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간 가운데 무슨 책인가 궁금했던 책의 하나는 조지 린치의 <제국의 통로>(글항아리, 2009)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열강의 대각축'이 부제이니 내용을 어림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실 내용이 궁금했다. 막상 서점에서 봤을 때는 화보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화보집'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고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가장 자세하게 검토해주고 있는 기사가 있기에 스크랩해놓는다. 물론 요즘은 출판사의 책소개 글이 어지간한 리뷰기사보다 자세하긴 하지만. 아래는 압축적인 소개다.  

"철도는 제국의 길이다. 오늘은 물론 내일도 그럴 것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 책은 '철도'로써 열강들의 속셈을 파헤치고, 철도가 놓이는 곳에서 식민화된 주민의 실태를 드러낸다. 저자는 일본에서 출발해 대한제국, 만주, 중국, 몽골, 시베리아, 모스크바를 거치며 섬세한 관찰력으로 관통해나간다. 1903년에 출간된 이 책은 욕망에 사로잡힌 제국의 면모와 소수민족이 희생양이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국제신문(09. 12. 05) 열강의 통치수단 철도를 논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동양과 서양에서 제국주의 침략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 같은 사실을 조명하는 책은 수없이 쏟아졌다. 그런데 제국의 통로는 그동안 접했던 제국주의 침략사와 분명한 변별력을 갖고 있다. 바로 '철도'를 통해 열강들의 속셈을 파헤치고 있다. 철도가 놓이는 곳에서 식민화된 주민의 실태를 드러내고, 20세기에 철도가 강국들의 '말없는' 통치 수단이 되어가는 과정을 탐색하고 있다. 철도가 역사적으로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철도는 제국의 길이다. 오늘은 물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영국 기자이자 기행문학가인 조지 린치는 철도를 그렇게 요약했다. 그는 1900년대에 접어들자마자 서양인으로서 최초로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기를 남겼다. 일본에서 출발해 대한제국, 만주, 중국, 몽골, 시베리아, 모스크바를 거치며 섬세하고도 뛰어난 관찰력으로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1903년 출간됐지만 국내 학계에서만 알려진 이 책이 너무 늦게 일반에 공개된 점도 아쉽다. 번역자는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철도를 거쳐 파리에 내릴 날을 그려보는 공상마저 없었다면 이 책의 번역을 끝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베리아 철도의 황해 종착역 대련의 모습.
 
어쨌든 욕망에 사로잡힌 제국들의 면모를 철도 하나로 꿰뚫어보는 시각은 독창적이다. 근대에 접어들어 약육강식의 식민 논리에 사로잡힌 제국주의 열강은 병사들을 내보내 전쟁을 벌이지는 않았다. 대신 약소국에 철도부터 부설한 것이다. '철도는 곧 침략과 수탈의 상징이며, 거기에는 무역상, 기술자, 상인들도 끼어들어 종국엔 철도가 좀더 개화된 정복의 방법으로 자리잡아간다'. 역사적으로 철도 부설 예정지는 서구 국가들에 헐값으로 팔려나갔고, 철도 수비를 빌미로 그들은 군대를 주둔시키며 철도 주변을 배타적 치외법권 지역으로 만들어 약소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을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접전의 실상을 드러낸 부분은 흥미롭다. "러시아인가, 일본인가?" 저자는 조선을 차지할 나라가 어딘지 질문을 던지면서, 러일전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당시 '조선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열강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니었던가. 저자는 이미 일본이 철도라는 '현대적 정복술'을 통해 한반도 종단철도를 부설하면서 인근 요지도 확보해 일본인 거류지로 만드는 등 침략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주시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은둔의 왕국'인 조선은 그 낌새를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이 책은 당시 조선인의 생활상은 물론 거리와 전차, 지저분한 골목길, 수두에 걸린 왕족을 치료하기 위해 무당과 점쟁이들을 불러들여 굿을 하는 미신적 행태, 조선 관리들의 횡령과 부패, 근대화의 빛깔을 띠어가는 서울의 모습 등을 펼쳐보인다. 본격적인 식민 침탈에 앞서 고리대와 짝퉁 제작에 몰두한 '쩨쩨한' 거류지 일본인들의 면모도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불과 100여 년 전의 우리 땅의 모습에 마음이 아리다.

