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시사IN의 송년특집은 '올해의 책'이다. 방앗간을 안 지나갈 수가 없어서 어제 사들었는데, 각 분야별 평론가들이 꼽은 책 외에 출판 편집자들이 본 국내서와 번역서 베스트도 다섯 권씩 꼽아놓았다. 자료 삼아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처음 다섯권이 국내서이고, 이후의 다섯권이 번역서이다. 31개 출판사의 편집자 35명의 설문 결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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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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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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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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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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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12-11 13:58   좋아요 0 | URL
이건 2권뿐이네요. 쩝.

로쟈 2007-12-11 13:59   좋아요 0 | URL
전 반타작입니다.^^;

marine 2007-12-16 21:51   좋아요 0 | URL
세계 만물 그림 사전, 이 얼마나 팔릴지 궁금했는데 그래도 좋은 책에 선정되서 다행이네요. 도서관에서도 너무 비싸서 못 사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로쟈 2007-12-15 14:03   좋아요 0 | URL
편집자들은 만드는 데 드는 품과 대중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듯합니다...
 

<민주주의의 역설>(인간사랑, 2006)을 읽으며 샹탈 무페에 관한 자료들을 찾다가 읽게 된 건 작년 여름 <동향과 전망>에 실린 한 논문에 대한 소개기사이다. 소개에 따르면, 노무현 리더십의 한계를 잘 짚어주면서 라클라우/무페의 급진적 민주주의의 입장이 무엇인가도 잘 가늠할 수 있도록 해주는 논문이 아닌가 싶다. 내공이 있는 필자다, 싶어서 찾아보니 안교수는 "한나 아렌트, 에릭 홈스봄 등 세계적 지성이 주도했던 미국의 New School for Social Rearch에서 미국 대통령제를 전공"했고, <노무현과 클린튼의 탄행 정치학>(푸른길, 2004)란 저작과 <제국의 슬픔>(삼우반, 2004) 같은 번역서를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탈정치 리더십'에 기인한다는 그의 진단에 공감한다(경제 최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이명박의 경우도 사정이 나을 성싶지 않다).

 

 

 

 

한겨레(06. 06. 03) 노대통령 ‘탈정치 리더십’이 실패 불렀다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탈정치 리더십’이라고 비판한 글이 〈동향과 전망〉 여름호에 실렸다. 갈등의 정치에 힘입어 대통령에 올랐지만, 정작 이를 본격적으로 작동시키지 못해 실패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안병진 창원대 교수는 이 잡지 최근호 특집에 실린 ‘탈정치론의 시대’라는 논문에서 “갈등을 완전히 제거하고 열정을 기피하는 정치는 오히려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기피를 불러온다”며 “이는 보다 강렬한 향락을 제공하는 파시즘적 정치에 필연적으로 정치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5·31 지방선거 결과를 예측이나 한 듯한 글이다.

‘승부수를 던져 싸움을 즐기는 정치인’이라는 게 노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안 교수는 “국정을 운영하는 노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매우 탈정치적”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접근법이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탈정치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정치’의 핵심적 요소인 “집단적 갈등, 각 세력 간의 헤게모니 경쟁, 대중적 욕망과 정서 등”을 의도적으로 멀리하기 때문이다. 탈정치 리더십은 정치가 시민들의 욕망과 적대적 열정을 표출하는 장이라는 사실에 눈감는다. 적대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억누른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힘의 차이나 헤게모니 경쟁 등을 무시한 채,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만을 신격화한다.

정치사상가인 샹탈 무페의 문제의식을 빌려온 안 교수가 보기에 대연정, 선진한국 건설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체결 등 노 대통령이 제시한 핵심의제들은 합리주의의 모양을 띤 탈정치 담론들이다. “정치의 정수를 배제한 채, 대화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분단과 재벌 체제 등 적대적 차원의 정치의제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렬한데도, “노 대통령이 현재 전개하는 담론들은 매우 탈정치적인 합리주의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좌파 신자유주의’는 좌우 구분 자체를 혐오하는 노 대통령의 이런 생각이 잘 드러난 표현이다.

