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때문에 그래픽 노블의 걸작이라는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를 읽어보게 됐다. 책은 지난 5월에 출간됐는데, SF독자라면 이번 여름 필독 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겠다. 늦게나마 서평기사를 챙겨놓는다.

한겨레(10. 05. 29) 지구 저편 ‘어둠의 도시’에선 무슨 일이?

소녀 마리는 갑자기 기울어져버렸다. 사선으로 서 있고 걷는다. 그 탓에 어디서건 ‘왕따’다. 서커스단만 마리를 반긴다. 자신을 고쳐줄 유일한 과학자를 찾아가니 그는 마리가 다른 행성의 중력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천체의 축 정반대편에 있어 관측이 불가능하다는 미지의 세계다. 마리는 그곳을 향하는 우주선에 올라탄다. 마리가 사는 세계는 지구와 닮았지만 지구는 아니다. 그 반대편 ‘어둠의 도시들’로 이루어진 대륙이다.

지구의 화가 오귀스텡은 평론가들의 혹평에 질렸다. 그는 도시를 떠나 오브라크 고원지대를 떠돌다 저택을 발견하고 그 벽에 홀린 듯이 둥그런 구(球)들을 그린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느 구 하나에 균열을 만든다. 이후 그는 그 집 어두운 복도를 빨려 들어가듯 걷다 다른 세계로 넘어간다. 어디인지 어느 때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마리와 오귀스텡은 만난다. 



이 기묘한 이야기가 1983년부터 이제까지 이어져온 에스에프 만화의 걸작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의 문을 연다. 브누아 페테르스가 글을 쓰고 프랑수아 스퀴텐이 그림을 그린 이 시리즈는 총 16권, 거기에 디브이디, 각종 관련 전시, 세미나 등으로 가지를 쳤다. 두 사람은 27년 동안 지구의 반대편 거울 세계, 검은 도시들의 대륙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문으로 들어왔으면 조심해야 한다. 다시 나가기 어렵다. 마리 이야기를 어떻게 읽고 싶나? 달라서 배척당하는 소수자의 삶,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다. 그렇게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비트는 이야기일까? 우리가 아는 세계는 반쪽뿐이고 진실은 그 너머에 있다는 암시일까? 이 거울, 우리 모습을 비춘다 싶어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는데 어느새 기괴한 상상의 세계를 투영해 시선을 묶어둬버린다. 잡았다 싶으면 그새 모습을 바꿔버리는 동물, 그래서 끝까지 좇게 만드는 새다.

이 거울의 매혹적인 수작은 <보이지 않는 국경선>에도 이어진다. 신참 지도제작사 롤랑의 이야기이다. 소드로브노볼다치 정부는 지도제작국을 활용해 ‘위대한 영토의 국경’을 확정하려 한다. 지도제작사들은 종교의 지도, 물류의 지도 등 모두 달라 국경은 확정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해도 소용이 없다. 정부는 팽창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제작국에서 사람의 섬세한 결은 사라지고 기계가 지도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런 혼란 통에 롤랑은 스코드라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 여자 등에서 옛 국경과 일치하는 지도를 발견한다. 공격적 민족주의의 대한 경고일까? 인간에게서 오직 지도만 봤던 지도제작자의 비극일까?

<우르비캉드의 광기> 속 우르비캉드는 계획도시이다. 이 도시의 파국은 로빅의 책상에서 비롯됐다. 희한한 육면체를 책상 위에 놓아뒀는데 그게 식물처럼 점점 거대하게 자라 갈라진 남과북, 사람들을 잇는다. 이 이야기는 육면체에 대한 한 보고서로 마무리된다. “비인간화된 도시에 대한 자연의 승리”, “무정부주의적인 전복의 움직임”…. 육면체에 대한 여러 해석을 설명한 뒤 보고서 작성자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간단하지만 무한한 결론으로 열려 있는 이 구조물은 신들이 어둠의 도시에 사는 인간들에게 보낸 신비한 물체다. 신들은 이를 통해 인간이 제아무리 오만해도 결국 세상 만물의 본질은 그 신비로움에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 자체가 이 육면체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무한한 결론으로 열려 있는 이야기, 세상의 비밀, 상상의 경계를 다 담을 때까지 끊임없이 확장해가는 이야기 말이다. 황홀한 그림체와, 건축 지식, 철학적 상징으로 뭉친 이 육면체 퍼즐은 너무 익숙해 못 보던 우리 자신의 세상을 낯설게 보여주거나, 또는 그 너머의 세계를 그리며 신비한 마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세미콜론은 시리즈 가운데 모두 열두권을 출간할 예정이다.(김소민기자)