러시아 공산혁명이 발발하기 직전의 시베리아 대이주의 물결과 의화단운동 이후 중국, 일본, 그리고 만주와 몽골에서 숨가쁘게 펼쳐지는 근대화운동의 물결까지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특별히 러시아의 만주 점령 정책과 과정, 그에 대한 열강의 시각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여기서 러시아 군대 내에 중국인 병사가 많이 고용됐다는 점 등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도 접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서구인의 한계인가. 저자는 '일본은 문명, 조선과 중국은 미개'라는 서구식 오리엔탈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극동에서 점점 위축되어가는 영국의 영향력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래도 100년 전 근대화의 문 앞에 선 극동세계의 가장 치열했던 모습들을 생생하게 증언해주는 자료로 가치가 있다. 당대의 모습을 담은 현장 사진도 눈길이 간다.(강춘진 기자)  

09.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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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2-06 13:32   좋아요 0 | URL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라...정말 낭만적인 기차 여행 같지만,의외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무척 지루하다고 하네요.아시는 분이 하바로부스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대략 일주일간을 기차여해을 했는데 가도 가도 평원이라 무척 지루했다고 하더군요.오리엔트 특급같은 열차가 아니라면 무척 지루할테고,시간도 만만치 않아 차라리 비행기가 더 나을듯 싶다고 하는군요

로쟈 2009-12-06 14:04   좋아요 0 | URL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학을 뗀다네요.^^; 낭만을 찾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인내를 시험하는 여행일 듯싶고, 그런 면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젊어서는요...

카스피 2009-12-07 18:19   좋아요 0 | URL
재미있는거는 옷갈아 입기도 귀찮아서 거의 내복 바람으로 돌아다녔다고 하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12-06 15:01   좋아요 0 | URL
19세기 말 20세기 초 동아시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은 제 관심분야인데 요 몇년 동안 당시의 외교관이나 학자들이 쓴 책들이 계속 번역되어 나오는군요.좋은 현상입니다.이 분야에서 로쟈 님이 추천할 만한 책 한권은 무엇인가요?

로쟈 2009-12-06 15:02   좋아요 0 | URL
추천은 제가 받아야지요.^^

노이에자이트 2009-12-06 21:40   좋아요 0 | URL
하하하...
 

어제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엘리자베스 영-브륄의 <한나 아렌트 전기>(인간사랑, 2007)이다. 만만찮은 두께에다 55,000원이라는 액면가 때문에 선뜻 손에 들기 어려웠던 책이다. '12월의 읽을 만한 책'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리처드 번스타인의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아모르문디, 2009)를 읽으려다 보니까 자연스레 재작년에 나온 이 전기에까지 손이 갔다. 자연스레 그 이후에 출간된 아렌트 관련서를 챙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검색하다 보니 영-브륄의 또다른 책 <왜 아렌트가 중요한가>(2006)도 <한나 아렌트 전기> 2판과 나란히 출간됐었다. 하드카바의 색감이 맘에 든다. 탐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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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김선욱 옮김 / 아모르문디 / 2009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12월 05일에 저장

한나 아렌트와 세계사랑
홍원표 외 지음 / 인간사랑 / 2009년 10월
20,000원 → 19,000원(5%할인) / 마일리지 57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12월 05일에 저장

누가 아렌트와 토크빌을 읽었다 하는가- 한국 인문학의 왜곡된 추상주의 비판, 비평정신 1
박홍규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8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180원(1% 적립)
2009년 12월 05일에 저장
품절
한나 아렌트의 정치이론과 정치철학
필립 한센 지음, 김인순 옮김 / 삼우사 / 2008년 1월
22,000원 → 22,000원(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09년 12월 05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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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오늘 방문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자정이 조금 넘어 한 송년모임에서 돌아오니(람혼님이 이끄는 Renata Suicide의 노래와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놀라운 실력이었다!)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기에 어떤 느낌일까 싶어서 기다려봤다. 1시가 조금 못 되어 드디어 '1000000'이란 숫자가 찍혔다.  

  • 즐겨찾기등록: 2515명
  • 오늘 87, 총 1000000 방문     

    흠, 잠시 감상에 젖을 줄 알았지만 곧 평상심으로 돌아왔다. 구두끈을 다시 묶는 수밖에. 대신에 얼마 전부터 자주 듣는 노래를 하나 소개한다. '러시이 샹송' 가수 이반 쿠친의 '라일락이 핀다'(http://www.youtube.com/watch?v=jZQiq6wJqPg&feature=related). 어머니는 아들이 화가가 되길 원했지만, 나(아들)는 어릴 때부터 기타를 들고 술집으로 내뺐다는 것. 현관 계단 옆에 라일락이 피었는데, 나는 그냥 놔둔다는 것. 나도 그렇게 생겨먹은 대로 살 거라는 것. 요컨대, 인생은 강물과 같고, 거기에 따라 흘러가는 수밖에 없다, 곧 사람은 자기 운명대로 살아간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나 또한 어릴 적 부모님의 기대를 따르진 못했다. 돌이켜보면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생겨먹었고, 이것이 나의 삶이다...  

    09.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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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오기 2009-12-0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즐찾이 2515명이~~~ 대단하네요!
    저 시간에 알라딘에 있었는데 들어왔다면 잡았을지도...
    1000000 달성 축하합니다!

