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바대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됐다(http://www.hani.co.kr/arti/politics/administration/290555.html). 한심하고도 어이없는 일인데, 현정부의 대국민 인식이 어떤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반발이 더 거세지면 농림부 장관의 사퇴 정도를 복안으로 내놓을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지지자들의 반응을 좀 듣고 싶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뉴스기사들을 읽어보다가 마치 5공으로 회귀하려는 듯한, 현정부의 퇴행적 언론관을 폭로하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경향신문의 정리기사와 한겨레21의 원기사를 모두 옮겨놓는다. '멍청한 대중'들이 필독할 필요가 있다('대중지성'이란 말이 무색하다). 

경향신문(08. 05. 30)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절대 표 안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국민을 '멍청한 대중'이라고 하는 등 상식이하의 표현과 졸렬한 '홍보조언'이 들어있는 이 문구들은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높던 지난 5월초 문화관광체육부 홍보담당자 대상 교육자료에서 나온 것이다. 이 문건 하나만 봐도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신뢰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홍보 문건 내용 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자성은 '몇가지 기술'이 부족해 '멍청한 대중'이 꼬임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앞으로 "내가 먼저 소통 하겠다"는 다짐도 몇가지 기술을 구사해 '멍청한 대중'을 꼬드겨 보겠다는 술수처럼 해석된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최근 입수해 보도한 이 문건을 보면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이 왜 그리 힘들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을 섬기려는 마음가짐이 애초부터 없었지않았느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경제만 살리면 만사가 해결되는 양 미국과 일본을 돌며 CEO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비판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인 대통령은 주주인 국민들이 5년동안 고용한 전문경영인이지 오너가 아니다" "전문경영인은 주주인 국민이 언제든지 해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올리며 대통령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시도에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기는 커녕 인터넷 공간을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로 규정하고 문화부 홍보지원국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조직을 꾸려 오히려 네티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 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겨레21'이 입수해 보도한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독도 괴담 사례' 문건에는 '독도괴담'이 어떻게 유포되는지,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에서 독도 관련 뉴스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는지 등이 정리돼 있다.

뿐만 아니다. 문건에 따르면 "유학과 연수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기자와 프로듀서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조선일보 27일자 1면 머리는 '사흘째 도로 점거'라는 제목으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주말에 이어 월요일인 26일 집회에서도 '이명박 탄핵'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를 외치며 불법적으로 차로를 점거한 '반정부 시위' 성격을 뚜렷이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실제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 다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그보다는 그동안 쇠고기 수입반대와는 관련 없었던 집단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집회가 불법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후설을 제기한 정부의 입맛에 딱 맞는 기사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연구원의 김이태 박사는 대운하에 대한 양심선언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어서 쇠고기 협상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공무원이 한-미 쇠고기 졸속 협상을 비판하며, 재협상을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쯤 되면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는 조중동 기자들 중 한두 명이라도 양심선언 대열에 동참할수도 있지 않을까?(엄호동 |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21(08. 05. 26) “부정적 여론 진원지, 적극적 관리 필요”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입만 열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불통’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소통은 국민의 말을 듣고 자신의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정부의 말만 듣고 따르라는 ‘일방통행’ 같다. 이런 방식의 소통을 생각하는 정부에게 국민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순치의 대상일 뿐이다. 순치의 수단은 두려움와 회유다. 이른바 공안 정치다.

<한겨레21>은 청와대와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 포털을 순치시키기 위해 마련한 ‘채찍과 당근’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국민들이 서로 불신하게 만드는 경찰의 공안 시스템이 부활하는 현장도 잡았다. 이른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수사를 통해 정부와 검찰이 정치권을 향해 겨누고 있는,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의 방향도 점검해봤다. 이번 취재를 통해, 민주정부 10년을 거치고도 정부 각 기관에 ‘공안의 DNA’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에게는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을 통해 ‘자유의 DNA’가 심어져 있음도 알 수 있었다. ‘공안의 부활’을 예단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편집자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됐던 5월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정부 부처 대변인들이 연 언론 대책회의 내용이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한겨레21>이 5월23일 입수한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를 보면, 당시 회의에서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은 물론 지역신문에 대한 ‘관리 방안’이 논의됐으며, 이를 위해 정부 광고의 집행, 언론·정부 공동(협찬) 행사 운영, 가판 모니터링 강화 등의 방법이 거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사태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을 논의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문제의 회의 내용 일부를 보도한 <경향신문>(5월17일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중재를 신청했지만, 관련 사실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문서가 확인됨에 따라 정부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논조 안 맞으면 광고 주지 말자”
문건에 따르면, 당시 ‘부처 대변인회의’ 참석자는 모두 22명이었다. 주요 인사는 청와대 박흥신 언론1비서관과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김규옥 기획재정부 대변인 등이다. 이 밖에도 거의 모든 부처의 대변인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신재민 차관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해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의 언론 대응 방안 발언으로 이어졌다. 핵심 주제는 언론사의 논조에 따른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이었다. 쉽게 말해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한 참석자의 말을 빌려 “회의 모두에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이 일부 언론의 쇠고기 관련 보도가 적대적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참석자는 “<경향신문> 논조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파문 관련 해명 광고 내용이 너무 다른 만큼 과연 이런 신문에 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를 놓고 고민도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가 논란이 되자 문화부에서는 “각 부처 대변인회의는 격주마다 열리는 정례회의로, 정부 광고와 관련한 얘기를 할 성질의 회의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마저도 거짓말이었다. 이날 회의자료를 보면,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은 표지에도 ‘주요 논의사항’으로 소개돼 있다. 자료 3~4쪽을 보면, 조원동 실장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부처 협조사항 논의’라는 항목으로 △언론·정부 공동(협찬)행사 활성화 △특정 언론 대상 정부 광고 및 기고 금지 조치 해제 이후, 운영상 문제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언론광고 집행 여부를 특정 언론사와의 관계 속에서만 파악하려는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행태라는 지적이다. 즉, 정부 광고는 정부가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 발생할 때 집행하는 것이다. 특정 언론사의 논조나 규모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 이른바 비판 언론의 독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정부 광고를 통해 정부 입장을 전달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신재민 차관이 발표한 다른 언론대책 내용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 신 차관의 ‘말씀자료’에는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어 “학생·주부 등 정서적 민감 계층의 동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교과부·보건복지가족부 등에서는 교육 현장 및 주부 대상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정확한 정보제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도 관련 뉴스 배치 확인
정부의 부실한 쇠고기 협상에서 비롯된 비판적 여론을 방송과 인터넷 탓으로 돌리고 이에 대한 적극적 ‘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세청이 5월초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대개 5년마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은 지난 2004년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음은 이례적으로 4년만에, 그것도 대단히 미묘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통보받은 것이다. 또다른 포털사이트인 야후 역시 지난 4월말 세무조사를 통보받았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 통보가 눈에 보이는 압박요인이라면, ‘포털 검열’ 의혹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 신 차관은 5월9일 회의에서 광우병 파동 등을 예로 들며 ‘언론보도 관련, 조기경보 체계 가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차적으로 문화부 홍보지원국에서 인터넷상의 각 부처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해당 부처에 신속히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5월14일께 문화부 홍보지원국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조직이 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이라는 대목과 관련해 주목해볼 만한 정부 보고서도 있다.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가 열린 직후 외교통상부가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독도 괴담 사례’ 등의 문서다.
5월19일 일본 문부성이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또 한 번 들끓었다. 해당 보고서는 이를 계기로 작성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정부는 정당한 비판 여론에 관심을 두는 대신 이른바 ‘독도 괴담’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독도 괴담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 게시판을 통해 형성되고 유통되는 것으로 보고 ‘이명박 독도 포기?’(2008년 5월3일) 등 7개의 지식인 게시물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는 괴담의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괴담 유포 시점이 광우병 문제가 논란이 된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정치적으로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네이버와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에서 독도 관련 뉴스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독도 관련 토론방은 물론 카페와 블로그의 주소, 심지어는 댓글 동향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어놓았다.