10.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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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를 읽다가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어슐러 르 귄이다. 이미 SF 독자라면 페이퍼의 제목이 르 귄의 두 작품명이란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샌델이 인용하는 건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인데(63쪽에 인용돼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바로 떠올려주기에 흥미가 생겼다. 정작 르 귄은 윌리엄 제임스의 책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그러니까 도스토예프스키와는 간접적인 영향관계다). SF소설로서라기보다는 유토피아 문학으로 대표작 <어둠의 왼손>과 <빼앗긴 자들>을 읽어볼까 싶다. 오래전 글이긴 한데, 정재승 교수의 소개글을 참고삼아 챙겨둔다.    

  

씨네21(02. 12. 07)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과 <빼앗긴 자들>

올 한해 두드러진 출판경향 중 하나는 그동안 문단과 독자로부터 냉대받아온 추리소설의 주요 작품들이 완역·출간되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난 도일의 걸작 <셜록 홈스 전집>과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이 큰 인기를 누리는가 하면, 추리문학의 숨은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브라운 신부 전집>이나 고급 역사추리소설 <캐드펠 시리즈>가 완역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추리소설과 함께 아웃사이더 장르 취급을 받아온 SF소설의 걸작들도 하나둘씩 다시 출간될 채비를 하고 있어 각별히 주목된다. 그 첫 번째 신호탄으로, 미국 SF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F소설가 어슐러 K. 르 귄의 수작 <어둠의 왼손>(시공사 펴냄)과 <빼앗긴 자들>(황금가지 펴냄)이 세련된 편집본으로 재출간된 것은 자유추리문고 문고판으로 처음 르 귄을 접했던 SF마니아들에겐 감격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일반 SF소설을 뛰어넘어, 우리나라에선 아직 소개가 미흡한 ‘유토피아 문학’의 정수라는 점에서 일반 독자들에게도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르 귄은 ‘헤인 시리즈’라 불리는 일련의 소설 속에서 우주 전체에 흩어져 살고 있는 헤인인들이 거주 행성의 환경에 맞춰 독특한 문명과 세계관을 형성하며 살고 있는 독특한 상황을 설정했다. 이때 광속을 뛰어넘는 통신수단 ‘엔서블’이 발명되면서 이들 문명은 서로 충돌과 연합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로캐넌의 세계>(1966)에서부터 최근작 <세계의 탄생일>(2002)에 이르기까지 11편의 헤인 시리즈 작품들 중에서도 <어둠의 왼손>과 <빼앗긴 자들>은 권위있는 SF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할 정도로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어둠의 왼손>은 지구를 모태로 하는 에큐멘 연방에서 인류 연대를 위해 파견된 대사 ‘겐리 아이’가 여러 난관 끝에 에스트라벤의 도움으로 결국 게센과 동맹을 맺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소설에서 과학기술의 진보는 유토피아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전제가 아니며, 좀더 중요한 것은 인간 정신의 성숙, 즉 인간과 인간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빛은 어둠의 왼손. 따라서 빛과 어둠, 두려움과 용기, 추위와 따뜻함, 여성과 남성은 둘인 동시에 하나인 것이다’라는 대사는 르 귄 자신이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게센인이 남녀 구분이 없는 양성인으로 나오며, 26일을 주기로 ‘케머’라는 발정기 때에만 두 성으로 발현되는 설정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빼앗긴 자들>에선 쌍둥이 행성 우라스와 아나레스가 배경이다. 두 행성의 교류를 위해 물리학자 쉐벡이 우라스에 파견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환경은 황폐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평등과 자유를 실현한 아나레스와 환경은 풍요롭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 우라스가 어떻게 화합의 다리를 놓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집단주의와 자본주의가 만났을 때의 화학반응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간의 첨예한 이념 대립의 지구촌 유일한 접점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각별한 의미로 읽힌다.