 

 

 

 

 

 

 

 

 

 

 

이는 참여정부 탄생 과정을 배반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참여정부의 탄생은 기득권 질서에 대한 적대적 열망과 이와 구분되는 새로운 정치적 정체성의 추구가 역동적으로 분출”된 결과였다는 게 안 교수의 판단이다. 당시 대선 후보로서의 노무현은 “정서적 분노와 집단적 열정을 선거에서 표출해 논쟁적 민주주의로 전환시키는 매개”였다. “갈등적 합의를 통해 활력있는 정치를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구축하려 한 의의”를 가진 참여정부는 이후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정치 내부로 시민들의 힘을 투입시키는 정치의 핵심 운영 원리를 배제하고, 행정·입법·사법부 엘리트 간의 갈등과 협력으로 정치 영역을 제한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은 어디서도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적 참여 원리가 배제된 정치권에선 “서로를 정치의 장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는 정치”가 횡행했다.

안 교수는 그 결과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단조롭고 무기력한 합의주의적 자유주의 정치가 결코 제공할 수 없는 ‘향락’의 정치에 빠져든다”고 경고했다. ‘우익 포퓰리즘’이 대표적이다. 지방선거 전에 이 글을 쓴 안 교수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공약으로 내건 ‘아파트 반값 분양’을 그 사례로 꼽았다.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들의 어떤 ‘열망’에 호소하는 힘이 크다는 것이다. 안 교수의 분석법을 원용하면,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효과 등의 실체도 이해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정치의 틀 자체를 붕괴시키지 않으면서도, 적대적 힘들 간의 헤게모니 투쟁을 활력있는 논쟁적 민주주의로 전환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를 ‘공화주의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사회의 적대적 갈등을 회피하고 보편적 외관을 가장한 특수한 내용의 합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제를 통해 표출시키고, 이를 통해 부단히 다수의 합의를 창출해내는 정치”가 핵심이다.(안수찬 기자)

07. 12. 10.

 

 

 

 

P.S. 안교수가 '공화주의적 민주주의'라고 제시하는 대안을 샹탈 무페는 그냥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민주주의의 역설'이란 곧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내적인 긴장 관계, 역설관계를 가리키며(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자처하는 세력들이 흔히 이 '역설'을 이해하지도 견뎌내지도 못한다는 게 한국식 자유민주주의의 역설이다), "적대적 힘들 간의 헤게모니 투쟁"이 바로 정치이다. '탈정치 비판'에 대해서는 무페의 책들 외에도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를 참조할 수 있다. 책의 한 장이 '탈정치에 반대하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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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12-11 09:50   좋아요 0 | URL
^^ ^^마지막 세권의 책..다 보관함에 있는데 언제 볼지 모르겠어요.
내년에는 지젝을 좀 보려구요

로쟈 2007-12-11 12:28   좋아요 0 | URL
<역설>과 <혁명>의 경우에 강추할 만한 번역서들은 아닙니다. 미리 단서를 붙여둡니다.^^;
 

지난주에 인사회(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에서 올해 처음 제정한 '올해의 책' 선정에 참여했다. 60여 회원사(출판사)에서 추천한 3종의 책들 가운데 1, 2차 선정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10권의 책을 다른 선정위원분들과 함께 골랐다. 그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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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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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29,000원 → 26,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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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 지구를 뒤덮다-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돌베개 / 2007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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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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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0 15:05   좋아요 0 | URL
올해의 베스트셀러 목록보다 오천배쯤 마음과 공감이 가는 목록입니다 ^^ 읽지 못한 것들이 많고, 미처 몰랐던 것들도 있어 맘속에 꼭꼭 챙겨놨습니다 ^^

로쟈 2007-12-10 16:18   좋아요 0 | URL
인사회측에서 좋아하겠습니다.^^ 저도 안 읽은 책들이 많습니다.^^;

stella.K 2007-12-10 15:17   좋아요 0 | URL
앗, 나도 리스트로 쓸 걸... 괜히 페이퍼로 썼나 봐요. 후회 급물살!ㅜ.ㅜ

로쟈 2007-12-10 16:19   좋아요 0 | URL
저는 페이퍼로 쓰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어서요.--;

프레이야 2007-12-10 16:02   좋아요 0 | URL
앗, 3권만 있네요.