포털에 “비판 댓글 ‘블라인드’ 처리하라”
문제는 보고되는 내용 대부분이 ‘쪽발이, 왜놈 등 극단적 반일 표현과 극일 주장이 속출’ ‘이명박이 화근이야 등 대통령에 대한 비이성적 비난이 다수’ ‘비논리적, 무조건적 독설 및 비방 다수’ 등으로 인터넷 여론을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부주의 결과 사태가 악화되었다는 등 합리적 비난에 대해서도 일부 소개하고는 있지만 양적으로 적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해 끊임없이 ‘괴담’ 탓을 하는가 하면, 포털에 대한 댓글 삭제 압력까지 행사하는 배경이 이같은 보고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다음 등에 따르면 5월3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네트워크윤리팀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광우병 관련 글이 올라오고 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심상치 않다”고 말한 뒤 이 대통령 비판 댓글을 ‘블라인드’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는 삭제의 한 방법이다.

5월9일 언론 대책회의에서는 얼마 전 불거졌던 혁신도시 논란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정부는 혁신도시 논란을 “지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지역언론의 정부 정책 비판”으로 매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특히 영남권·충청권 지역언론이) 혁신도시 등 지역균형 발전 추진에 대한 정부 신뢰성에 강한 의문과 함께 부정적 여론을 중점 부각”하고 있으며, “쇠고기 수입과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비판 언론에 버금가는 수준의 비판적 시각을 집중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쯤 되면 모든 게 언론 탓이라는 식이다.

정부의 언론 탓은 이날 회의에서 신문 가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참석한 박흥신 언론1비서관 등은 ‘청와대 홍보 관련 지시사항 전달’을 통해 가판 모니터링 강화 및 신속 대응체계를 논의했다. 정부의 가판 신문 구독은 언론사에 대한 로비와 압력 행사의 창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부터 폐지됐던 악습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난 정부에서 가판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많은 언론사들이 이에 화답한 것은 가판이 오랫동안 정부 의도대로 신문 논조를 조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활용됐기 때문”이라며 “가판 모니터링으로도 모자라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은 언론 보도가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전에 청와대가 입맛에 맞게 내용을 바꾸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문 가판 점검도 강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희한한 말까지 써가며 언론과의 건강한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 지나기도 전에 언론 환경이 5공화국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에 대한 정부의 퇴진 압력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조직이나 마찬가지인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극우 단체인 국민행동본부 등 일부 보수단체가 감사원에 제기한 특별감사 청구는 단 7일 만에 뚝딱 통과됐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외풍으로 인해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감사원을 떠나자 곧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비판 언론에 대해서는 ‘광고’ ‘관리’ 등의 용어까지 남발하고 있는 현 정부의 언론관은 전속력으로 추락하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닮았다. 5월9일 여의도 한 언론사 건물에서 열린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 내용은 현 정부의 언론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최성진기자)

문화부 홍보지원국 교육 자료 입수

‘외롭고 가난한’ 네티즌 대응방안은 ‘세뇌와 조작’
“(인터넷)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어차피 몇 푼 주면 말 듣는 애들에게 왜 퍼주고 신경쓰는가.”

인터넷 ‘악플’이 아니다. 하지만 악플 수준의 현상 진단과 대책이 오간 이 자리는 이명박 정부가 5월 초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집담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던 시점에 마련됐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이날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는 68쪽짜리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자료가 활용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내용은 홍보담당 공무원 교육용이라고 보기에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우선 이 자료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을 언론의 선정주의 탓으로 돌린다. 정부 정책이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특히 방송이 감성적 선동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기본적으로 감성에 민감하다. 신문의 상대적 위축과 방송의 부상 속에서 <미디어오늘> 출신 방송쟁이가 <조선(일보)> 데스크만큼 괴롭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식한 놈이 편하게 방송하는 법이 대충 한 방향으로 몰아서 우기는 것이다. 신강균, 손석희, 김미화 등 대충 질러대서 뜨고 나면 그만이다.”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을 기본적으로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뒤 젊은 층은 아무 생각도 없고 비판적 이성의 밑천도 바닥이라고 폄하한 대목도 문제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황당한 대응방안도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세뇌’와 ‘조작’이다. “다양해진 미디어를 꼼꼼하게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이날 교육에서는 마지막으로 언론 대책과 관련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 매체에 대한 조용한 (취재) 아이템 제공과 지원도 효과적”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해당 교육은 문화부 공식 행사가 아니라 홍보지원국 소속 12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부모임 같은 것”이라며 “(문제의) 교육 내용을 문화부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빅 브러더스 3인방
언론 환경을 5공화국 시절로 되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정부 인사는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등 3인방(사진 왼쪽부터)이다. 이 세 명의 ‘빅 브러더스’는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대선 직전까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지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그림자로 불린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역시 선대위에서 각각 메시지팀장, 공보상황실장을 맡았다. <동아일보> 출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장악을 위해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마크’하고 있다. 이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으로 나선 직후 청와대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 요청이 속출하고 있다. 엠바고는 조건부 보도제한, 오프더레코드는 보도금지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월 말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를 막기 위해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직접 압력을 넣은 사실도 있다. 문제가 터지자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대변인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높았다. 그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때마침 터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덕분이었다. 여론의 관심이 쇠고기로 옮겨가며 그대로 눌러앉은 것이다. 최 위원장과 이 대변인은 둘 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심각한 도덕적 결함을 안고 있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에서 논설위원까지 지냈다.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관장하는 신재민 차관은 특히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압박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확산된 직후 그는 “포털도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했다. 최근 문화부 안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든 것도 신 차관이다. 그는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이 언론탄압의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해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18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비뚤어진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이 요직에 앉아 있는 한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는 언론통제 논란으로 국민의 분노를 키울 것”이라며 “정부의 대언론 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동관 대변인, 신재민 차관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08. 05. 29.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8-05-30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5-30 23:30   좋아요 0 | URL
^^

수유 2008-05-30 20:59   좋아요 0 | URL
이 글 가져갑니다. 한심한 잡담과 넋두리만 쏟아놓는 형편없는 블로그지만, 그리고 정치적인 글들은 배제하려 했지만..광화문에 나가는 대신.. 옮겨놓으려 합니다

로쟈 2008-05-30 23:30   좋아요 0 | URL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스틸 사진 몇 점을 오랜만에 보는군요.^^

2008-06-01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녁 귀가길에 읽은 아침신문의 기사를 옮겨놓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관란하여 미 축산협회의 '한국의 FTA' 보고서 문건을 분석하고 있는 기사다.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이 될 거라는 보고서의 전망에는 '판타스틱한' 협상 결과로 인하여 잔뜩 고무돼 있는, 미국 축산업자들의 부푼 기대가 그대로 담겨있는 듯하다. 지난 대선때 이명박 당선을 위해 미 축산협회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라도 행사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한국 정부가 대다수 국민의사보다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는지?..

