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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V양 사건 초단편 그림소설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고정순 그림, 홍한별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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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나지 않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이 있을까. 그 대신 세상에 말 거는 버지니아 울프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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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모여 글쓰기를 시작했다 - 금요일에는 글을 쓰기로 한 여자들
정지연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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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에 한 번 놀라고 팀워크에 두 번 놀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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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심장 훈련
이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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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고 말하며 얼굴을 한껏 찌푸리는 여자아이를 세상은 어떻게 대할까. 무방비 상태의 아이에게 맥락 없는 폭력의 폭격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한다. 소녀 곁에 있는 부모, 선생, 상사 등 ‘어른’들은 소녀의 비명과 울음을 반항과 야수성으로 보고 약자를 향한 폭력으로 되갚아 준다. 먹잇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자신들이 받았던 폭력을 대물림할 뿐이다.
무력한 소녀는 무엇으로 대항할 수 있을까? <어린 심장 훈련>의 주인공은 상상력으로 눈앞의 세상을 불태워 버리려 한다. 검은 말의 몸피를 지닌 총신을 손에 넣고 상상력을 쏘아 올렸다가 수직 낙하시키기를 반복한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활주로를 달리는 소녀의 폭주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이미 질주해 봤던 사람이다. 그들은 선배,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친구, 언니, 이모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생이 무엇인지 먼저 체험하고 흔쾌히 경험을 나누어주는 이들. 때론 용감하고 때론 사려 깊은 그들은 고요하게 실행한다. 성숙만이 할 수 있는 의젓한 이해의 영역으로 먼저 들어가 이리 와 보라 청한다. 이모이기도 하고 언니이기도 한 존재들은 소녀의 이런 몸부림을 혼란 속 구조 요청으로 받아들인다. 보살피고 감싼다. 소설 속 이야기는 다르게 쓰이기 시작한다.
“아이와 너, 둘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해.” 양육의 현장에서 갈피를 못 잡을 때 멘토가 해 주었던 말을 상기한다. 아이가 동요할 때 사소한 것에 치를 떨며 아이보다 격하게 흔들리는 어른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어른이 되려고 애쓴다. 약자인 아이에게 신체적/정신적 폭력으로 앙갚음하는 어른이 아니라, 넉넉한 품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너무 가까운 거리 때문에 엄마로서는 성공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이모나 언니 정도의 거리라면 좋겠다. 식견을 나누어주고 삶의 방식을 보여주며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어린 심장 훈련>을 앞서 거쳐 온 언니라면 어떨까. 그러면 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나는 항상 들고 다니는 책이 정해져 있었는데, 그 책은 한 문장 한 문장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책으로, 어느 문장이든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다기보다는 오랜 토론이나 기나긴 설명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그 책은 누가 뭐라 해도 가장 소중했던 것 중 하나로서, 증오와 절망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던 내 생의 기둥이었다. 나는 종종 그 책을 덮고 기도 중인 바스마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생에 대한 의지로 가득했던 그 두 눈을. (244쪽)

그런 식의 기이한 충동, 해명 불가능한 충동이 나를 어떤 장소롤 끌어당기거나 어떤 행위를 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나는 종종 불가해한 것에 매료되고,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면서-혹은 바로 그 무의미함 때문에-온몸을 던져 다이빙한다. (245쪽)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그 말을 했던가? 바스마도 사실 다이빙을 사랑한다. 이러한 공통점이 줄곧 우리의 우정을 돈독하게 했고, 우리를 불가해한 풀장으로 초대했다. 우리 둘에게 차이가 있다면 그녀가 언제나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다는 것이다. 나는 방방 들뜨고, 곧잘 흥분하고, 어린아이처럼 슬픔에 잠기는 면이 있는 반면, 그녀는 나를 냉정히 붙잡아 주곤 했다.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다가도.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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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입고 - 오은의 5월 시의적절 5
오은 지음 / 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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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내내 오은 시인의 글로 하루를 참신하게 시작했다. 햇볕이 가득한 <초록을 입고>는 신선도가 높아 아침에 읽기 매우 좋은 글이다. 페이지마다 낡은 단어들에 새 옷을 입히는 시인의 단정하고 다정한 손길이 가만사뿐하게 스며있다.
5월 10일, 19일, 30일에 적힌 적바림은 술술 읽어지지 않았다. 한바탕 말놀이를 펼칠 때면 밀도높은 현란함에 멀미가 날 것 같기도 했다. 한 단어 한 단어 곱씹어야 해서 소화하기 쉽지 않았지만, 속이 꽉 찬 통곡물을 씹어먹는 마음으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이 또한 시인이 말한 '요철'인가보다.
오은 시인의 글을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며칠 따라 읽다보니 책을 끝까지 읽기도 전부터 단어와 시, 글쓰기를 향한 시인의 태도와 자세에 리스펙하는 마음이 절로 올라왔다.
나는 강박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루틴을 림보와 마찬가지로 여기는, 못말리는 부분이 있다. 내가 꾸준히 하는 일이 있다면 아마도 자꾸만 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좋아하는 일일 것이다.
자유로운 변화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바와는 달리 매일 할 몫일이 있어 얌전하고 예측가능한 나날을 보내고는 있다. 다만 다채로운 일상을 구성하는 것을 정신적 생존의 한 방편으로 삼고 있기에, 책을 읽을 때 만큼은 그때그때 욕구가 당기는 쪽으로 기분 내키는대로 읽는 편이다. 책 속으로 훌쩍 짧은 산책을 다녀온달까.
보통 책을 손에 넣어 앞부분을 읽다 보면 이 책은 하루 중 언제쯤 읽으면 좋을만하다는 느낌이 온다. 아침에는 새벽을 여는 상쾌한 감성이 담긴 책, 하루를 버틸 힘을 북돋워주는 희망적인 내용의 책이나 집중해서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정보가 들어있는 책을 읽는다. 낮 동안 짬이 생기면 긴장을 풀 수 있는 편안한 에세이나 물 흐르듯 줄거리에 빠져들 수 있는 소설을 읽는다. 저녁에는 그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손이가는 책을 펼치고, 북클럽에서 읽기로 약속한 분량이 남아있는 책을 숙제처럼 읽기도 한다.
오은 시인의 <초록을 입고>는 이른 아침에 읽기 참 좋은 책이다. 그 날이 어떤 날인지 알려주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인의 유니크한 사유를 만날 수 있다. 하루 글의 말미에는 시인이 발견한 뜻밖의 단어를 선물 받는다. 새롭게 찾아온 단어를 음미하며 한 나절씩 보냈다.
매년 5월이면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 번 읽고 말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해마다 5월은 오은 시인의 <초록을 입고>가 있어 한결 든든할 것 같다. 방황하는 마음도 단단히 붙잡아 줄 것 같으니.
5월 12일은 나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나라는 인간의 '형식'이 바뀐 날이다. 한 인간의 형식이 바뀌어야 새로움이 찾아온다는 말이 마침 그 날의 본문에 들어 있었다. 요즘 루틴을 바꾸어 나라는 인간의 형식을 다시 만들어가는 중이다. 내년 이맘 때는 좀 더 솔직한 몸을 갖추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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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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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은 85세가 된 비비언 고닉이 2020년에 펴낸 책이다. 여전히 건재함에 놀랍고 평생 글쓰기를 놓지 않음에 감탄이 나온다. 노년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하는 힘은 어디에서 솟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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