    로쟈 2009-12-05 12:10   좋아요 0 | URL
    네, 감사. 요즘 알라딘 분위기와는 잘 안 맞죠?^^;

    목동 2009-12-0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겨울빗빛 밖 풍경을 보며 러시아샹숑을 들으니 제가 동유럽 러시아 접경지대를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마차를 타고 말라 비틀어진 해바라기밭을 지나 감자를 고루는 농부를 보며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봅니다. 사방이 조용한 곳에 흑토를 갈아엎는 부모를 생각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운명이라 여기지만 자꾸만 강숲으로 사라저가는 오솔길같은 꿈을 그립니다. 언젠가 <좋은 이별/김형경>해야 할 우리들,,,김소월의 '부모' 읊조립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야기를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라.


    로쟈 2009-12-05 12:11   좋아요 0 | URL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에 대해서 숙고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겨울밤은 기니까.^^

    머큐리 2009-12-05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눈팅만 하지만... 정말 축하드립니다....이제 천만을 향한 도정에 첫걸음을 내디셨는데요..ㅎㅎ

    로쟈 2009-12-06 10:12   좋아요 0 | URL
    감사. 천만명까진 30년쯤 걸릴 듯싶은데요.^^;

    쉽싸리 2009-12-0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는 싱숭생숭해도 그래도 축하는 축하.
    좋은 일 따로, 슬픈 일 따로,,,

    여기 상주입니다.하, 눈 오는 것 까지는 좋은데 뭔놈의 바람이 이리도 부는지.
    바람막느라 덧댄 비닐 펄럭이는 소리에 가만히 앉아 책 들여다 보기도 참 신경쓰이네요,,,

    로쟈 2009-12-06 10:13   좋아요 0 | URL
    어제부터 겨울날씨 티가 좀 나네요. 감기 조하시길...

    노이에자이트 2009-12-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백만명...대단합니다.차곡차곡 쌓은 돌이 거대한 탑을 이루었군요.

    로쟈 2009-12-06 10:15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이든 오래 하다보면 결과는 나오잖아요. 제겐 지난 6년이란 시간을 돌이켜보도록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09-12-0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만명이라구요? 대단하군요. 앞으로 저의 방문도 계속 보태어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이백만명에 닿으시길... 같은 블로거로서 축하드리구요, 무궁한 발전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멋진 일입니다.

    로쟈 2009-12-06 10:16   좋아요 0 | URL
    감사. 흠, 이백만명은 3년 후쯤이나...^^;

    stefanet 2009-12-0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백만 명 중에 일부를 담당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로쟈 2009-12-06 1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카스피 2009-12-0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로쟈 2009-12-12 13:01   좋아요 0 | URL
    ^^
     

    지난달 중대 대학윈신문의 기획대담에 응한 적이 있는데, 대담 내용이 기사화되었기에 옮겨놓는다. 이성민 도서출판b 기획위원과의 대담이었다. 편집위원의 질문에 두 사람이 대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읽어보니 교정을 봤다면 수위를 조절했을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슈화'는 저널리즘의 숙명인가 보다...   

    중대 대학원신문(09. 12. 02) 사유의 레드바이러스, 지젝을 말하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자본주의의 위기는 지식인의 현실참여를 고민하게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참여방식과 방향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마돈나가 싱글 앨범을 발표하는 것보다 더 정기적으로 책을 발표”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사유를 통해 이 시대에 ‘공부를 한다는 것’의 의미와 ‘지식인의 자세’에 관해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대담 일시 및 장소: 2009.11.19, 서울대입구

    ●대담자 이성민: 도서출판b 기획의원, 난곡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지젝 전문 번역가
                 이현우: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강사이자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 운영중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고, 지젝을 읽는다는 것이 ‘공부’라는 행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이성민 제가 요즘 세대를 보면 확실히 조금만 어려워도 책을 못 읽더라고요. 지젝이 이런 독서능력 부족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젝 책을 읽다보면 난해하면서도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있거든요. 헤겔이나 칸트 같은 다른 사상가들을 매력적인 누군가로 만들기도 하고요. 심지어 진지한 학문접근 대상이 아닌 영화나, 광범위하게 말하면 현실에 대해서 ‘여기 무언가 읽어내야 할 것이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하니까요. 이런 읽어내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 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현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매트릭스>에서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 선택하는 것처럼 하나의 ‘결단’이라고 생각해요. 80년대에는 독서가 의무이자 부담이었다면, 지금은 독서가 ‘선택’인 것 같아요. 읽지 않는다는 것은 파란 약을 선택하는 것처럼 안온하고 체제 순응적인 상태에 자족하는 거예요. 적어도 대학원생이라면 전투적이고 적극적인 책읽기가 필요해요. 스스로가 강제할 수 없으면 서로가 서로를 ‘갈궈줄’ 수 있는 친구나 선배가 필요한 거죠. 대학원에서도 요즘은 지젝의 ‘관용적 아버지’처럼 “네가 선택해서 공부해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포장되기는 자유로워 보이죠. 그보다는 무자비한 선배나 교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이해 못하면 때려주기도 하는. 

