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지났고 그래서 당연한 여름이 시작되었다.
장마철에 돌입했고 이 장마가 끝나면 늘 그래왔듯 곧 불볕 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많이 두렵다.
올 해는 또 얼마나 더울 것인가?
더위 타지 않는 체질이라 여적 자랑했었지만 이젠 추위도 잘 타고 더위도 잘 타서 모든 게 오락가락 이상한 체질이 되었다.
그러던 중 저게 뭘까?
유심히 살펴보니 넥쿨러란 것이 눈에 포착되었다.
예전같음 화들짝 놀랄 물건이었을텐데 요즘은 냉장고에서 넥쿨러를 꺼내 목에 감고서 음식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화들짝 놀랄 틈없이 시원하다. 매우 유용하다.
그래서 요즘 나의 근황 모습을 상상하신다면 넥쿨러를 목에 찬 중년 여인의 모습일 것이다.
넥쿨러를 목에 걸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커피 맛도 배가 된다. 넥쿨러의 단점은 빨리 따뜻해진다는 것인데...
이걸 더위 많이 타는 내 친구에게 보내서 좀 보완해보라고 부탁할까, 그런 마음이 생긴다.
친구는 예전부터 얼음팩을 채운 조끼를 손수 만들어 입고서 여름을 난다고 했었다.
암튼....올 여름도 지혜롭게 견뎌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도착한 택배 상자를 뜯고 지난 주에 주문한 책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지혜로운? 여름을 나기 위함이다.
지혜롭게 책을 읽어볼 요량으로 늘 지혜롭게 책을 주문한다.
지혜롭게 책을 읽기만 하면 되는데 읽는 속도는 지혜롭지 못하게 늘 더디다.
책 주문 속도는 늘 지혜롭게 재빨랐으나 페이퍼에 자랑질하는 글 쓰는 속도도 늘 더뎌 계속 달이 바뀌고 있었다.
이것은 모두 다 아빠 때문이었.....다고 핑계를 댄다면 너무 나쁜 딸인 것 같아 굳이 입을 다문다.
아빠 배꼽 시계 맞춰 밥 차려 드리느라 그동안 시간이 없는 것 같기도 했고 또 돌아서면 아빠 주무시는 시간에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이게 늘 뒤죽박죽 오락가락 내 마음 같지 않게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달력 볼 적마다 깜짝 놀라곤 했다.
언제 7월이 되었단 말인가.
과연 지혜로운 책 읽기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점검했다가 아, 몰라 몰라. 내팽겨 쳤다가....
하지만 늘 다시 내 자리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묵묵히 나를 응원해 준 분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사진을 또 다시 찍었고 오랜만에 책 자랑을 하련다.
책자랑 하려고 엄청 산 것 같아 순간 비명을 질렀다.
이것도 책하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왜 샀었는지 한 권씩 열거하려니...
소비를 줄이기로 다짐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과소비를 한 것 같아 민망하다만....그래도 책 소비는 그 중 가장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암튼 책 소개를 아주 간단하게 열거하련다.
읽는 사람 쓰는 사람 모두 지치니까...^^
매달 여성주의 책은 계획성있게 사고 있다.
<젠더와 민족>, <한국의 여성과 남성> 책이 보인다.
계획성있게 잘 샀지만 요즘 읽기에선 매달 차츰 밀리고 있다.
벌써 7월인데 6월의 <젠더와 민족>을 읽고 있다.
지난 달 책태기가 왔었다.
그래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와 <백년의 고독> 두 권을 각각 두 달, 한 달동안 읽었다.
덕분에 여성주의 책은 계속 밀리고 있지만 홀로 느리게 따라가는 중이다. 읽다보면 도저히 책을 놓기 힘들다.(그래놓구선 도나 해러웨이 책은 중도 포기했다. 끙...언젠간 다시 재도전해야지.)
나의 생각이 바뀌려면 열심히 읽어둘만한 책들이 계속 존재한다. 이건 다 책 고르는 안목 높으신 다락방 리더님 덕분이다.
<구덩이>랑 <Holes> 그리고 <별들이 흩어질 때>랑 <When stars are scattered> 번역서랑 원서들도 사다 놓았다.
