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선생의 성서 강해 시리즈로 요한복음과 로마서 강해에 이어서 마가복음 강해가 출간되었다.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통나무). 전작들이 모두 주목의 가치가 있지만 복음서의 원형에 해당하는 마가복음에 대한 진지한 첫 독서가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50여 년간 고전학을 연마해온 도올 김용옥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오랜 기간 집필한 노작이며, 그만큼 방대한 레퍼런스와˝ 사유의 다양성이 통섭된 역작이다. 마가복음은 모든 복음서양식의 원형이며, 4복음서 중에서 가장 먼저 쓰여진 것이다. “먼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복음서라는 문학 장르를 최초로 만들어낸 마가의 “창조적 긴장감”이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마가복음은 “오로지 마가로만” 읽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면서도 그 해석과정에서 인류의 모든 사유양식들을 종합하고 있다. 이 책은 도올의 철학적 사유를 총체적으로 압축시킨, 인류사상계에 새로운 동서융합의 지평을 제시하는 기념비적 저술이다.˝

마지막 문장은 독자가 판단할 일이겠으나, 신간 덕분에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의 핵심을 납득할 수 있게 되었다. 민중혁명의 기원과 구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러시아혁명에 대한 이해가 그와 다르지 않다). 가당찮은 기독교인들이 더럽히고 있는 기독교 복음의 시원적 의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를 거쳐서 지젝의 <예수는 괴물이다>(마티)로 넘어가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학 고전 번역으로 이름이 높은 김덕영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 정신‘을 해부한 책을 내놓았다. <에리식톤 콤플렉스>(길). 이론사회학자의 드문 시도이기에 흥미를 끈다. 저자는 근대사회에 대한 이론적 해명작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환원근대>와 <루터와 종교개혁> 같은 전작이 사전 정지작업이라면 <에리식톤 콤플렉스>는 이론의 적용을 통한 실제 분석에 해당한다.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체험, 즉 한국의 근대화 과정 전반을 일제강점기인 식민지 시대부터 지난 이명박 정부 때까지를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 한국의 근대화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신교에 의해 시민계층적 자본주의와는 전혀 다른 기형적 자본주의화 과정을 밟아왔음을 밝혀내고 그것을 ‘에리식톤 콤플렉스’(에리식톤Erysichthon은 그리스 신화에 오만하고 불경스러운 부자로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아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상징으로 등장한다)라는 새로운 개념 도입으로 구체화·명료화한다. 이는 곧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에 다름 아니며, 이것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자연스럽게도 저자에게 모델이 됐을 책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대입해보자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 자리에 들어간 것이 한국의 경우에는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것. 하지만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이 한국적 특수성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자본주의를 추동하는 보편적 욕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제목이나 개념도(‘에리직톤‘이 통용 표기 아닌가?) 이론을 전공한 학자의 제안으로서는 어색하다. 아무래도 비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제 ‘한국 자본주의 정신‘를 살리는쪽이 낫지 않았을까. 읽기 전 소감이 그렇다는 것이고 저자의 분석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번 영국문학기행 때 서점에서 보고 곧 번역돼 나오리라 짐작한 책이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네 명의 기사: 무신론 혁명을 촉발한 대화>(2019). 내가 붙여본 제목은 <무신론의 네 기사>였다. 번역본 제목은 <신 없음의 과학>(김영사). 리처드 도킨스를 필두로 하여 네 명 모두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부터 대니얼 데닛 <주문을 깨다>, 샘 해리스 <종교의 종말>, 크리스토퍼 히친스 <신은 위대하지 않다>까지, 과학과 종교계 최대 문제작들의 사상적 토대가 된 바로 그 대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상가들이 어쩌다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을까? 가슴을 뜨겁게 하고, 영혼을 간질이며, 신경을 자극하는 열띤 논쟁을 마주하라! 전투적 무신론자 도킨스, 전략적 무신론자 데닛, 직설적 무신론자 해리스, 성역파괴 무신론자 히친스가 펼치는 지적 탐구의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네 명의 주요 저작이 국내에도 소개돼 있기에 각 저자에 대한 입문서로도 읽을 수 있겠다. 책의 마지막 장은 네 기사의 토론인데 히친스가 2011년에 사망했으므로 책은 그 이전에 기획과 진행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그런 사정을 감안할 때) 이렇게 늦게 나온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도킨스는 올해에도 신작을 냈기에 이 또한 번역되면 좋겠다. 짐작엔 번역이 진행중이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달부터 한국현대시 강의를 다시 진행하는데(한겨레) 준비도 할 겸 몇 권의 책을 구입했다. 한데 강의에서 다루는 시인이 아닌, 다루지 않는 시인들의 전집. 몇해 전에 평론가들이 꼽은 한국 10대 시인 가운데(생존 시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내가 다루는 시인은 김소월, 백석, 윤동주, 서정주, 김수영, 다섯 시인이고, 다루지 않는 시인이 한용운, 정지용, 이상, 박목월, 김춘수, 다섯이다. 김춘수를 제외하면 아직 준비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미치지 않은 시인들이다.

한용운과 이상, 김춘수 시전집은 이미 갖고 있어서 이번에 구하거나 주문한 건 박목월 전집과 정지용 전집이다. 정지용 전집은 아직 배송받지 못한 상태인데 두 시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적을 수도 있겠다. 시전집을 주문하던 중에 생각이 미쳐서 조병화 시인의 선집들도 주문했다. 이 경우는 전집 구입이 어려운 경우. 생전에 시인은 무려 53권이 시집을 출간했고(발행시집 최다가 아닐까) 찾아보니 이를 갈무리한 전집(전6권)도 나와있지만 상당한 고가다. 나로선 선집에 만족하려 한다. 

















두 권의 선집을 이번에 주문했는데 먼저 받은 <사랑이 가기 전에>(시인생각)를 들춰보다가 널리 알려진 시로 ‘추억‘에 눈길이 머물렀다(대부분의 시가 밋밋한 가운데 그래도 시적 긴장을 느끼게 해주는 시다).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이 시는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1949)에 수록된 것인데 <사랑이 가기 전에>에는 마지막 연의 시행이 다르게 적혀 있다.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그러니까 1연에서 ‘하루 이틀 사흘‘이 종으로, 3연에서는 횡으로 배열된 것. 이 수정이 시인의 뜻에 따른 것인지 착오인지 궁금하다. 물론 변화 자체는 일리가 있다. 종으로도 걸어보고 횡으로도 걸어가본다는 것이니까. 잊어버리자고 벌이는 수작이란 원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법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

14년 전에 쓴 것이다. 츄체프의 유명한 시구에 대한 긴 주석으로도 읽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