    이성민 그런 측면에서 지젝이 어떤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젝을 발견하기 직전에는 공부에 대한 욕망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를 읽었을 때 굉장히 놀랐어요. 새로운 독법이 안 나와서 칸트, 헤겔이 이미 낡은 어떤 것으로 간주되고 있을 때, 지젝이 그들을 다시 읽어 근본적 물음을 끄집어내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여겼거든요. 

    이현우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비평이란 게 다시 읽도록 요구하는 것이거든요. 아감벤이 말하듯 현재 ‘정치’ 내지는 ‘정치적 행위’의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고, 지젝은 그게 ‘행정’으로 대치된다고 표현해요. 그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는 개념적 범주가 다 낡아빠져서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해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지시대상이 텅 비어있어요. 그러니까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야 되죠. 그런 개념창출이 저는 공부라고 생각해요. 또 그런 걸 도와줄 수 있는 멘토를 찾는 게 중요하죠. 아감벤이든지 지젝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주고 자신을 다음 단계로 끌어줄 수 있는 역할. 사고의 바이러스 역할이랄까요. 신종플루 걸리면 열이 나듯이 맹렬하게 공부하겠다는 자극을 주죠.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공부의 절박함’이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이현우 지금의 정세 속에서 사고하지 않으면 자신의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죠. 사르트르가 드는 예가 있잖아요.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는 편모슬하의 아들이 ‘어머니를 모셔야 하냐, 활동을 해야하냐’고 질문하니까 사르트르는 ‘네가 선택하고 책임져라’ 그렇게 답변하는데, 지젝은 ‘너의 어머니한테 가서는 레지스탕스활동을 해야 한다고 하고 레지스탕스에 가서는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그래라.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해라.’ 그러니까 거기에 실려 있는 것은 굉장히 절박한 선택이에요. 레지스탕스 운동과 맞먹는 공부이고 어머니를 혼자 보살펴야 하는 그 절박함을 견딜 수 있는 공부죠. 도피적인 공부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아니라 그 책임을 최대한으로 끌어안기 위한 공부이고요. 대학원생이 현실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게 필요해요.

    그렇다면,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현우 레닌이 나폴레옹을 인용하면서 한 말이 “알기 때문에 행동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면 알게 된다”는 거죠. ‘공부해야지’하고 10개년 계획과 마스터플랜 세워서 공부하는 건 난센스고, 일단 하나 닥쳐서 해보면 그 다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알게 되요. 그게 일상과 유리되지 않는 공부겠죠. 공부를 하다보면 공부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바뀐 생각이 새로운 공부로 자신을 이끌어주는.  

    이성민 계속 공부를 한다면 앞으로 정치계나 연예계가 아니라 학계에 소속될 텐데, 이곳에 남아서 나와 같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 흥미로운 논쟁과 토론을 하며 살 거라면, 다른 곳에 뭐가 있을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특히 정치 쪽에 너무 관심을 갖지 말라고 충고해주고 싶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학계가 이 모양이기 때문에 정치가 저 모양인 거예요. 학계나 정치가 각자의 할 몫이 있는데, 정말로 공부를 할 사람이라면 나를 기준으로 학계를 판단해야 돼요. 그 정도의 주체성이 있어야죠. 학계의 무엇이 문제고 학자들이 무엇을 공부하지 않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현우 전 초점이 약간 다른데요. 학문과 공부를 구별을 해서 본다면, 제도권 대학에서의 ‘학문’과 달리 ‘공부’는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봐요. 비단 적응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항하기 위해서도 책을 읽고 사유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공부가 더 왕성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거든요.

    이성민 그건 다른 말로 하면 학계의 기능은 포기하겠다는 게 아닌가요? 특히 인문학이요. 

    이현우 흔히 전공자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 게 사실 어떤 직업을 얻기 위한 공부를 요구하죠. 특히 논문 편수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는데, 전 그런데서 좀 자유로울 수 있는 어떤 공부가 필요하다고 봐요. 보드리야르 식으로 말하면 ‘내파적인 공부’죠. 영문학 한다면 반영문학적인 영문학 같은. 지금 학계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성민 선생님과 제가 좀 관점의 차이가 있는 거 같은데, 오늘날 대학이 형편없다는 것은 저도 인정하는데, 본디 학문의 이념이 그런 것은 아닐 거 아니에요. 오늘의 학계가 그런 학문의 이념을 놓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는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 아니라(다른 것이 필요하다)고는 동의하지 못하겠어요. 