르 귄은 책 서문에서 자신의 소설을 일종의 ‘사고 실험’으로 읽어달라고 요구한다. SF소설가는 현재의 과학기술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예언가나 미래학자가 아니라, 독특한 허구적 설정을 통해 현재의 인류와 사회에 대해 기술하는 작가임을 강조한 것이다.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라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떠올려 본다면, 이 거대한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이 책은 우리 모두를 ‘진정한 발견자’로 만들어줄 것이다.(정재승/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10. 07. 14.  

P.S. 참고로, '오멜라스로 떠나는 사람들'의 우리말 번역본은 르 귄의 작품집 <바람의 열두 방향>(시공사, 2004)와 SF작품선 <마니아를 위한 SF걸작선>(도솔, 2002) 두 종이 있다. 인터넷에서도 번역본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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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5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의 관심도서는 빅토리아 알렉산더의 <예술사회학>(살림, 2010)이다. '예술사회학'이란 타이틀 자체가 오랜만이어서 반가운데, 개인적으론 아르놀트 하우저, 자네트 월프, 피에르 부르디외 등이 이 분야의 관심저자였다. 각각의 대표작으로 <문학과 예술사의 사회사>, <예술의 사회적 생산>, <예술의 규칙> 등이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다. 알렉산더의 원저는 2003년에 출간됐는데, 2000년대에 나온 책은 뭔가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따로 '예술사회학'이란 타이틀의 책은 드물기에 최근에 나온 예술분야 신간을 묶어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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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회학- 순수예술에서 대중예술까지
빅토리아 D. 알렉산더 지음, 최샛별.한준.김은하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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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란 무엇인가- 문화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천재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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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베를린의 미술과 미술 환경에 관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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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련의 파리 예술 기행 : 미술 건축- 아는 만큼 깊이 사랑하게 되는 곳,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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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7-13 23:13   좋아요 0 | URL
자네트 월프와 하우저의 책만 봤네요..자네트 월프의 책은 <철학과 예술사회학>만 읽어봤습니다..부르디외의 위의 책은 못봤네요. 아래 올리신 다섯권책들중 갖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군요..예술사회학은 아니지만 유리 로트만의 저서와 월프의 책들을 읽어본 경험상 좀 지루한 분야의 책들인거 같습니다. 별로 땡기지 않는다는..ㅎㅎ 하우저의 책은 볼만 했습니다만..^^

로쟈 2010-07-14 08:01   좋아요 0 | URL
다섯 권은 모두 신간이고 저도 아직 갖고 있지 않습니다. 로트만은 예술사회학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 넓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월프의 책은 저도 재미없었지만, '예술사회학'이란 분야를 개척한 공로가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 이후의 진척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편의점에서 한국일보를 사들고 동네 분식점에 가 콩국수를 먹으며 읽었다. 가장 읽을 만했던 건 '삶과 문화' 꼭지에 쓴 신형철 평론가의 칼럼이다(이번에 새 필진으로 가세한 듯하다). 제목부터 '아, 즐거운 체호프!'이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일보(10. 07. 13) 아, 즐거운 체호프! 

예컨대 이런 글은 얼마나 진부한가.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나오는 리틀 피플의 차이를 살펴보면 전자는 외적 억압의 상징이고 후자는 내적 병리의 반영이다,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는 외부의 억압이 아니라 내면의 공허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 있다, 무라카미가 60년 만에 오웰을 다시 쓴 것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1984년 이전으로 후퇴했다, <1Q84>가 독서계를 휩쓸고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불행하게도 <1984>일지 모른다….

이런 내용의 글을 쓸 뻔 했다. 이미 너무 많은데 또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어 접었다. 진부한 세상이 진부한 칼럼을 양산한다. 칼럼니스트의 잘못이 아닐 것이다. 도대체 다른 시각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순하게 엉망인 현실 때문이다.