로쟈 2007-12-10 16:19   좋아요 0 | URL
저도 소장도서는 3권입니다.^^

조선인 2007-12-10 22:40   좋아요 0 | URL
저도 3권이네요. 소금꽃나무, 평화의 얼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게다가 3권 중 2권이 차력도장 추천도서라는 게 으쓱합니다. ㅎㅎ

로쟈 2007-12-10 22:43   좋아요 0 | URL
차력도장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2007-12-11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1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중어 글쓰기에 대한 김윤식 교수의 저작들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다음 학기 강의 아이템 중의 하나여서 겨울방학에 좀 읽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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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사상- 갈 수 있고, 가야 할 길, 가버린 길
김윤식 지음 / 문학사상사 / 2005년 4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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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일어 창작 및 산문
김윤식 지음 / 역락 / 2007년 11월
10,000원 → 9,500원(5%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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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말기 한국 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
김윤식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3년 8월
17,000원 → 17,000원(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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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말기 한국인 학병세대의 체험적 글쓰기론
김윤식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7년 6월
15,000원 → 15,000원(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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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7-12-10 03:47   좋아요 0 | URL
이중어 글쓰기를 둘러싼 김윤식 선생의 최근 연구는, 로쟈님께서 올려주신 <일제 말기 한국 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과 <해방공간 한국 작가의 민족문학 글쓰기론> 두 권을 정점으로 어느 정도 일단락을 본 감이 있으나, 이와 관련해 몇 권의 책들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한일 근대문학의 관련양상 신론>(서울대학교출판부, 2001)이 가장 먼저 추가되어야 할 듯한데요, 이 책의 1부 1장(한국 근대문학사의 두 시각)과 2장(한일 이중어 글쓰기의 역사성), 2부 1장(조선 작가의 일어 창작에 대한 한 고찰) 등이 특히 '요주의 대상'이라는 생각입니다. 덧붙여, 김윤식 선생이 오래 품은 주제 중의 하나인ㅡ따라서 선생의 여러 책에서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는ㅡ나카노 시게하루(中野重治)와 임화(林和) 사이의 '주고받기' 형식에 대한 연구 또한 이중어 글쓰기라는 문제 지형 안에서 빠트려서는 안 될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영어, 독어로 씌어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 <발견으로서의 한국 현대문학사>(서울대학교출판부, 1997)의 4부 7장, 그리고 민족어와 인공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한국 근대문학 연구 방법 입문>(서울대학교출판부, 1999)의 6, 7장 또한 이와 관련하여 덧붙여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미 거의 <일제 말기 한국 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을 통해 소화된 내용이지만, <김윤식 선집 7>(솔, 2005)도 이중어 글쓰기와 관련해서 갈무리해 두어야 할 책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중어 글쓰기의 문제에 있어서 김사량만큼 문제적이고 매력적인 작가를 만나보지 못한 듯합니다. 김사량의 작품에는 항상 한 번 더 시선을 주게 되고 왠지 짠한 '공감'의 감정들을 느끼게 되곤 합니다. 이중어 글쓰기와 관련된 강의를 하신다니 참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기회가 되면 '도강'을 하고 싶은 생각을 품게 됩니다.^^

로쟈 2007-12-10 08:23   좋아요 0 | URL
도강은 제가 해야겠습니다.^^ 사실은 '한국문학과 디아스포라'란 주제를 떠올리다가 우연히 '이중어 글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습니다. '글쓰기론'이란 타이틀의 책들을 우선적으로 올리다 보니 몇 권은 빠뜨리게 됐는데, 덕분에 챙겨둡니다.^^
 

지난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 알라디너들에게 (적어도 페이퍼상으로는) 가장 각광을 받은 책은 샹탈 무페의 <정치적인 것의 귀환>(후마니타스, 2007)인 듯하다(국내에선 '무프'라고도 표기돼 왔다). 작년에 <민주주의의 역설>(인간사랑, 2006)을 읽으면서 이 책의 원서 또한 복사해둔 것 같아 기억을 돌이켜보았지만 어느 구석에서 찾을 수 있을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순서로 치자면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 <정치적인 것의 귀환>의 후속작이 <민주주의의 역설>이다). 아무려나 (뒤늦게라도) 정치의 계절에 나온 주요한 이론서로서 꼽아둘 만하다. 한겨레의 리뷰(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55635.html)가 가장 자세하므로 참조해볼 수 있겠고 여기서는 무페 읽기의 리스트를 추려서 '세계의 책'으로 분류해놓는다. 역시 한겨레의 기사를 참조하여 몇 마디 덧붙인다.