    이현우 대중지성이란 말도 쓰고 그러잖아요. 저는 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관리되는 학문으로서의 공부상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위 인민주권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민들이 주권자로서의 학습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교양이나 독서 같은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봐요. 물론 전문적인 영역의 공부가 필요하지만, 그걸 떠받칠 수 있는 평균수준의 일반 대중의 공부도 필요하고, 그 거리는 좁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가령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두가 다 아는 작가잖아요. 그런데 그에 관한 논문을 소수 전문가들만이 읽고 토론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요. 누구나 읽는 작품이라면 그에 관한 논의도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거고 그러자면 ‘위’에서도 조금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성민 어떤 전문적 지식인 집단이 있고, 이들이 고급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폐쇄적이기 때문에 아래와 소통해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그 모든 가정의 전제는 ‘위’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제가 보기엔 그런 것은 없다고 보거든요.   

    이현우 그건 이성민 선생님 기준에서 그런 거고, 일반 대중들은 박사, 그러면 굉장히 권위있는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이성민 그래서 번역을 해야 되요. 들뢰즈와 바디우와 지젝을 번역해야 되는 거죠.

    지젝은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실제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숨기기 때문에 ‘수동적인 철회’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또 ‘행위’를 통해서 현실을 돌파해야한다고도 말합니다. 이것이 어떻게 접합될 수가 있을까요? 

    이현우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임시노동직이 한 달을 일하고 해고됐어요. 몇 사람이 이걸 문제로 지적했고 알라딘 불매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저는 불만스러웠던 게, 사실 지금의 한국사회가 다 그렇게 되어있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놀랍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거예요. 알라딘에 항의를 하고,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게 웬 순수한 가장인가, 이게 과연 시급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성민 그럼 결과는 악으로 나타나겠죠. 시작은 선이지만. 지젝의 말마따나 하면 할수록 악화된다고, 제발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이전에 신문불매운동을 했을 때 가장 손해를 본 곳이 제가 알기로는 <경향신문>이에요. 광고주들이 광고를 특정 신문사만 안하는 게 아니라 신문사 전체에 안하기 때문에.  

    이현우 그러니까 ‘나는 옳은 행동을 할 테니 뒷감당은 니들이 해라’는 식은 안 되는 거죠. 전략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어요. 선한 행동이 항상 올바른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니까. 예를 들어 기부하는 것에도 이면적 기능이 있어요. 전체적인 것에 책임을 지는 것을 고려하라는 거죠. 국지적인 선행이 전체적인 국면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거든요. 저는 소위 자칭 급진좌파라고 포지셔닝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답답함을 느끼는데, 그 사람들은 주된 목적이 좌파로서의 자기 정체성의 확인인 것 같아요. 노무현이나 이명박 이나 똑같으니 나빠질 게 없다는 거예요. 이런 생각은 현실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죠. 

    이성민 그렇죠. 정작 떠맡아야 할 것을 안 하는 거죠.  

    이현우 김규항 씨가 최근 칼럼에서 “너희가 이명박을 욕하지만, 너희 안에 이명박 있다.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욕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말했는데, 막상 다르게 사는 게 뭔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요. 그러면 아이들 학교를 보내지 말건가? 학원에 안 보내는 정도가 다른 삶인가? 구체적인 상이 없어요. 아주 래디컬한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이란 종 자체가 생태계에 암적 존재잖아요. 가장 좋은 것은 터미네이터처럼 스스로 사라져주는 거죠. 그런데 과연 그런 선택지를 얘기하는 거냐. 대한민국에 저항하는 극단적 방법 중 하나가 자살하는 거 아녜요. 산다는 거 자체가 타협이죠. 무엇이 정말 급진적인 선택인가, 상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 확인의 포즈만 잡는 것은 문제라고 봐요.

    지젝은 민주주의의 본질이 격차와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런 시각에서 우리 사회에 당면한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개입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이성민 민주주의는 어떤 막다른 곤궁이기도 한데, 정신분석에서는 곤궁의 지점이 바로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의 지점이라고 보고 있어요. 저는 우리 사회에 라캉과 지젝처럼 일종의 ‘사회적인 정신분석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체를 탄탄하게 만들지 말고 주체를 자극하는 사람들. 우석훈 씨가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현우  그건 우석훈 씨의 본의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그를 일종의 알리바이로 만드는 거죠. 진중권 씨도 마찬가지고, 한 사람에게 그런 역할을 몰아주는 것은 자기의 책임을 면제하는 거예요.  

    이성민 그건 우리사회에 사회적 분석가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 입지가 굉장히 좁기 때문인 거죠. 그리고 요즘은 말이 힘을 잃은 시대라 그런지 ‘선생’이라는 용어가 욕처럼 부정적으로 쓰여요. 꼰대라고 하나? 가르침을 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존중감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것 같아요.  