경향신문(08. 05. 28) 美축산협 보고서 “한국시장 10억弗 최대 수입국될것”

미국 축산협회(NCBA)가 한·미 쇠고기협상 타결로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이 10억달러(약 1조원)를 웃돌게 돼 멕시코와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쇠고기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 축산협회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쇠고기 통상 역사상 가장 크고 중요한 양자 무역협정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 축산협회로서는 한·미 FTA를 발판으로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27일 경향신문이 단독입수한 미 축산협회의 ‘한국의 FTA’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쇠고기 시장 잠재가치를 10억달러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미 축산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그 더드가 지난달 18일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된 직후 작성한 것이다. 더드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쇠고기 시장은 10억달러 이상의 잠재적 가치를 갖고 있으며, (멕시코와 일본을 제치고)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축산협회가 한국을 미국산 쇠고기의 제1위 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데다 미국에서 단체 급식이 금지된 선진회수육(AMR)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부위를 제한없이 수입하게 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또 “미 축산협회는 한·미 FTA의 선결과제로 △한국 쇠고기 시장 완전개방 △미국산 쇠고기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 △위생협정(SPSS) 문제의 해결 등을 제시해왔다”며 “한국으로 쇠고기 수출이 재개되면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한·미 FTA가 비준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를 통해 쇠고기 수입관세(현행 40%)를 15년에 걸쳐 철폐하도록 했고, 한·미 쇠고기협상에서 한국의 까다로운 검역절차와 월령·부위제한을 폐지시킨 만큼 미국 축산업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한·미 FTA가 조기에 비준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강진구기자)

경향신문(08. 05. 28) 美 각본대로 ‘최대 황금시장’ 내줬다

미국 축산협회(NCBA)가 멕시코와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자국산 쇠고기 1위 수입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일본과 멕시코는 당분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이 자국산 쇠고기의 최대 소비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수출할 수 없었던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 쇠고기협상을 통해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드러난 미국의 쇠고기시장 장악 의도=27일 경향신문이 단독입수한 미 축산협회의 ‘한국의 FTA’ 보고서는 미 축산업자들의 양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없이는 FTA도 없다”며 한·미 FTA 체결의 훼방꾼 노릇을 하던 미 축산업자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뒤에는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꿔 한·미 FTA 조기비준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미 축산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그 더드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의회를 압박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FTA를 ‘축산협회의 5대 시장 접근계획’ 중의 하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미국은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한국으로의 쇠고기 수출 길이 막히자 3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의 한국 수출→국 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 획득→ 한·미 FTA 비준조건으로 한국에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 압박→한국의 까다로운 위생검역 절차 무력화→한·미 FTA 비준을 통한 관세 철폐 등의 치밀한 각본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미국 측의 의도를 간파하기는커녕 한·미 FTA체결에만 급급한 나머지 한·미 쇠고기 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허용, 도축장 승인권 및 취소권 이양 등 검역주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 되나=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 각 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2003년 기준)을 보면 일본이 13억9126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멕시코(8억7435만달러), 한국(8억1457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미 축산협회는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한국으로 자국산 쇠고기를 10억달러 이상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소비처가 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미 축산협회가 한국을 자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지목한 것은 멕시코와 일본으로는 당분간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내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내장 등 부산물을 수입하는 유일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강진구기자)

08. 05. 29.

P.S. 미국 축산협회(목축협회)의 로비 관련기사는 '미국 목축협회 한우협회 누르고 한국 정부 움직이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4),  "미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 뜻 있었다”(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290322.html) 등 참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털세곰 2008-05-29 02:10   좋아요 0 | URL
치킨집 하는 사람입니다.
불경기라 먹고 살기도 힘들었습니다.
자식만 아니면 과히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AI 때문에 이젠 밥 세끼 챙겨 먹기도 힘듭니다.
내라는 세금 빚을 내서라도 꼬박꼬박 냈습니다.
그러는 당신들~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그 세금으로 무슨짓거리를 했습니까?
배고픈 설움을 아십니까?
하루하루 살얼음 걷는 심정을 아십니까?
대출이자에 숨조차 맘껏 못 쉬는 국민들의 심정을 아십니까?

국민들 미쳐서 죽으라고 미국소까지 들여오신다구요..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게 대통령입니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배후세력을 찾으시고,, 빨갱이를 찾으십니까?

살고싶습니다.
최소한 미쳐서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만하십시요.
부탁드립니다.

=========================================================================

예전 국회 홈피에서 탄핵 서명할 때 제 앞 어디에 있던 글의 내용입니다.

이런 글, 민정수석실이란 곳에선 들여다나 볼까요...
보면 뭐합니까? 기러기아빠들이 너무 많아서 어륀지 몰입교육하겠다고 하고,
골프장 피 낮추는데 골몰한다는 그들에게 이 글이 무슨 내용인지 감이나 올까 싶습니다...


로쟈 2008-05-29 08:33   좋아요 0 | URL
오늘 뉴스에도 나오지만 미 축산협회장조차도 예기치 않은 협상결과였다고 자평하더군요. 이 정부는 '머리'도 없을 뿐더러 민의에 대한 '감'도 전혀 없는 거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29 23:39   좋아요 0 | URL
이러다가 6월4일 재보궐 선거에서 또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이기면(영남권은 그런다 쳐도)정말...아...

로쟈 2008-05-29 23:41   좋아요 0 | URL
국민의식이 가축 수준인 게 되는 것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05-30 00:30   좋아요 0 | URL
가축들 의식수준을 무시하는 발언 아닌가요?

로쟈 2008-05-30 23:28   좋아요 0 | URL
'가축보다 못한 수준'으로 정정합니다.^^
 

아침마다 신문을 손에 집어들긴 하지만 안팎으로 '좋은 소식'을 접한 지 오래된 듯하다. 특히나 쇠고기 파문과 관련한 기사들을 읽노라면 매번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다른 얘기를 늘어놓을 기력마저 다 빼놓는다). 귀갓길에 듣자 하니 라디오의 9시 뉴스에서도 언급이 되던데, 이번 협상은 한마디로 '판타스틱'한 협상이었다. 다만 우리 입장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축산업자들의 입장에서. 아침나절에 읽고 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던 기사를 옮겨놓는다. 대국민 담화문이 내일인가 발표된다고 하는데, 한겨레의 내일자 칼럼 제목을 빌면, '저 꼼수들을 어찌할 것인가' 심히 우려되고 걱정된다. 누구 말대로 '정권 교체'가 이렇게 대단한 건지, 이렇게 통제불능인 건지 새삼 놀랍다...

경향신문(08. 05. 21) 24개월 미만도 “멕시코 아쉽다”…30개월 이상도 “한국 환상적”

미국 축산협회가 지난 3월 멕시코가 24개월 미만 미국산 송아지만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자 아쉬움을 표시했다가 한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허용하자 “환상적인(fantastic) 합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앞세운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정부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원칙을 지킨 반면 한국 정부가 ‘백기 항복’한 데 대해 미국 축산협회가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대만·일본에 앞서 멕시코와의 형평을 요구하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20일 경향신문이 미 축산협회의 소식지를 확인한 결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지난 4월18일 미국 축산협회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 쇠고기 시장의 개방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특히 축산협회는 “이처럼 ‘환상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협상대표단은 물론 조지 부시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의 노력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환상적’이라고 표현했다.

앤디 그로세타 축산육우협회장은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경축사절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얼마나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양질의 미국산 쇠고기를 슈퍼마켓이나 음식점에서 접하고 싶은지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멕시코가 미국과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3월27일 24개월 미만 사육용 미국산 송아지만 수입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미 축산협회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2003년 멕시코 정부에 의해 수입이 중단된 이후 오랫동안 계속된 민감한 이슈”라며 “멕시코가 OIE 가이드 라인을 조만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멕시코보다 우리 정부가 먼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데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는 언제까지 2등만 할 것이냐. 멕시코와 우리 정부는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강진구기자)

한겨레(08. 05. 22) 저 꼼수들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석 달이 십 년처럼 느껴지게 했다는 이명박 정권은 역시 딴 나라 정권인가 보다. 압도적 다수의 우리 국민이 아무리 거부해도 소수의 미국 축산업자 이익을 위해 실제론 달라진 게 없다는 ‘추가협의 서한 교환’ 이벤트까지 벌이니 말이다. 사실 추가협의는 하나의 외교 이벤트였을 뿐, 근본적 문제 해결은커녕 합의문의 글자 하나 바꾸지 못했다. 국제통상 전문가,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이 ‘이명박 정부는 끝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국민을 기만하며 우롱했다’고 평가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얻을 건 다 얻었다’고 당당하니 꼴사납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광우병 발생 국가다. 인간광우병 환자도 발생했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 프리온은 소의 뇌와 척수 등 특정 부위에 집중된다. 또한, 프리온은 소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이 축적된다. 광우병 걸린 소의 나이는 대부분 30개월 이상이었다. 광우병 걸린 소의 증상 가운데 하나는 잘 서지도 못해 주저앉는 ‘다우너’이다.