한겨례(07. 12. 08)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접점을 찾다

샹탈 무페는 1990년 한국어로 번역된 바 있는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한국어판 제목 ‘사회변혁과 헤게모니’)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정치철학자다. 그의 지적 동업자인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함께 써 1985년에 출간한 이 책에서 무페는 자신의 새로운 민주주의 전략을 처음 제출했다. 그 전까지 마르크스주의 안에서 자신의 이론을 구상했던 무페는 이 책을 통해서 마르크스주의와 사실상 결별했다. ‘포스트마르크스주의’ 이론가라는 호칭은 이때 붙여졌다. 그의 새 민주주의 전략은 ‘급진적이고 다원주의적인 민주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에서 무페와 라클라우는 마르크스의 경제결정론을 거부하고, 그 대신에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받아들였다(*이 책에 대한 수요가 있음에도 다시 출간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다.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언급은 '라클라우-라캉-지젝'(http://blog.aladin.co.kr/mramor/1033614)을 참조). 두 사람은 그람시의 헤게모니를 통해 마르크스주의적 계급투쟁이 다양한 사회적 대립를 구성하는 하나의 층위일 뿐이며, 사회에는 다양한 투쟁들이 경합하고 있음을 포착했다. 이 경합하는 투쟁들을 일시적이고 불안정하지만 공동전선으로 모을 수 있는데, 그 공동전선을 구성하는 담론적 힘이 헤게모니다.

이 책에 이어 나온 것이 <정치적인 것의 귀환>인데, 여기서 무페는 민주주의의 갈등적이고 투쟁적인 성격을 강조하면서, 그 불확정적인 긴장 속에서 경제적 평등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민주사회주의’ 혹은 ‘자유사회주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 새 기획은 프롤레타리아라는 단일한 주체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다르며, 또 자유주의 이념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좌파의 반자유주의적 기획과도 다르다. 무페는 자유를 절대화하는 전통의 자유주의와도 거리를 두고 사적 소유를 옹호하는 경제적 자유주의와도 절연한다는 전제 위에서 개인의 자유와 인격의 자율을 인정하면서 평등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목표로 제시한다. 이 책에 이어 무페는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더욱 숙고해 <카를 슈미트의 도전>(1999) <민주주의의 역설>(2000) <정치적인 것에 대하여>(2005) 같은 책으로 펴냈다.(고명섭 기자)

07. 12. 09.

P.S. <카를 슈미트의 도전>(1999)는 무페의 편저이고 국역본이 나와 있는 <민주주의의 역설>(2000)과 함께 모두 버소(Verso)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므로 국내에도 소개될 수 있을 듯하다(물론 슈미트의 <정치적인 것의 개념>(법문사, 1992) 등과 같이 나와야겠다).

무페의 최신간인 <정치적인 것에 대하여>(2005)는 '행동하는 지성'(Thinking in action) 시리즈의 한권이다(이 시리즈는 동문선에서 여러 권 출간된 바 있다). '입문서'격으로 가장 적합하지 않나 싶다.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책으로는 <정치와 열정>(2002)이 있다. 그녀의 홈피를 찾으니(http://www.wmin.ac.uk/sshl/page-2486) 이 책은 무료로 다운로드된다(http://www.wmin.ac.uk/sshl/PDF/Mouffe%20PDF%20.pdf). 아침부터 좋은 횡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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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ta 2007-12-09 15:11   좋아요 0 | URL
<헤게모니와 사회주의전략>은 저도 재발간되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오늘날의 급진정치의 방향성과 관련해서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더군요. 다만 원문의 난해함때문인지 기존의 번역본은 오역이 좀 보이던데 이런 점 수정해서 다시 나왔으면 하네요.

로쟈 2007-12-09 15:44   좋아요 0 | URL
네, 다시 나오면 좋겠고, 다시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람혼 2007-12-10 03:50   좋아요 0 | URL
저 역시나,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