러다 큰아이는 결국 외갓집에서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큰아이는 주말에 집에 오는데..그동안 못받았던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도 엄마의 사랑을 받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지금은 둘째들이 제법 자라 하루종일 아가들에게 매달려 있지 않아 그런대로 큰아이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지만 이번에는 동생들이 큰아이의 장난감이나 아끼는 물건을 만지고 부서버려 녀석은 화가 많이 나 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자기 물건을 만지지 말라고 동생들을 밀어내기도 한다.그런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내마음이 급하여 말귀를 알아듣는 큰아이만 야단치게 되었다.
그리고 동생들이 생기고 난후 시간이 가면 갈수록 큰아이에게 잘해주겠다라는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큰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는 괜스레 큰아이만 야단치게 되고, 큰아이를 자꾸 구박만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는 마음에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서 그랬는지....한 번은 나에게 이런말을 던졌다.
"엄마는 물에나 빠지세요~~"라고......
순간 너무 깜짝 놀라서 말문이 막혔었다.그리고 다짜고짜 녀석에게 화를 내면서 야단을 쳐댔다.다시는 그런 못된말을 하면 안된다고 다짐을 몇 번이나 받아냈다.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서 그런 끔찍한 말을 듣게 되다니~~ 정말이지 며칠동안 기가 막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었다.아무리 아이가 그냥 한 번 내뱉은 소리였거니~~ 라고 여겨도 괜스레 분이 풀리지 않았었다.

 이렇게 우리집 큰아이의 이야기를 길게 적은 이유는 이그림책을 읽으면서 정말 뜨끔한 기분이 듬과 동시에 무언가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책에서 곧 동생을 맞이하게 될 주인공 아이의 분노에 찬 "엄마를 쓰레기장에 내다버릴테야"란 목소리가 꼭 우리집 큰아이의 목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동생을 맞이하면서 아이들은 큰혼란에 빠지게 된다.그혼란이 심리적으로 꽤나 오래 가는 것 같다.동생이 생겨 기쁘기도 한 반면 엄마,아빠의 반응이 크게 달라지면서 서운하면서 불안해지게 된다.그러다 그불안감과 서운함이 나중에는 분노가 된다.그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그언어의 표현이 아이들은 정말 솔직하게 말하게 되는데 부모들은 곧장 당황하게 된다.엄마를 내다버린다거나 엄마 물에나 빠지라는 표현은 아주 끔찍하게 버룻없어 보이지만 그당시의 아이들의 거짓없는 솔직함을 표현한 것 뿐이다라는 것을 이제사 깨닫게 되었다.어른처럼 다른 악한 뜻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자신의 부당함을 표현한 것 뿐이다.

 주인공 아이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채 엄마는 아이의 쓰던 물건들을 동생들에게 물려주려고 미리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서운함과 동시에 화가 단단히 나버렸다.우리집 큰아이도 처음에는 자신이 읽던 그림책이나 아주 어릴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동생에게 쥐어주거나 읽어주니 자신의 물건은 절대 줄 수 없노라고 징징거렸었다.나도 처음에는 당연히 아이가 보지 않는 그림책이니 동생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여겼건만 그게 아니었었나보다.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해주면서 동생들에게 물려주자고 겨우 꼬드겼었다.

 나자신이 정작 장녀로서 자라온지라 큰아이의 서운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내자식에게만큼은 그렇게 키우지 않겠노라 여겼건만 현실로 닥치니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여러책을 읽고 미리 사전지식을 쌓아 놓았어도 것도 소용이 없다.큰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다스려준다는 것은 부모로서 무척 힘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이책은 나자신을 반성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아이의 화가 나서 내뱉은 말에 대해서 엄마는 가타부타 화를 내지 않는다.아이에게 은유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해준다.

 이책은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후련함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가져본다.하지만 결국에는 예쁜 동생을 기다리게 되고,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물론 책의 뒷쪽에는 큰반전의 내용이 숨어 있어 읽는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큰아이는 사랑으로 동생을 기다리게 된다.

 두 아이를 둔 엄마들은 이책을 읽으면서 많이 뜨끔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큰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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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7-01-2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의 고민이 묻어나는 리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