미국은 도축하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는다. 소 2천 마리 중 한 마리꼴로 표본 검사를 할 뿐이다. 1년에 도축 된다는 3500만 마리 가운데 3498만 마리는 검사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에선 광우병이 의심되는 ‘다우너’까지도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됐다. 광우병 위험을 줄일 사료정책은 축산업자의 반발에 밀려 시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은 20개월 미만만 수입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도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했다. 미국 쪽의 반복된 협약 위반 때문에 지금까지 수입을 중단하고 있었던 터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안을 단순화하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그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보고받고 어떻게 결론을 내렸을지는 분명해 보인다.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려 했던 정부는 어느 날 졸지에 ‘30개월 이상’과 ‘위험부위’는 물론 ‘검역주권 포기’까지 선택했다. 이제 그 과정이 조속히 그리고 소상하게 규명돼야 한다. 이와 유사한 시행착오가 빚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대운하, 수돗물 민영화, 미국식 건강보험제도 도입, 시장주의 교육정책, 재벌 위주 경제정책, 수도권 중심의 국토개발정책, 공기업 민영화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실패할 가능성이 큰 정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파동을 통해 국민은 깨닫고 있다. 그동안 눈과 귀를 막고, 건강한 판단능력을 마비시킨 것이 누구인지, 어떤 정치 세력과 어떤 언론이 진실로 국민 건강과 안전과 권익을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자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도 터득하고 있다. 인터넷 댓글, 촛불집회, 펼침막 설치, 탄핵서명 등. 가시적으로 드러난 서명 숫자만도 13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상대방은 꼼수에 능하다. 그건 ‘재개발 헛공약’은 남발하면서 불리한 ‘대운하 사업’과 ‘쇠고기 협상’은 꼭꼭 감추는 선거 전략에서 이미 드러났다. ‘물류’에서 ‘관광’을 거쳐 ‘치수’로 대운하 사업 목적도 그때그때 바꾸듯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한 변명도 눈치껏 바꿔가며 그 순간만 모면하려 했다. ‘진정성’은 실종되고 스스로 ‘못 믿을 정부’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모든 문제를 단순히 ‘소통’의 문제로 치부하려 든다. 꼼수에 동원할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립다.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과 ‘진실을 오도하지 않는’ 언론이.(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08. 05. 21.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rch 2008-05-22 13:37   좋아요 0 | URL
이번에 언론에 제기능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언제까지 2등 할거냔 소린 정말. 어쩌라구요.ㅡ,.ㅜ

로쟈 2008-05-23 00:23   좋아요 0 | URL
이들이 5년간 대한민국을 끌고 간다니까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털세곰 2008-05-25 16:59   좋아요 0 | URL
그래서 하루빨리 저들을 결단내야 합니다. 어떤 아는 사람은 블라디에서 나욤느이 우비짜 한 명 고용해 오는데 천 불 미만이라며 경비 모으자고 하더군요. 물론 극단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글쎄요... 전 심정적으로는 지지합니다. 한 명이 희생해 대한민국 절대다수 국민이 살 수 있다면 전 지지합니다.

털세곰 2008-05-25 17:04   좋아요 0 | URL
물론 작금의 사태는 우리의 영도자이신 불도저 '그 분' 혼자만의 생각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주변엔 수많은 인의 장막이 쳐저있고 또한 그 분께 경제적 이윤관계, 정치적 득실관계로 얽힌 수많은 또 다른 사람들이 있겠지요. 심지어 물건너에도. 그런 세력 모두의 표징이 바로 츠키야마 아키히로이지요. 5천만 국민을 상대로 한 일상적인 기만, 독선, 거짓, 비양심, 국가와 민족, 국토를 배신하는(또는 준비중인) 일련의 작태... 최소한의 보즈메지예라도 절실합니다.

로쟈 2008-05-25 21:45   좋아요 0 | URL
'나욤느이 우비짜'에서 웃어야 할지 참.^^; 갹출한다면 저도 보태겠습니다...

털세곰 2008-05-27 02:09   좋아요 0 | URL
최소 비용은 10불입니다. ㅋㅋㅋ

2008-05-29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주는 특별히 눈에 띄는 신간이 없다(나올 만한 책들이야 물론 계속 나온다). 마땅한 리뷰가 아직 안 올라온 경우도 있지만, 여하튼 덕분에 손품도 덜게 됐는데, 다만 통권 100호을 맞은 잡지 <녹색평론> 관련기사 정도는 챙겨놓는다. 내가 직접 사서 읽은 적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되지만 꾸준히 한목소리로 '고르게 가난한 사회' '공생공락의 가난'을 우리사회의 지향점으로 주장해온 공로는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문제의식을 더 많이 확산/공유하는 문제가 100호 이후의 과제로 남겠다. 내가 읽은 기사는 이번주 시사IN(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03#)과 오늘자 경향신문의 기사다.

경향신문(08. 05. 16) 독자 성원만으로 지킨 ‘공생공락의 가난’

‘고르게 가난한 사회’가 진정한 대안임을 설파해온 ‘녹색평론’이 통권 100호를 맞았다. 1991년 11월 격월간 잡지로 창간된 후 16년이 넘게 한번도 빠짐없이 나온 이 잡지가 최근 발간된 5·6월호로 100권째를 돌파한 것. 교수 임용·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잡지에 글을 쓰려는 지식인들이 줄어드는 대신, 잡지의 수는 많지만 대부분 단명하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자본 또는 국가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독자들의 성원만으로 일궈낸 잡지 100호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녹색평론은 단순한 환경잡지가 아니다. 생태 위기의 문제가 현대인들이 단순히 환경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근대 산업자본주의 문명이 갖는 근원적 한계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얘기해왔다. 땅과 농업, 풀뿌리 자치의 가치를 역설해온 배경에는 진정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모색이 있었다. 녹색평론은 100호에서 그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김종철 발행인(전 영남대 교수)은 “녹색평론이 추구해온 ‘고르게 가난한 사회’ 혹은 ‘공생공락(共生共樂)의 가난’이라는 개념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김 발행인은 100호 서문에서 “진보진영의 근본 문제는 경제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지배세력에 맞서서 충분히 철저한 대안논리를 구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그들은 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주장하지만, 사회적 공평성과 복지의 전제조건으로 성장논리를 시인해버리는 이상, 가혹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이라는 지배세력의 논리에 굴복하게 마련”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경제’를 위해 인간적 가치와 환경은 언제까지나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녹색평론이 다른 잡지들과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독자모임’이다. 매번 녹색평론의 맨 끝에는 경향 각지에서 14곳의 ‘독자모임’이 준비한 행사 안내가 수록돼 있다. “이번달에는 모여서 영화 ‘식코’를 같이 봅니다” “녹색평론 100호 읽고 느낌 나누기” “텃밭실습 같이 합시다” 등. 김 발행인은 “잡지를 계속 만들어내는 데 여러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매호 잡지가 나오기를 기다려주는 열성적인 독자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녹색평론 정기독자는 5000여명이며, 서점에서도 매월 1000부 정도 꾸준히 판매된다고 한다.