적어도 이 지면에서만은 즐거운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길. 분노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념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제는 일일이 분노하기조차 지쳐버려서, 그저 이 나라는 안 된다고 체념하면 속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체념하면 지는 것이다. 힘 있는 어떤 분들이 세계를 거꾸로 되돌리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으니 우리도 각자 분야에서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체념하지 않으려면 즐거워야 한다. 그분들이 잠 안자고 시뻘건 눈으로 열심히 할 때 우리는 충분히 자고 낄낄대면서 해야 한다. 그런 태도를 배워보기로 하자. 레이먼드 카버의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소설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체호프의 산문을 읽는 일은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인생은 지독하게 재미없는 농담과 같지만 그런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만약 여러분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성냥에 불이 붙었다면, 호주머니 속에 화약창고가 들어있지 않았음을 기뻐하고 하늘에 감사하십시오. 여러분의 별장으로 가난뱅이 친척들이 들이닥치거든 새하얗게 질리지 말고 환호작약하십시오. 경찰이 아니어서 얼마나 행복한가! 손가락이 가시에 찔렸을 때에도 기뻐하십시오. 눈을 찌르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아내나 처제가 피아노를 두드려대기 시작하거든 발끈하지 마시고 뛸 듯이 기뻐하십시오. 당신은 들개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있거나 고양이들의 연주회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연주를 듣고 있으니 말입니다. 만약 아내가 여러분을 배신한다면 아내가 배신한 것이 조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뻐하십시오."- <인생은 아름다운 것>에서.

아, 즐거운 체호프! 비슷한 맥락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세상의 바보들에게는 웃으면서 화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했고 무라카미 류는 적들에게 복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 체호프를 따라 이렇게 말하자. 국가적인 비극의 조사결과를 오류와 실수투성이로 발표해 망신을 당하고 세계가 조롱하는 국책사업을 개발독재 시대의 마인드로 밀어붙이는 한편, 민간인을 불법 사찰해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특정인의 TV 출연을 막기 위해 제작진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대한민국을 30년 전으로 되돌린 이 황당하고 창피한 정부 밑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2년 넘게 남았다는 사실에 머리를 쥐어뜯지 말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십시오. 20년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10. 07. 13. 

P.S. 나도 며칠 후에는 칼럼을 써야 하기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는데, 덕분에 좀 '가벼운' 기분으로 써보기로 했다. 매번 머리를 쥐어뜯게 되지만, 그래도 4주에 한번씩일 뿐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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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통령은 정말 잘 뽑고 볼 일이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7-17 10:02 
    경향신문에서 '목수정의 파리통신'을 옮겨놓는다(지난번 신형철 칼럼과 짝을 이룰 만하다). "대통령은 정말 잘 뽑고 볼 일이다"가 제목이어서, '좀 센데!'하며 클릭했는데, MB 얘기가 아니라 사르코지 얘기였다. 하지만 결국 MB 얘기. 위안거리는 그렇게 잘났다는 프랑스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 베를루스코니를 총리로 둔 이탈리아 국민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번 월드컵에서 나란히 죽을 쒔다는 점도 공통적
  2. 인생의 아름다움과 비극적 유머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06-11 01:48 
    오늘자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읽기'를 옮겨놓는다. 체호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 대한 '해럴드 블룸의 읽기'를 바탕으로 적은 글이다.번역본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귀부인>(고려대출판부), <사랑에 관하여>(펭귄클래식코리아)에 실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참조했다.참고로 국내에 소개된 체호프 단편집은 이 작품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그렇
 
 
델러웨이부인 2010-07-13 14:30   좋아요 0 | URL
즐거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쟈 2010-07-13 19:12   좋아요 0 | URL
저는 전달자일 뿐인데요...

미지 2010-07-13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사드립니다 ~

로쟈 2010-07-13 19:12   좋아요 0 | URL
제가 대신 감사를 받는 건가요?^^

비로그인 2010-07-13 19:01   좋아요 0 | URL
배신할 아내가 없어서 안타깝네요 ㅋㅋ
매번 머리를 쥐어뜯게 되지만?
이건 상상이 잘 안 되네요.
이렇게 얘기하면 화내실지 모르겠지만 늘 술술 힘들이지 않고 쓰시는 것 같아서요^^