    이현우 우리 애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데 선생님은 ‘교육 서비스업’을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과외 교사를 ‘아, 나한테 안 맞는 거 같아’라고 판단하듯 하는 건데, 우리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이성민 그런데 외적으로 부과되는 권위로서 스스로의 위치를 포기한 것은 잘한 거라고 봐요.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나간 거죠.  

    이현우 저는 권위적인 어떤 포즈는 필요하다고 봐요. 아까 공부에도 강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듯이, 교사나 부모나 그런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는데, 그냥 방치해버리는 거죠. 그냥 솔직하게 ‘교사 별 거 아냐, 난 니네랑 똑같아’ 그런 포즈. 저는 노통이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얘기한 게 제일 불만족스러웠어요. 저는 그런 포즈를 취해서는 안 되었다고 생각해요. 뭔가 가장하고 연기할 필요가 있었던 건데, 그걸 싫어했던 거잖아요. 저는 교사도 그게 큰 손실이라고 생각해요. 뭐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처럼 민주적인 학습형태도 얘기하지만…. 

    이성민 그런 포즈를 취하는, 어떤 새로운 주인을 향한 욕망은 있어요. 민주화가 되면 될수록 그런 욕망은 계속 살아남는 건데.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다른 권위를 원해요. 그런 권위주의적인 권위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 주인이 아니면서 어떤 자극을 줄 수 있는 포지션. 지젝이라면 레닌과 예수가 그런 사람이라고 볼 텐데, 어쨌거나 그런 사람들의 담화가 사회 속에서 일반성을 가져야만 주체들이 변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런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죠. 그거 말고는 개인적으로 별로 뾰족한 해결책이 안보여요. 

    이현우 해결책이 없는 대신에 낙관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전략적 차원에서의 낙관. 전망이 없다는 것은 다 알지만 그럼에도 낙관하는 태도. 

    이성민 우울증을 앓는 것 보다는 낫죠(모두 웃음). 

    09.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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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쟈님앞 < 전상서>
      from 꼴초의 서재 2010-01-02 00:19 
        [뭡니까? 문제의 그 글엔 댓글도 못 달게 막아 두시다니.. 다른글은 삭제해 버리고.. 이쯤되면  할 말이 없소이다. 님의 파워의 실체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겁니까? 할수없이 내 블로그에 올려놓지만 논쟁과 비판을 허락하지 않는 철학은 더이상 철학이 아닙니다. 금방  바닥 드러나는 사상누각일 뿐입지요. ~] 님! 정말  말장난이 뭔지 지대루 아시는 분이십니다. 그래, 우리 타이 풀
     
     
    목동 2009-12-0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움직이다 쓸어질 네 이름이여, 그대 이름은 인간이니, 다시 일어서서 찾고 찾아라, 쓸어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너머 너네들이 지극하게 저항하며 참고 성실하게 계획하여 부딪쳐라. 그리고 혼자 가서 공부하라!

    로쟈 2009-12-04 09:19   좋아요 0 | URL
    공부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가며 하는 것이죠...

    2009-12-05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의 저공비행' 방문자 100만 돌파를 앞두고 조촐한 이벤트를 엽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순전히 방문자 수를 빌미로 제가 이벤트를 여는 건 처음인 듯합니다(그렇다고 다른 이벤트를 자주 여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 서재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미미했던 방문자 수가 거의 6년만에 이제 100만명을 넘어서게 되는데, 감회가 새롭습니다(라고 적고 싶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다만 숫자 한단위가 넘어가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약간 궁금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100만명의 관심과 성원 덕분은 아니고, 주로 매일같이 서재를 드나드시는 분들의 '반복강박'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하튼 그러한 성원에 감사드리며, 며칠 궁리한 끝에, '고전적인' 캡쳐 이벤트를 하려다가, 문득 제가 그런 걸 할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는 바람에(제가 한번도 그런 이벤트에 참여해본 적이 없는 탓에!), 역시나 고전적인 4행시 이벤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저. 공. 비. 행'에 맞춘 4행시를 100만명 돌파 시점으로 예상되는 토요일(12월 5일) 자정까지 댓글로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일요일에 모처에서 제가 위촉한 복수의 심사위원들과 은밀한 심사를 한 후에 월요일에 당선작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혹 시재가 넘쳐나시는 분들도 정선하여 한 작품만 응모해주시길).   

    당선자는 무순으로 세 분을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세 분 이상은 응모해주실 거란 기대하에). 그리고 조촐한 이벤트니만큼 상품도 조촐합니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산책자, 2009)와 이 책을 펴낸 산책자에서 출간한 책 가운데 원하시는 한 권, 그렇게 두 권이 선물로 준비되겠습니다(혹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이미 갖고 계시다면 다른 책 두 권을 고르셔도 됩니다). 매우 조촐한 이벤트이긴 하나, 또 다른 이벤트를 기대하자면 향후 몇 년 후에나 가능한 '200만명 돌파 이벤트'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참여가 있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생각해보니, 다른 책의 출간 이벤트는 가끔씩 있을 듯하네요). 그럼 이만... 