녹색평론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100호 특집 대담에 참여한 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최근 광우병 파문과 관련해 미국 관보의 내용과 정부 측 설명이 다름을 처음으로 지적한 바 있는 송기호 변호사는 “80년대 후반까지 상당히 고양돼 있었던 대중운동의 경험만 가지고는, 그나마 당시 농업이라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힘이나 지혜를 얻기가 힘들겠다는 자각이 있었다”며 “그러면서 녹색평론을 찾아 읽게 됐고 어느새 이 책이 얘기하는 목소리에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해지역 녹색평론 독자모임’ 운영자인 고영남 인제대 법대 교수는 “나는 사실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독재 잔재 청산과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점에 깔린 녹색평론을 보면서도 ‘녹색’과 ‘생태’ 이야기는 언젠가 중요한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2001년 대학에 자리잡아 지역 생활을 하면서 사회문제들의 본질을 직시하고, 개인적으로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왜 내 건강이 나빠졌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다가 녹색평론을 본격적으로 읽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 몇년간 녹색평론 지면에 자유무역협정(FTA), 대운하 등 현실 고발적인 글들이 늘어나며 예전보다 감동이 덜하다는 지적도 있다. 창간호 탄생에 기여한 장길섭씨(농민·충남 홍성)는 “나는 녹색평론을 읽고 삶의 내용이 가장 크게 바뀐 경우이지만, 예전에 비해 요즘은 잘 안 읽힐 때가 많다”고 했다. 이에 김종철 발행인은 “90년대 중반 접어들며 우루과이라운드니, WTO니, IMF 사태니 하면서 세계화 강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최소한도나마 대응하려고 하다보니 초창기의 좀 낭만적인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측면이 있다”며 “초창기처럼 생태영성이나 생명과 자연 현상의 신비스러움, 종교적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 쪽으로 계속 갔더라면 지금보다 장사는 잘됐겠지만 다급한 현실에서 너무 한가한 소리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녹색평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는 100호 기념으로 출간된 세 권의 단행본을 보면 좀더 분명해진다. 김종철 발행인이 지금까지 썼던 녹색평론 서문 또는 에세이를 모은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와 ‘땅의 옹호’, 녹색평론에 실린 여러 필자들의 글을 모은 ‘녹색평론선집2’.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광우병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식량가격 폭등, 부동산가격 폭등과 인간성 상실, 생태 위기, 농촌 위기 등이 녹색평론을 통해 지난 16년간 꾸준히 예언돼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녹색평론은 또한 시국강연회와 전국 순회 강연회를 마련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종철 발행인이 연사로 나서는 시국강연회는 30일 오후 6시30분 원불교 종로교당에서 열리며, 독자모임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한 전국 순회 강연은 21일 대구를 시작으로 원주(24일)와 군포(28일), 부산(6월1일), 제주(4일)를 거쳐 다음달 11일 광주로 이어진다. 특히 원주 강연은 지역운동에 투신했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14주기를 겸해서 진행된다.(손제민기자)

시사인(08. 05. 09) "공생공락하는 심플 라이프가 대안이다"

<녹색평론>의 외형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 사진 없이 글만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도 같고, 재생지를 써서 같은 판형의 다른 책보다 가볍게 들리는 것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의 함량은 결코 가볍지 않다. 원래 지식인 잡지로 출발했지만, 지식인이나 생태주의자만 이 잡지를 읽지는 않는다. 전국에서 독자 모임이 열릴 정도로 꽤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정기구독자 5000명 남짓. 또 서점에서 1000부 정도가 소화되니까 작은 잡지치고는 꽤 성공했다. 잡지 발간이 김종철 발행인(61)의 개인 의지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다. 그 잡지가 올해 5·6월호로 지령 100호를 맞이했다.

김 발행인은 마흔네 살 때 영남대 교수로 있으면서 <녹색평론>을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홀로, 나중에는 그를 따르는 몇몇이 참여했다. 그동안 웬델 베리나 리 호이나키, 이반 일리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등이 <녹색평론>을 통해 국내 지식 사회에 알려졌다. 천규석, 권정생, 이현주, 전우익 등 국내 생태주의 ‘은사(隱士)’들에게 가장 많은 지면을 내준 것도 <녹색평론>이다. <녹색평론>은 100호 표지 사진으로 1년 전 권정생 선생이 타계한 직후, 그가 살던 집 섬돌에 놓여 있던 고무신을 찍은 사진을 실었다.



김 발행인은 4년 전 교수직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학계와 생태운동가들에게 작은 화제였던 ‘총장 폭행사건’이 직접 원인은 아니었지만, 수개월 뒤 그는 사표를 던졌다. 사건 전말을 간략히 전하면 이렇다. 그는 당시 외국의 생태운동가와 평화주의자들을 불러 사상 강좌를 열곤 했는데, 일본의 평화학자 도다 기요시 나가사키 대학 교수를 초청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도다 씨의 “거지 같은 차림새”가 학교 측의 비위를 상하게 했던 것. 1000만원 지원을 약속했던 총장이 70만원밖에 주지 못하겠다고 하는 순간 ‘다혈질 순수파’ 김 교수가 ‘폭발’해버렸다. 그 일로 그는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몇 달 뒤 그는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지금 그는 <녹색평론> 발행·편집인 역에 전념하고 있다. 5월8일 서울 사직동 녹색평론사 자료실에서 김 전 교수를 만났다.

<녹색평론>을 창간한 이유는?
영남대 교수가 돼서 대구에 내려갔는데 처음에는 전원생활 같았다. 그런데 갈수록 개발 바람이 불더니 학교가 있는 경산과 대구 사이의 논밭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는 걸 봤다. 참 고약하다고 생각하던 참에 독일의 마르크스주의자 출신 생태학자 루돌프 바로가 쓴 <대안>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는 생태 위기 때문에 문명이 절멸할 것이라면서 녹색문화혁명을 주장했는데 와닿았다. 혼자 생각하다가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어느 정도 되고 사회주의 붕괴 뒤 진보 세력이 흔들릴 때 공론의 장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창간했다.

창간사 제목이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였는데, 17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그때 첫 문장이 이랬다. ‘지금부터 20년이나 30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좀더 기다려봐야지(웃음).

위기의 징후를 느끼나?
식량문제가 심각한데 왜 우리 언론은 조용한지 모르겠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농토 잠식 등으로 인해 인류의 식량문제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5%로 산업국가 중 최하 수준이다. 10년 안에 북한 같은 기아 사태가 우리한테도 닥칠 수 있다. 일본은 40% 수준인데도 2050년까지 자급률을 60%까지 올리도록 법제화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언론계 인사들은 아직까지 농지규제 완화나 궁리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제 자식들 데리고 여기서 오래 살 생각이 없는지도 모르지만.

<녹색평론>은 그동안 경제성장 논리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무엇이 문제인가?
자본주의 경제는 끝없는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선진국의 풍요 이면에는 인도나 중국 등 초저임금 노동자의 착취가 있다. 또 생산력을 높일수록 지구 자원을 계속 수탈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가능할까. 내가 볼 때 장기적으로 인류생활 전반을 고려하면서 주장을 펴는 경제학자가 없다.

경제성장은 대중의 욕망이기도 하다. 진보학자인 백낙청 교수도 김 발행인의 생각이 “잘살아보겠다는 대중의 정당한 욕구를 외면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는데.
대중의 욕구라는 게 얼마나 정당한지, 과연 적당한 경제성장이란 있는 것인지 토론이 필요하다. 백 교수에게 내 나름의 논리를 갖춰 이야기했으니까 뭔가 반론이 있겠지(그는 <창작과 비평> 봄호에 ‘민주주의, 성장논리, 농적(農的) 순환사회’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백낙청 교수의 ‘적당한 경제성장’ 주장을 비판한 바 있다).

정부나 정치인이 경제성장 논리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힘든 것 아닌가?
근대 이후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치의 모범처럼 됐다. 그걸 해야 정상국가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로 인류 공통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런 체제에서는 선거 때마다 유권자에게 경제성장 약속을 안 할 수 없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인류를 자기 파멸로 이끌어갈 수 있다.

대안이 있나?