로쟈 2010-07-13 19:08   좋아요 0 | URL
나름대로 쥐어뜯습니다.^^;

paul 2010-07-13 19:10   좋아요 0 | URL
이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일상적 대화의 주제가 된 듯하군요. 정말로 30년 전으로 되돌려진 시간이라면 오히려 지금의 대응방식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행동이 결여된 '비판의 말들'이 유희되고 소비될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왜 대부분의 조소섞인 비판들이 2년이라는 유예를 굳이 들먹이며 고통의 시간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에 골몰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2년 뒤에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인데, 단지 시간의 (길고) 짧음이라는 추상적 안위에 안도하라는 충고가 지나치게 허무하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요. 더 가볍게 읽는다면야 물론 문제 될 것은 없겠죠. 웃으면서 화내는 것은 더 어렵지만, 아직 우리들은 정당하게 화내는 법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로쟈 2010-07-13 19:12   좋아요 0 | URL
"체념하지 않으려면 즐거워야 한다"는 게 한 가지이고, 분노도 축적하려면 즐거움의 외양을 필요로 한다는 게 다른 한 가지입니다. 사실 정색하고 비판하기엔 너무 엉터리 같기도 하구요(천안함 조사결과도 그렇지만). 안에서부터 바가지가 새기도 하고...

루딘 2010-07-14 08:27   좋아요 0 | URL
아내는 배신을 안하는데 조국이 배신을 행하는 파렴치한 현실은 어찌하나요? 조국이라는 개념보다는 정부의 개념이겠지만... 항상 로쟈의 글에 감사를 드리며.

로쟈 2010-07-14 15:42   좋아요 0 | URL
네, 조국은 좀 다르죠. 모국이라고 해도 되겠구요.^^;
 

내일자 한국일보에 실리는 좌담기사를 옮겨놓는다. 마이클 센댈의 화제작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가 지금 한국사회에서 왜 읽히나를 화두로 삼아 장동진 연세대 정외과 교수와 대담을 나누었다. 오늘 오전의 일인데(연장전까지 간 월드컵 결승전 여파로 하루 종일 피곤하다), 대담이라곤 하지만 기자의 질문에 응답한 내용이 대담기사로 재구성됐다. 듣자 하니 초판 5만부를 찍은 책은 현재 11만부 가량이 판매됐고, 이런 추세라면 30-40만부는 무난하리라는 전망이었다. 현 시점에선 '문화적 사건'과 '사회적 현상'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일보(10. 07. 13) "한국, 형식적 민주화 이후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마이클 샌델(57)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발행)가 오프라인서점 교보문고와 온라인서점 예스24, 알라딘 등의 7월 첫주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모두 1위에 올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교보문고의 경우 인문서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2002년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1> 이후 8년, 철학서로는 2000년 <노자와 21세기2>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출판계는 '문화적 사건'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출판사 측은 "독자층의 70%가량이 20~30대이며, 여성 독자들도 40%대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젊은이들은 왜 '정의'를 묻고 있는가. 정의론 분야 전문가인 장동진(57)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로쟈'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인터넷 서평가 이현우(42ㆍ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강사)씨의 대담을 마련했다. 



▦이현우= 저도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블로그에 소개했습니다. 이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바랬는데, 제가 걱정할 게 전혀 아니었어요.(웃음)

그동안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자들의 책이 국내에 소개됐고 이론가들이 여러 번 방한하기도 했고 강연집도 나와 있어요. 근데 이런 책들은 다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이 열풍이 마이클 샌델이란 저자나 정치철학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그럼 뭐냐. 우선 타이틀이 주는 효과인데, 천안함 사건, 4대강 논란, 지방선거 국면에서 현 정부의 실정이 도마에 오르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문제 제기가 시의적절했어요. 2008년 촛불 정국 때도 <죽음의 밥상>이란 책이 1만부 정도 나갔다고 합니다. 이 책도 수만 부 정도는 나가겠구나 예상은 했는데, 그것을 뛰어넘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러면 뭘까.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무엇보다 잘 읽힌다는 점입니다. 하버드 효과 얘기들을 하지만, 하버드 최고 인기 강의라 해도 읽기 어려우면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겠죠.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벤담이니 칸트, 롤스는 사실 쉽게 접하기도 어렵거니와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그런 철학자들 얘기를 하는데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거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고. 독자들 스스로도 놀라워하는 거 같아요. 폼으로 읽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문서로 크게 화제가 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도 많이 팔렸지만 실제로 다 읽은 독자는 많은 거 같지 않아요. 근데 이 책은 독자들이 별점을 네댓 개 주면서 정말 좋은 책이라고 서평을 남겨요. 그만큼 읽고 공감했다는 뜻이죠.