    09.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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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만명 돌파' 이벤트 당선작 발표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09-12-06 23:46 
      방문자 '100만명 돌파' 기념 이벤트의 당선작을 발표해드립니다. '저.공.비.행' 4행시 응모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심사는 저와 협찬을 맡은 산책자에서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가운데, 3편의 당선작과 (추가로) 5편의 가작을 선정했습니다(4행시의 경지를 보여주신 Joule님의 작품은 두 편을 골랐다). 당선작에 뽑히신 3분께는 <로쟈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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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곡 2009-12-0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도 미리 축하드리겠습니다 로쟈님! 백만이 얼마남지 않으셨다구요~ ^^
    공 공연히 눈팅만 하던 제가 이런 사행시를 해보는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다른 글들을 읽어보니까 제 사행시는 남들과
    비 비교도 안되지만 그래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해요. 군대에서 로쟈님의 책을 보고
    행 행군하면서도 참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쟈님!

    비로그인 2009-12-0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 저승 가서 셰익스피어 여동생하려면
    공 -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하는데
    비 - 비에 젖은 낙엽마냥 몸이 축 처져있어
    행 - 행여 열정마저 사라질까 두렵네.

    hitonme 2009-12-03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는 눈팅을 늘 하며 로쟈님의 서재를 자주 들락날락거렸구요
    공- 공짜로 책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심봉사가 개안하듯 눈이 뜨여 처음 댓글을 쓰네요
    비- 비록 눈팅만 했을지라도 방문수 100만 돌파에 기여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
    행- 행운이 저에게 온다해도 오지 않는다해도 로쟈님의 서재를 계속 들락날락거릴겁니다.

    처음 댓글을 달아보네요. 늘 책에 대한 양질의 정보 잘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녹차 2009-12-03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 절박한 사람을 보라
    공, 공부하는,
    비, 비수처럼
    행, 행복한

    비로그인 2009-12-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低)질량으로, 타원궤도를 가지고 태양주위를
    공전하며, 스스로 핵융합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비생성하고, 태양빛을 반사하여 빛나는 천체를
    행성이라 합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12-04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건 차라리 알라딘 리뷰대회 1등하는게 훨씬 쉽겠어요.

    dungenesscrab 2009-12-0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렴하게
    공, 공부해서
    비, 비싸게
    행, 행동하자
    ................ 아. 저렴한 사행시.
    (저는 로쟈님 책 있는데, 한 권 더 주시면 여자친구랑 같이 읽겠습니다)

    만폭동 2009-12-04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리로 융자해 드림!!

    공 공짜, 무료도 가능!!

    비 비어있는 통장 확실히 채워드림!!

    행 행복만땅!! 119 로쟈 머니, 축하~~

    무스탕 2009-12-0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저 고개만 까딱거리고 있어요.
    공연히 나서서 주책부리고
    비밀글도 아닌 글 남겼다가
    행여나 망신살 뻗칠까봐요

    환상의 숫자 백만힛 축하드립니다 ^^*

    오늘 368, 총 998899 방문

    Joule 2009-12-0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다음 달에 떠나요.

    공항까지 나오실 필요 없어요.

    비행기 말고 버스 타고 갈 거거든요.

    행복하지가 않더라구요, 당신 옆에서는.

    Joule 2009-12-0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금한 돈이 다 떨어졌어요.

    공제 들어놓은 것도 다 찾아 썼어요.

    비자금 바닥난 거야 오래 전이죠.

    행상이라도 나갈까 봐요.

    Mephistopheles 2009-12-0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돌적인 돌파력을 가진 추진력이 있다 해도
    공 공생을 먼저 생각하는 선견지명이 있다 해도
    비 비리를 못 지나치는 정의감이 넘쳐 있다 해도
    행 행여 자신의 밥그릇이 침범되면 난리가 난다지요.

    Mephistopheles 2009-12-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무는 겨울해가 시뻘겋게 가라앉고
    공 공중에 흩날리는 찬바람도 잦아들 때
    비 비상하는 겨울철새 뒷자락을 따라올라
    행 행선지도 필요없이 먼길을 떠나고 싶네

    Joule 2009-12-0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안 만나겠다고 하신 거 말이에요.

    공인이라서 그렇다는 건 뻥이죠.

    비정규직이라서 그런 거잖아요, 제가.

    행여나 길에서 부딪쳐도 아는 체하지 마세요.