도시나 농촌, 지역과 직장에서 자치와 자급이 가능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 협동조합운동이 내가 생각하는 대안이다. 국가는 그런 네트워크를 조정하는 사회자 같은 구실이면 된다. 산업혁명 초기부터 그런 생각이 제기됐지만, 마르크스주의가 주류 진보 담론으로 성행할 동안 죽어 있었다. 이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현실 가능할까? 현실 대안이 아니라면 책상물림의 공론으로 끝날 텐데.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혁명보다야 훨씬 쉽지. 대안학교 만들고, 도농 직거래 네트워크 열고, 의료생협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복지국가론도 반대하나?
복지국가 또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답은 아니다.

웬델 베리나 리 호이나키, 천규석이나 권정생 같은 생태주의 은사들의 글을 주로 소개했는데, 이게 <녹색평론>의 색깔인가?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초기에는 개인의 각성을 강조한 글이 많았다면, 요즘은 좀더 전투적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사회가 하도 어지러워서 거기에 대항하다 보니까 영성 같은 데는 좀 소홀해졌다(<녹색평론>은 최근 한반도 대운하와 한·미 FTA에 대해 반대하는 특집을 연달아 싣고 있다). 또 내 자신도 좀 변했고. 지금은 개인의 각성보다 연대나 친교, 우정 같은 데 관심이 더 간다. 이반 일리치의 사상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 사직동 녹색평론사 자료실에서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토론하는 게 그의 요즘 일과다.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 ‘이반 일리치 읽기 모임’이 열린다. 이반 일리치는 서구 문명체제의 허구를 폭로한 사회사상가. 그가 즐겨 쓰는 ‘공생공락의 가난’이라는 말도 일리치의 ‘conviviality’ 개념을 옮긴 조어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필요한 물건을 나누어 쓰기도 하고, 몇 사람이 종자돈 수천만원을 출자해 만든 ‘일리치 은행’을 통해 이자 없는 은행을 실험하기도 한다.)

김 발행인 사상의 뿌리는 서양의 생태학인데, 대안은 두레 같은 전통에서 찾는 듯하다.
이반 일리치도 서양 중세에서 대안을 찾았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밑바닥 마을 사람들의 방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근본적으로 비슷하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선인가?
회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하잖나. 그래서 ‘오래된 미래’라는 거지. 결국 세상은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순환적인 패턴으로 움직인다. 봄·여름·가을·겨울, 태어나고 죽고, 내가 누군가의 밥이 되고 나를 먹은 누군가가 또 누군가의 밥이 되는 게 생태계다. 불가에 가면 공계순환제유정(空界循環濟有情; 세상은 순환함으로써 만물을 구한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다. 순환이 막히면 죽는다.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 농토의 4분의 1에서 표토가 상실했다고 한다. 이게 다 순환의 질서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근대라는 것은 순환 대신 직선을 지향한다. 생태계 건강을 망치면서 미친 문명이 돼버렸다.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우리 생활을 순환 패턴으로 되돌려놓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 욕망을 줄여야 한다. 자발적 가난, 심플 라이프야말로 대안이다.

그는 <녹색평론>을 통해 수많은 생태주의자의 글과 삶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가 그들을 직접 만난 적은 거의 없다. 책을 읽다가 좋은 글을 발견하면 에이전시에 연락해서 허락을 맡고 번역해 게재하는 게 거의 전부다. 그는 그들을 “정신적 친구들”이라 불렀다. 그가 한국에 초청한 정신적 친구들은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쓴 더글러스 러미스나 일본의 평화운동가 오다 마코토, 생태주의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를 비롯한 몇몇이다.



그 중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녹색평론>이 발굴한 최대 스타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해 7월 중앙북스와 <오래된 미래>의 정식 판권 계약을 맺으면서 그와 결별했다. 그동안 녹색평론사는 노르베리-호지와 정식 계약 없이 ‘녹색 동지’의 관계를 맺어왔고, 김 발행인은 그녀의 연구소에 인세에 상당하는 기부를 해왔다. 그런 자발적 관계가 깨졌을 뿐 아니라 노르베리-호지가 일방적으로 출판사를 바꾸면서 인세 의혹까지 제기한 점 때문에 그의 상실감은 한동안 컸다.

그는 본래 문학평론가였다. 하지만 <녹색평론>을 발행하면서 그는 문학 평론을 접었다. “재미가 없었다. 지금도 요즘 작가는 아니고, 일제강점기 작가나 평론가들에 대해서 다시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 때는 가끔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문학을 떠난 일은 국내 문단은 물론 일본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에게까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본디 의미의 문학에 충실한 사례’로 부커상을 받은 다큐멘러리 <작은 것들의 신>을 쓴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와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을 언급했는데, 역설적이게도 두 사람 모두 ‘문학을 그만둔’ 상태였다. 하지만 어쩌면 <녹색평론>에서 글을 쓰는 지금의 활동이 그에게는 최상의 문학 행위일 수도 있다. 영문학에서 리터러처(literature)란 원래 ‘문사철’을 포함한 문자로 된 모든 저술 활동을 뜻했다고 하니까.(안철흥기자) 

08. 05. 16.

P.S. 참고로 같이 읽을 만한 오늘자 기사. '이명박 시대'가 어떤 시대욕망(시대정신이 아니다!)에 들려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단신이다.

이데일리(08. 05. 16) 李 대통령 "한국은 저성장 안돼..여러가지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는 적절한 경제 성장을 해야 한다"며 거듭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저녁 전국 세무서장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저성장해서는 되지가 않는다”며 “젊은이 일자리 만들어줘야 하고, 서민 잘살게 해줘야 하고..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는 적절한 성장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어려운 때로, 미국이 0.5%로 플러스 성장할지 마이너스 성장할지 알수 없고, 일본 1.5%, 유럽도 ±1%"라고 한데 이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업의 사기를 올리는 세무행정을 당부했다. 대통령은 “세무행정만 바뀌어도 기업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 이런 생각 나올 것”이라고 했다. 또 “일자리와 성장, 모든 주역은 기업이며 우리(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후원 부대”라며 “한때 우리는 그 분들이 조연이고 우리가 주역같이 국정을 살폈던 때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갑, 을이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하는 사람들이 주연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하고 내수 진작시키고 일자리 만들어 내고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중소기업 300만 개 1사람씩만 고용하면 300만 일자리 생기고, 해고하면 300만 일자리 없어진다”며 “중소기업 특별한 배려해야 한다, 국세청이 잘하면 웬만한 중소기업 100만 개에는 1자리씩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한상률 국세청장도 "(대통령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재정상의 어려움 때문에 지장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그러나 절대 무리한 세정은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김수연기자)


댓글(7)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amalthea의 생각
    from amalthea's me2DAY 2008-05-19 13:47 
    녹색평론 정기구독신청할까...고민중.
 
 
노이에자이트 2008-05-17 22:45   좋아요 0 | URL
오다 마코토 <전쟁인가 평화인가>녹색평론사 2004서문을 김종철 씨가 썼는데 저자와 개인적 친분도 있어서 2003년 5월 영남대에 초청했다고 나와 있더군요.그해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지라 반전평화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답니다.2002년 겨울엔 일본의 오다 마코토 자택에도 초대를 받은 걸 보면 상당한 친분인 것 같았어요.
녹색평론사 답게 이 책도 재생지를 썼더군요.오다 상은 제가 좋아하는 평화운동가라서 만나보고 싶었는데 얼마전 저 세상으로 ...그의 친구인 하워드 진도 이제 80줄...

로쟈 2008-05-18 22:37   좋아요 0 | URL
<전쟁인가 평화인가>만 알고 있었는데 몇 권 더 소개가 되었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05-18 23:50   좋아요 0 | URL
경향신문은 녹색평론100호를 사설에서까지 다루었는데 의외로 여기선 댓글이 한가하네요.오다 상의 소설은 읽은 적이 없고 생전에 그가 우리나라 신문에 기고한 글은 봤습니다.김종철 씨는 앞으로 동아시아 근현대 사상 총서를 기획중이라니 기대가 큽니다.사이비 일본통이 아니라 일본의 녹색운동이나 평화운동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습니다.

