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여성 작가 빅토리야 토카레바(1937- )의 중편소설 <눈사태>(지만지, 2010)가 번역돼 나왔다. 내가 알기에 토카레바의 작품으론 <러시아 여성의 눈>(경희대출판부, 2005)에 실린 단편 <늙은 개>가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전부다(이 단편집에는 바실렌코와 울리츠카야, 페트루셉스카야 등의 작품이 더 실려 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해설을 보니 현대 러시아인들의 일상생활을 담은 '세태묘사'의 대표적인 작가로 소개된다. 역자는 토카레바의 중단편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국내에서는 유일한 전공자이지 않을까 싶다.   

토카레바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현역 여성작가로 톨스타야, 페트루셉스카야, 울리츠카야 등과 함께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정도다. 이 중 톨스타야의 경우는 작품집이 두 권 번역돼 있고,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울리츠카야의 경우도 조만간 한두 작품이 소개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    

 

다시 토카레바로 돌아오면, '일상적 휴머니즘' 작가로 분류된다고 하는데, "고단한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살아있는 사랑의 작용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의 '일상적 휴머니즘'이란다. <눈사태>는 1995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흥미로운 건 2001년에 영화화되기도 했다는 점. "불륜, 욕망, 이혼, 가족의 해체, 마약, 알코올중독 등과 인간존재의 근원적 질문인 인간의 운명, 삶, 사랑, 행복" 등을 다룬다고 한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고.  

주인공 메샤체프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멸시와 천대를 받았던 유년의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지만, 중년이 된 지금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며, 안정된 가정의 성실한 가장으로 나름대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러나 음악과 가족밖에 모르던 그에게 젊고 아름다운 률랴가 나타나면서 그의 인생은 한순간에 파멸을 향해 치닫는다. 결국 그는 느닷없이 밀어닥친 '눈사태'와 같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욕망에 휩쓸려 여태까지 쌓아올린 삶의 모든 것을 상실해버리고(가족과 재산은 물론, 심지어 그의 음악적 재능까지도),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죄책감만을 안고 홀로 남게 된다.

한국형 드라마로도 잘 어울릴 만한 스토리다. 영화로는 어떻게 옮겼을까? 한번 찾아봐야겠다... 

10. 01. 31.  

P.S. 참고로, 내가 기대하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1943- )의 책들은 독어와 영어로 다수 번역돼 있다. 영역된 작품으론 <소네치카>, <메데이아와 그녀의 자식들>, <장례식 파티> 등이 알라딘에서도 검색된다. 외모에서부터 지성파 작가란 인상을 팍팍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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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10-01-3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동과 이변 그리고 갈등 등이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영미문화권 외로 동아남나 일본문학,스페인 문학, 프랑스와 독일 문학 등을 비롯하여 제3세계 문학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러시의 현대문학은 어떤 흐름인지를 여류작가의 작품으로 알 수 있겠군요.

로쟈 2010-02-01 14:56   좋아요 0 | URL
상대적 덜, 미흡하게 소개되고 있어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