    비연 2009-12-0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 사람이
    공 공연히 심사가 뒤틀려
    비 비아냥대는 것이니
    행 행여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연두부 2009-12-0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읽기에 대해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공짜로 책을 얻는 것도 즐겁지만

    비싸서 못 사고 미뤄뒀거나, 절판된 책을 어렵게 구해서 읽는 경우는

    행간에 담긴 책의 내용이 남다르게 마음에 와 닿더군요.

    다락방 2009-12-0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이 이벤트에 당첨되고 싶은데
    공들여 생각해도 기똥찬 아이디어가 안나와서
    비결이 도대체 무얼까 어떻게 해야할까 아무리 머리 싸매도
    행여 무시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요

    다락방 2009-12-04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지방 식품을 먹지 않으니
    공중부양은 택도 없는 소리 어쩔수 없이
    비행기 탔는데
    행여 누가 뒤에서 구름 사이로 밀지 않을까 한숨만 나는구나

    다락방 2009-12-0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저 남자가 니 남자냐
    공중파에서 복근 드러내는 2PM
    비밀인데요
    행복은 짐승돌의 복근에 있는거에요

    다락방 2009-12-0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집 고기가 맛있다고? 아니
    공짜로 먹는 고기가 제일 맛있지
    비곗살까지 먹긴 싫지만 그래도 고기 먹을때가 제일
    행복해

    다락방 2009-12-0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남자가 나한테 반한것 같구나
    공연히 전화번호를 물어보네 일단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하고 전화번호를 알려줬더니 차 한대만 사라는구나
    행복은 정녕 나랑 먼 얘기인가

    infini 2009-12-0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인망 어선처럼 책의 바다를 훑어 싱싱한 생각거리를 낚아내시는
    공력 오만단의 로쟈님, 감사드리고, 블로그 10만명 돌파 축하드려요.
    비록 로쟈님의 블로그를 구독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행복은 독서 속에도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해 주셨네요.

    돼지타고붕붕 2009-12-05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는 본래 쥐였어요.
    공 공동체를, 공공성을 파괴하는 쥐.
    비 밀이 많아 자하로 숨었던 쥐.
    행 동하기 전에 생각이 필요한 쥐.

    Joule 2009-12-05 10:19   좋아요 0 | URL
    이거 좋은데요.

    꼼미 2009-12-05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강물에 비친 달은 천개의 형상일 지라도
    "공" 중에 떠있는 달은 그저 하나의 달일뿐
    "비" 천한 인간으로 그 한개의 달을 건져 올리는 길은
    "행" 복을 쉼없는 공부 속에서 찾으려는 그 마음이 아닐까

    미국에 살고 있는 아무리 해도 철이 들지 않는 40대 아줌마입니다. 끝없이 공부 하자는 로쟈의 말에 무척 공감을 하는. 로쟈님이 나누는 세상과 지식에 대한 정보가 외떨어진 제 일상에 힘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감사한다는 말을 꼭 한번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결국 회원 가입을 했네요). 미국에서 로쟈님의 책을 받게되면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그 기쁨을 상상하며 행사에 참여해 봅니다. 축하드리고, 늘 깨어 있는 지식인으로 많은 사람들 곁에 계셔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Joule 2009-12-05 10:27   좋아요 0 | URL
    꼭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

    비로그인 2009-12-0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어새 물밑도는
    공활한 바닷가
    비감 한줄기
    행려를 사로잡네...

    100만 돌파...축하합니다.^^*

    물방울 2009-12-0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공비행을 처음 밟을 때의 느낌은
    공활한 토지를 바라보는 것처럼 생경하게 다가왔다.
    비밀스럽게 발을 디디며 로쟈님의 공간 속에 숨어 들었다.
    행복감과 두려움속으로 빠져드는 매일매일, 그 느낌의 향연속으로.

    100만 돌파!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롱런 하시리 바랍니다.

    Joule 2009-12-0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울에 올라가기가 두려워.

    공연히 마음만 상할 게 뻔해.

    비록 배가 좀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괜찮아.

    행동 체력이야 원래부터 저질이었다구.

    Joule 2009-12-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 내내 청소만 했어.

    공들여 쓸고 닦았지.

    비질도 하고, 걸레질도 싹싹.

    행주까지 삶았더니 기분이 아주 개운해.

    sophie 2009-12-06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하늘 아래 낮게 뜬 비행기

    공연히 들뜬 마음은 구름 사이를 헤집고

    비스듬히 창가에 기대어 내다보니

    행선지를 가늠하는 백만 명의 발자취..


    로쟈 2009-12-0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phie님을 마지막으로 이벤트 응모를 마감하겠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안으로 당선작을 가려서 내일(월) 중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Joule 2009-12-06 13:07   좋아요 0 | URL
    근데 요즘 로쟈 님 말줄임표 자주 쓰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잘 안 쓰셨던 것 같은데.

    로쟈 2009-12-06 14:05   좋아요 0 | URL
    흠, 자주 쓰는 편인데요. 페이퍼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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