로쟈 2008-05-19 00:09   좋아요 0 | URL
요즘은 댓글의 절반 이상이 노이에자이트님 겁니다.^^

열매 2008-05-19 02:25   좋아요 0 | URL
흥미롭군요. '동아시아 근현대 사상 총서를 기획중'이라니요...우리나라에서 동아시아 근현대를 말하는 사람들은 BK등의 용역 연구비 타먹을 연구원뿐이라고 여겼는데, 연구비 타먹으려 싸낸 논문따위 말고 총서 내지 선집를 만들어낼 기획을 하고 있었다니 놀라우면서도 기대됩니다. 근현대가 어디서부터 어디 정도까지 포함하고 있는지 알 순 없지만 근대 메이로쿠샤부터 동아시아 3국을 아우르는 선집이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혹시 '노이에자이트'님이 알고 계신 것이 있다면 귀뜸해 주실 순 없는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05-20 02:57   좋아요 0 | URL
경향신문에 나온 인터뷰 기사에서 김종철 씨가 밝힌 포부입니다.자세한 것은 모르고요.한국이라는 일국사에 갇히지 않고 중국과 일본까지 포괄하는 동아시아사라는 더욱 넓은 시각에서 역사를 보자는 취지랍니다.
요즘 일본의 근현대사상가들에 대해선 좋은 번역이 꽤 나오던데요.다케우치 요시미 평론선,태평양 전쟁의 사상 등...특히 아시아주의자들에 대한 책들요.현양사같은 야쿠자 집단이 아닌 지적인 아시아주의자들을 다룬 책들이죠.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이들을 다룬 연구서들도 보세요.후지타 쇼죠,츠루미 슌스케의 책들이 번역되어 있습니다.태평양 전쟁 긍정론을 쓴 하야시 후사오의 전쟁관을 짙게 깐 소설인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태평양 전쟁>은 오래전에 번역되어 있습니다.단 헌책방에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이 소설 겁나게 재밌습니다.
학술서적이 아닌 교양서적으로는 서경식 씨가 좋아하는 다카하시 데쓰야의 저작을 권합니다.우리나라에도 꽤 지성계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공부합시다!!!

21세기컴맹 2008-05-29 18:36   좋아요 0 | URL
자체보다 주변에 더 흥미로운 글입니다. 제목도 시사하는 바가 크군요.그 그,
그리고 퍼갑니다.
 

지난주 시사인의 특집기사 중 한 꼭지를 스크랩해놓는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94#). '육류를 먹느냐 마느냐' 혹은 최소한 '어떤 육류를 먹느냐'를 고민하는 데 자료로 삼을 만하다.

시사인(08. 05. 07) 참혹하게 사육해 잔혹하게 죽이는 인간아, 인간아

5월2일 밤. 조류 인플루엔자(AI)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파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심가의 고깃집들은 여전히 복작거렸다. 고소하고 담백한 육즙과 쫀득쫀득 씹히는 맛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탓이리라. 회사원 이 아무개씨도 일주일에 두세 번 고깃집에 간다. 메뉴는 돼지고기·쇠고기 가리지 않는다. “입을 즐겁게 하고,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고,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서 자주 먹는다”라고 이씨는 말한다. 고기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은 이미 외면한 지 오래다. 맛만 좋으면 고기 메뉴는 언제든지 OK!

이씨같이 열심히 육류를 먹어대는 사람 덕에 지난 1~3월에만 우리나라에서 가축 1억5300여만 마리가 도살되었다(한우 14만4895마리, 젖소 1만7176마리, 돼지 352만6749마리, 닭 1억3807만7093마리, 오리 1158만1800여 마리). 지금도 전국의 축산 농가에서 약 2억5000만 마리의 가축이 사람 입속으로 들어가려 ‘대기 중’이다. 2006년 현재 우리나라 사람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33.6kg(돼지고기 18.1kg, 닭고기 8.6kg, 쇠고기 6.8kg).



돼지는 5개월, 소는 3년, 닭은 100일 되면 도살
문제는 맛있는 고기를 생산하려 각다귀같이 가축을 착취한다는 점이다. 사육장에서 닭이나 돼지 등은 이미 동물이 아니다. 공장화하면서 고깃덩이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돼지는 좁고 더러운 우리에서 생활하며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이 뒤섞인 사료를 먹고 뒤룩뒤룩 살만 찌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자료에 따르면, 법적으로 사용 가능한 항생제만 350종이 넘는다. 운동? 그런 호사 따위는 없다. 태어나서 5개월 남짓 꾸역꾸역 먹은 뒤 체중이 110kg가량 되면 가차 없이 도살장행이다. 수퇘지는 고환에서 나는 웅취(雄臭)라는 냄새를 제거하고, 고기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거세까지 당한다.

비육우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이 뒤섞인 사료를 먹고, 고기 맛을 더 고소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50%가량이 거세당한다. 수명도 과거에는 20년 가까이 되었으나, 지금은 길어야 3, 4년이다. 닭이나 오리의 일생은 더욱 비참하다. 사육장은 마치 강냉이 자루를 연상시킨다. 외모도 달라졌다. 병아리 때 ‘야성’을 순화시키려 진통제 없이 볏과 부리를 잘라낸 탓이다. 부리가 뾰족하면 모이가 사방으로 튈 확률이 높다. 사료 값도 아끼고 ‘닭싸움’도 줄이려 그악스러운 방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 하나. 육계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길어야 100일이다. 알에서 부화한 지 두세 달 만에 도계장(屠鷄場)으로 직행하는 것이다(그나마 암탉들만 그렇다). 재래종에 비해 세 배나 빨리 죽음을 맞는 셈이다. 산란 능력도 생기기 전이니까, 사람으로 치면 열 살 남짓. 반면 성장 속도는 1970년대 닭보다 세 배나 빠르다. 문제는 뼈의 성장 속도가 근육과 지방의 증가 속도를 못 따라잡는다는 점이다. 그 바람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거나 다리를 절거나 고질적인 뼈 관련 질환을 앓는 닭이 부지기수이다.

사육장에서만 비극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축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지라 할 도축장에서도 재연된다. 현재 우리나라 도축장 수는 모두 88개(닭은 도계장 4곳과 각 양계회사에서 따로 도축한다). 지난 4월 말, 그 가운데 한 곳을 찾았다. 한우를 일고여덟 마리씩 실은 차가 분주히 오가는 입구에 들어서자, 역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피비린내와 가축의 오물이 뒤엉킨 냄새.

도축장 안쪽에 있는 쇠고기 경매장으로 가는 오른편에 갓 잡은 돼지가 수천 마리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핏물이 번져 있었고, 사방에서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진동했다. 10분도 안 되어 온몸이 얼얼하고, 머리가 띵했다. 경매장 옆에는 하루 전에 잡은 500여 마리의 소 도체가 걸려 있었는데, 대가리와 네 발을 자르고 껍질을 벗긴 탓에 더없이 참혹해 보였다. 랩에 먹음직스럽게 싸여 있던 백화점의 고기와 이 고기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도축장 관계자는 이곳에서 경매된 고기가 “전국의 정육점과 음식점으로 출하된다”라고 소개했다. 