미미 님 리더님이 정해주신 원서 읽기는 첫 달만 완독하구선 책만 사다놓구선 계속 밀리고 있다. 좋은 책들이 많아 잘 따라가기만 한다면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은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언젠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곧 읽겠거니, 그러면서 일단 사다둔다.
사다 쟁여두는 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음악 소설집> 신간 알람이 떴을 때 오잉? 하면서 주문한 책이다.
김연수, 김애란, 은희경, 윤성희, 편혜영 작가님들의 음악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란 편집이 신선했고, 작가들 라인업이 눈에 띄었다.
와, 내가 다 좋아하는 작가들!
안 살 수가 없잖아.
그래서 샀다.
책도 이쁘고 작가들의 이름도 빛나는데 소설은 얼마나 재밌을까. 무척 기대가 되는 소설집이다.
<삼체>
예전엔 여름이 오면 늘 오싹하는 스릴러물을 챙겨 읽었다.
또 그 전엔 공포 영화를 챙겨 보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공포 영화가 공포스럽기 시작했고, 스릴러물도 너무 무섭기 시작했다. 그래서 읽기를 멈췄다.
요즘따라 SF물도 스릴러물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여름이니까 뭔가 한 번 읽어보고자 싶어 그동안 눈여겨 보았던 <삼체>부터 읽어보려 구입했다.
1권이 괜찮으면 2권, 3권도 진도 빼야지.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김혜리 기자의 ‘조용한 생활‘ 매거진을 계속 청취 중이다. 올 해는 양다솔 작가의 ‘농담하는 시간‘ 코너와 요나 요리사의 <재료의 산책> 요리책을 귀로 듣는 듯한 요리 코너가 새로 생겼다. 넘 재밌어서 두 코너를 늘 귀를 쫑긋하며 듣고 있다. 일상 생활에 참 유용하다.
늘 보이차의 세계에 입문해 보리라.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양다솔 작가의 보이차 마시는 사연은 가장 감명 깊었다. 물론 요리할 적마다 채소 하나 하나에 담긴 요나 요리사님과 김혜리 기자님의 정보도 큰 도움이 되고 있고, 늘 경건한 자세로 채소를 칼질하고 있다.
(아....이 책과 전혀 다른 내용을 읊조리고 있구나.)
암튼 ‘조용한 생활‘ 매거진에 터줏대감 코너가 있다.
바로 송경원 기자와 김혜리 기자의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영화 기자답게 늘 두 사람의 영화 정보는 집중하여 듣게 하는 힘이 있다. 송경원 기자의 영화 해석이 따뜻하기도 하고 감성 돋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때론 무척 냉정하기도 해서 좀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참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 사람이 낸 영화 이야기 책이라니 왠지 사서 읽어봄직하단 생각이....
<녹색 계급의 출현>, <본 헌터>
그리고 ‘조용한 생활‘ 매거진을 얼른 듣고 다음 달 5일이 되면 곧바로 ‘정희진의 공부‘ 매거진 방으로 이동한다.
정희진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늘 습관적으로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사게 되는 것 같다.
<녹색 계급의 출현>은 5월 코너를 듣다가 장바구니에 담았고, <본 헌터>는 6월 코너를 듣다가 담았다.
그러고보니 7월 정희진 선생님 매거진을 아직 듣지 않았구나.
7월호는 또 어떤 책을 담게 될지?
정희진 선생님 만세. 부디 만수무강하세요.
<미래과거시제>, <청혼>은 배명훈 작가의 책이라서 샀고,
<작은 종말>은 정보라 작가의 책이라서 샀고,
<레이먼드 카버의 말>은 카버의 책라서 샀고,
<여름의 책>, <두 손 가벼운 여행>은 토베 얀손 작가의 책이라서 샀다.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그래서 안 살 이유가 없지.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은 ㅈ님이 꼽은 올 상반기 최고의 책이라고 해서 샀고, <겹겹의 공간들>과 <에세이즘>은 출판사별 편집인들이 모여 책 소개하던 유튜브를 보고 샀다.