▦장동진=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을 들 수 있을 겁니다. 현 정당정치에 국민들이 많은 회의를 느끼고 '이들이 과연 우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가', '파당적 이익을 대변하는데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의'란 말이 우리사회의 어떤 결핍과 갈증을 채우는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근본 원칙 하에서 움직이고 작동해야 하는가, 서양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그런 관심을 촉발시킨 것이죠.

특히 청년실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20대가 이 책에 주목한 것을 보면 이들이 우리 사회의 비전에 대해서 뭔가 암울하다, 부당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인식해왔던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사회가 민주화운동으로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됐지만, 20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는 거죠. 한편으로 그들이 이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런 상황에 처해있기도 하고요. 공평한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불만과 이런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얽혀서 정의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 싶어요.

▦이= 현 정부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세워진 정통성과 합법성을 가진 정부인데도, 촛불 때도 그랬지만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게 어쩌면 모순적인데요. 문제는 우리사회의 제도적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가 수십년 간의 노력을 통해 성취된 것이긴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내실이 필요하다는 거죠. 민주주의는 분명히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부패나 빈부격차의 확대 등으로 나오니까요. 그 때문에 이 책이 던지는 정의라는 기표가 화두처럼 젊은이들에게 와 닿았다고 봅니다.

▦장=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정의 담론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정의라는 게 독재정권 타도하고 민주주의 확립하는 거였죠. 그게 명백했기 때문에 따로 정의라는 담론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문제가 사회 곳곳에서 대두되면서 학자들 간에 이론적인 면에서 논의가 오갔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정의 담론이 일반 담론으로 확대된다면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원칙에 대해 새롭게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는 공동체의 근본적인 운영 원칙입니다. 자유주의적 이념, 시장적 원리, 민주주의 원리 등의 큰 근간이 어떻게 조합돼야 하느냐는 점인데, 이 원리가 구체화되면 헌법이 되고 더욱 세분화하면 법과 정책이 되겠죠. 이 근본 원칙이 잘못되면 어떤 사람은 유리하고 어떤 사람은 불리하게 되는,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양산하게 되는 겁니다. 정의 담론의 확산으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새삼 인식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샌델이 책 결론부에서 강조하는 공동체주의나 공동선의 정치가 한국적 정서와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1970~80년대에 자유주의가 주입됐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가족애나 애국심 등이 더 친숙한 가치이죠. 그런 점도 이 책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요인인 것 같아요.

▦장= 이 책이 개인의 자유나 권리보다 공동체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적 정서와 맞아떨어진 부분입니다. 샌델은 또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의 자유에 대해 구조적 제한을 둬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런 점은 국내 진보 진영의 생각과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샌델은 중도좌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의 능력을 인정해야 하고, 이럴 경우 '확대된 국가'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샌델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해서 공공선에 참여할 수 있고 정치적 영역에서도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데, 중립적 자유주의자가 보기엔 이게 낭만적 생각이라는 거예요. 도덕적 판단을 개입시키면 매우 복잡해집니다. 샌델이 말하는 '덕성 정치'가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실현될 경우 '강한 국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어요. 그의 주장은 아직 이론적으로 완성이 안됐다고 생각해요. 책의 뒷부분이 앞부분과 달리 명쾌하지 않은 것도 이런 점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정의 담론이 확산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공정하고 정당한 제도 여하에 따라 우리 삶의 조건은 달라집니다. 정의가 이제 막 사회적 담론이 되기 시작하는 단계인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제입니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미국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57ㆍ사진)은 공동체주의 이론의 대가다. 브랜다이스대 졸업 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7세 때인 1980년 하버드대 최연소 교수가 됐고,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하며 '공동체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하버드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그의 강의 '정의'는 2007년 가을 학기 수강생이 하버드대 사상 최대인 1,115명을 기록하는 등 20여년 간 1만 4,000명 이상이 수강했다. 이 강의는 하버드대와 보스턴 공영방송(WGBH)이 2007년 편당 50분의 TV시리즈 12편으로 제작해 방송했는데, 온라인(www.justiceharvard.org)으로 강의를 보면서 토론에 참여할 수도 있다.

10. 07. 12.  