<8월에 만나요>는 내가 이제 곧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읽을 것이므로 그걸 읽고 나면 이 책도 연결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미리 준비해두는 개념으로 샀고, <왜 쓰는가>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요즘 ‘쓰기‘의 감을 잃어버린지 오래라 써야 하는 요령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샀다. 고취가 될진 모르겠으나.....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 믿고.
마지막으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책이랑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 책과 <스킵과 로퍼> 캐릭터 그림이 새겨진 커피를 이웃 알라디너님께 지난 달에 선물 받았다.
사려고 벼르던 책이었다고 댓글을 남겼더니 선뜻 선물을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 책은 조금씩 읽고 있는데 메트 미술관을 내가 경비를 서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만큼 미술품들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읽다 보니 좋아서 나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스킵과 로퍼> 제목도 예전부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제목이다? 생각했더니 쩝....큰딸이 스킵과 로퍼 매니아였던 것이다.
굴러다니던 만화책 중 스킵과 로퍼도 있었다.
굿즈도 제법 있더라.
키링이랑 엘홀더 좀 사달라고 하길래 사줬다.
이렇게 좋은 엄마라니?
근데 왜 만화 제목이 스킵과 로퍼인지 모르겠어서 딸한테 물어봤더니 녀석도 모르겠단다.
읽긴 읽었다고 하던데....
로퍼는 신발 종류 아닌가? 신발이 뜬금없이 왜 나올까?
고딩 학생들 로맨스물로 보이던데 스킵과 로퍼 제목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어 만화책을 펼쳤다가 다시 덮었다.
나는 지금 책태기거든.
암튼 진짜 마지막으로, 마지막 사진만 설명하겠다.
낙상의 위험이 있다 보니 아빠 곁을 비울 수가 없어 늘 집 안에서만 종종거린다. 그래서 집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은 순간이 한 번씩 찾아오곤 한다. 자유롭게 걷거나 때론 하릴없이 거리를 쏘다니는 시간들이 참 소중하단 걸 새삼 깨닫는 순간들이다.
가끔씩 주말에 외출을 가볍게 한다. 아이들이 있으니 할아버지 좀 보살펴 드려라. 하기도 하고, 남편에게 아빠를 맡기고 볼일을 보러 나가기도 한다. 아주 잠깐씩이긴 하지만.
저 날은 새삼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 그래서 주말 오전에 스킵과 로퍼 매니아인 딸과 함께 딸은 카공 나는 카독을 하러 갔다.
책을 두 권을 들고 갔고, 라떼도 시켰다.
단발 님이 부러워 하시던 집 앞의 할리스 카페는 없어진지 오래라 좀 더 멀리 있는 스벅으로 달려갔다. 스벅은 자주 가지 않던 곳이라 좀 낯설었고 스벅 앱 사용도 영 미숙했다.
앱 카드의 돈을 천 원씩 결제해가며 별을 모은다는 게 영 이해가 안갔지만 어쨌든 자주 이용하는 고객인 것처럼 별을 모으겠다고 점원에게 보여줬다.
딸의 음료와 나의 라떼를 주문했더니 닉넴으로 불러주겠단다.
갑자기 나의 닉넴이 뭔지 모르겠는 것이다.
세 개를 혼합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라.....
그래서 조용하고 은밀하게 ˝저의 닉넴이 뭐죠?˝ 물었다.
점원이 똥그란 눈으로 더 은밀하게 조심스럽게 ˝책나무??!!˝
˝아......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내가 내 닉넴을 책나무로 했구나.
알라딘 외엔 책나무 닉넴 사용을 잘 안하는데 왜 그랬을까?
막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더니 딸이 엄마가 쫌 부끄럽단다.
본인 닉넴을 물어보면 어떡하냐고?...그럼 안되는가?!!
점원이 일 하느라 지치고 힘들텐데 엄마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 번 웃어 넘기면서 일 하는 재미라도 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딸은 오!!! 감탄한다.
나이 드니까 갈수록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것 같다.
라떼가 밍밍했다.
샷 추가하는 걸 늘 까먹는 것도 다 나이가 들고 있다는.....
여름이라 무민 캐릭터가 새겨진 커피 박스가 새로 나왔더라.
지혜로운 여름을 나기에 안성맞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