P.S. 기사 말미에 나온 대로, 장동진 교수는 샌델의 '덕성 정치' 혹은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이 아직 미완성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많이 남겨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존 롤스 전공자다운 식견으로 보였다. 실제로 장 교수는 <정의론> 이후 롤스의 대표작인 <정치적 자유주의>와 <만민법>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자유주의 정치철학에 대한 해설서 <현대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이해>(동명사, 2001)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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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nanoc의 생각
    from conanoc's me2DAY 2010-07-13 22:14 
    왜 읽히나 철학서적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게 10년만이라는.
  2.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공동체주의적 접근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8-20 08:45 
    <정의란 무엇인가>로 적어도 한국과 일본에서는 붐을 일으키고 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방한 기자간담회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어제 이사중에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평을 청탁받아서 겸사겸사 챙겨놓는 것이기도 하다. 일정상 외부 청탁원고는 사양하고 있지만 이미 읽은 책인데다가 언론 인터뷰 등에 응한 바도 있어서 나대로의 감상을 정리해두려고 한다. 여건상 9월초에나 쓰게 되겠지만. 기사 중에 '글로벌 교
 
 
2010-07-13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3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콩세알 2010-07-13 06:32   좋아요 0 | URL
약간은 회색눈으로 이 현상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궁금해져서 소개해 주신 사이트에 가서 첫강의를 들었습니다. 오디오 강의는 물론이고 비디오 강의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10분 이상 듣기가 힘들었는데 파트1을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다 봤습니다. (고맙게도 자막도 깔아주더군요. ^^ ) 상당히 흡인력이 있는 강의더군요.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책이 재밌을 것 같다는 실감이 옵니다. 사이트 소개 감사합니다.

로쟈 2010-07-13 08:11   좋아요 0 | URL
20대 대학생이나 직장 여성까지 손에 든다는군요. 신드롬의 경계쯤에 와 있는 거 같습니다...

mirror 2010-07-13 07:36   좋아요 0 | URL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깨닫게 되었다고 하셨군요?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가 형식적 민주주의가 잘 지켜지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거죠? 홉스 이래의 자유주의적 정치철학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체제가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해도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나요? 언론이 정권과 결탁해서 왜곡을 밥먹듯이 하는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가 잘 되는 나라에서 발생하는 일들입니까? 현정부는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통해서 집권했으나, 통치방식은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통치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자유주의와 공통체주의의 논쟁 이전의 문제들입니다.

로쟈 2010-07-13 08:17   좋아요 0 | URL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통해서 집권했으나, 통치방식은 민주적이지 않습니다"가 공통적인 전제입니다. 저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란 말을 살짝 비틀었을 뿐입니다. 형식적 민주화 이후에 정치는 더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 벽에 부닥친 것이라고 봅니다. 현 집권세력을 '반민주 세력'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지만 크게 어필할 거 같지 않습니다. '불의한 세력'이라고 하면 사정이 좀 다르죠. 더구나 '정의'는 오랫동안 5공(민주정의당)의 전유물이고 그 유산이었습니다(선점효과죠). 이젠 되찾아야 할 프레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07-13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3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3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콩세알 2010-07-13 11:21   좋아요 0 | URL
리바이어던을 얼마전에 읽고 있었는데 홉스는 정치체제가 자유를 억압해도 된다고는 안했지만 목숨을 지키려면 알아서 내어놓으라고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자유란 주권자가 법률이나 명령의 방식으로 간섭하지 않는 부분에서만 허용된다고 하구요. 그런데 이런 홉스가 로크로 로크가 밀로 그리고 자민당(lib-dem)으로 신자유주의로 간다고 하는데 영 헷갈려요.

로쟈 2010-07-13 19:18   좋아요 0 | URL
서양정치사상사 종류를 참고하셔야 하나 봅니다...

kumun 2010-07-13 13:37   좋아요 0 | URL
저는 이 현상에 윤리 인강에서 가장 유명인사인 '이현'씨의 강의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나라가 얼마나 썩은 사회인지를 말하시면서 정의를 말하면 바보가 되는 사회라고 하셨죠. 우리나라가 얼마나 썩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면서...
또한 자신은 노무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노무현 정부가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부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하셨죠. 이 부분만 편집이 돼서 인터넷 유머사이트 등에서 많이 화제가 됐었죠.
또한 몇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윤리과목을 선택하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그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을 것을 생각하면 무시못할 영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로쟈 2010-07-13 19:14   좋아요 0 | URL
새로운 해석이네요.^^ 젊은 네티즌에겐 어필했을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