도살장 안의 풍경은 어떨까. 도축장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도축장은 보여주지 않는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대신 살풍경한 도축 과정을 또 다른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축의 ‘생애 마지막 날’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일단, 축사에서 출하된 소나 돼지는 트럭에 실려와 계류장에 부려진다. 계류장은 가축이 이송 중에 받았을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곳.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어주지 않으면 물퇘지(살이 창백하게 물러지면서 고기 맛이 떨어지는 돼지. 도축 돼지의 약 8%에서 발생한다)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런데 기자가 찾아간 도축장의 계류장은 오히려 스트레스 지수를 더 높일 것 같았다. 우리가 비좁았기 때문이다. 돼지 수십 마리가 엉덩이와 머리를 맞댄 채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소 계류장도 협소했다. 도살장의 문이 열리면 가축은 제 운명을 예고하듯 구슬픈 울음소리를 토해낸다. 소의 경우 과거에는 주로 (혹처럼 가운데가 툭 튀어나온) 쇠망치를 이용한 ‘타격법’으로 도살했다. 그러나 지금은 ‘화약 피스톨’을 이용한다. 피스톨 안의 손가락만 한 쇠뭉치로 쏴서 정수리를 강타하는 것이다. 이때 소는 죽지 않는다. 기절해서 픽 쓰러질 뿐이다. 소가 죽으면 피가 굳어서 방혈(防血)을 할 수 없으므로, 기절시킨 뒤 멱(경동맥)을 따는 것이다.



도축하는 소 가운데 겨우 1%만 검역
방혈한 상태에서 소가 해체되는 시간은 의외로 짧다. 거꾸로 매단 뒤 대가리를 자르고, 가죽을 벗긴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장을 적출하고,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이후 반으로 절단한 뒤 경매에 부치면 우리가 먹는 상품이 된다. 600kg짜리 수소에서 나오는 순수 고기는 약 360kg. 체중의 약 60% 정도다. 

돼지의 최후는 소보다 더 끔찍하다. 도살 방법은 가스법과 전살법(電殺法) 두 가지. 전살법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리게 한다. 일단 돼지를 커다란 엘리베이터에 태워 지하 가스실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뿌려 질식시킨다. “질식시킨 뒤의 작업은 소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부 돼지는 ‘오겹살용’으로 팔기 위해 껍질을 벗기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도축장 관계자는 말했다. 잔인하기는 전살법도 마찬가지다. 돼지를 깨끗이 씻긴 뒤 무빙 도로처럼 생긴 에스컬레이터에 세운 채, 전기로 기절시켜 도살하는 것이다.

더 안쓰러운 것은 ‘1차 충격’에서 기절하지 않는 소나 돼지이다. 도축사는 그들의 의식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기절한 소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소나 해체해야 할 원자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축장에서도 그같은 일이 빈번하다. 도축법에서 “식육용으로 도축하는 포유류를 도살 전에 기절시켜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도축장이 드물다. ‘인도적 도축’을 사찰하는 담당관이 입회해야 하는데, 지켜지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고기의 안전을 점검하는 검역은 어떨까. 서울 가락동 도축장의 경우 서울시환경연구원에서 파견 나온 수의사가 일부 소의 뇌를 추출해 광우병 여부를 검사한다. 그러나 그 수는 미미하다. 도축 소 8만~9만 마리 중에 겨우 1100마리만 한다. 1%가 조금 넘는 수준. 일본의 전수(全數) 조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다. “2002년에만 소 150마리가 폐기되었다. 그러니 지금은 농가에서 관리를 잘해서 문제 소가 별로 없다”라고 김은 검역관(수의사)은 말했다.



닭의 최후도 안쓰럽다. 트럭에 실려온 닭은 모래처럼 전기가 흐르는 수조에 부려진다. 일순간 닭은 전기에 감전되어 기절하고, 그 순간 발목에 차꼬가 차이면서 곧바로 컨베이어 벨트에 거꾸로 매달리고, 대가리와 몸통을 잡아 늘여서 털을 뭉텅 뽑아내고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한다. 기계화한 도살 라인은 그같은 작업을 분당 90여 건씩 해치운다(<죽음의 밥상> 피터 싱어 외 지음). 한 시간 만에 7200마리가 먹기 좋은 고기로 포장되는 것이다. 몇 년 전 ‘닭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는 박 아무개씨는 “닭털을 뽑고 내장을 처리하는 과정이 얼마나 끔찍한지, 이후 몇 달간 닭고기를 입에 대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도축사가, 아니 우리 인간이 흔히 간과하는 일이 있다. 동물의 감정과 지능이다. 피터 싱어에 따르면, 놀랍게도 가축은 인지 능력이 있고 고통을 느낀다. ‘새대가리’라 불리는 닭도 다른 닭을 90마리까지 구분하고, 누가 (모이를) 쪼는 순서에서 위인지 밑인지 구분한다. 게다가 신경계가 인간과 비슷해, 누군가 자기를 해치려 하면 인간과 비슷한 행태적·심리적 반응을 나타낸다.



돼지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회성이 뛰어나다. 영화 <베이브>에 나오는 양 치는 돼지는 결코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이처럼 존재감이 뚜렷한 가축이 고깃덩이로 전락한 데는 인간의 욕심 탓이 크다. 더 많이, 더 맛있게, 더 값싸게 육류를 섭취하려는 욕구가 가축을 고깃덩이 혹은 원자재로 전락시켰다.

식량난·온난화·물 부족 몰고 오는 육식
자료에 따르면, 인류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전 지구로 확산 중인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도 공장식 사육의 결과물이다. 어디 전염병뿐인가. 잃는 것도 많다. 동물을 더 빨리 살찌우기 위해 쏟아 붓는 곡물이 전세계 생산량의 40%나 된다. 그같은 곡물을 입에 대지 못해 굶어죽는 사람이 한 해에 수천만명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가축을 풀로만 키우면 4억 명을 먹여 살릴 양(1억3000만t)의 곡물을 아낄 수 있다.



채식을 하는 것에 비해 육식이 지구상의 식물을 10배 이상 파괴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가축이 만들어내는 배설물도 인간을 괴롭힌다. 소는 인간의 20배, 돼지는 4배의 배설물을 내놓는다. 지구 온난화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매탄가스의 약 15%가 그같이 어마어마한 가축의 배설물 때문에 생겨난다. 물 소비량도 엄청나다. 독일의 ‘사회생태학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쌀 1kg과 밀 1kg을 생산하는 데 각각 3000ℓ· 1000ℓ의 물이 들어간다. 그런데 돼지고기 1kg을 얻는 데는 무려 5000ℓ나 들어간다.

가축에 대한 잔혹한 착취, 육류가 안고 있는 여러 불안과 문제를 생각하면 채식이 가장 인간적일지 모른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도 지난 22년 동안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벌꿀조차 입에 대지 않는 베건(vegan)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껏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처럼 먹으라는 소리는 할 수 없지만, 내 기준으로는 고기가 건강에 전혀 영양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들은 육류가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당뇨나 고혈압, 비만이나 순환기계, 암 전문의도 과도한 육류 소비를 주요 발병 인자로 꼽는다.
 
그렇지만 영양을 걱정하는 사람은 고기를 끊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의사나 영양학자들은 육류 섭취를 권장한다. 한국영양학회 자료에 따르면, 성인에게 필요한 1일 단백질 양은 ‘5분량’이다. 1분량은 육류 60g이나 생선 50g, 달걀 1알, 콩류 20g, 두부 80g(약 4분의 1모) 정도를 말한다. 그러니까 하루에 고기 60g(1분량), 생선 50g(1분량), 달걀 1개(1분량), 두부 80g(1분량) 등을 먹으면 필요 단백질이 충족되는 것이다. 문제는 균형이다. “쇠고기를 1인분(200g·3분량) 먹고, 달걀 두 알로 충족시키는 식은 곤란하다. 골고루 조화롭게 섭취해야 이롭다”라고 장영애 박사(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영양정책지원센터)는 말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 탓에 특별한 교차로에 서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농림수산식품부 관료들이 믿는 것처럼, 유령 아니면 환상 혹은 착각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에이즈나 광우병 등을 유령처럼 여기다가 큰코다치는 경험을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모든 위험을 국민에게 떠안기고 있다. 결국 고민과 선택은 햄릿처럼 우리 자신이 해야 한다. “육류를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오윤현기자)

08. 05. 12.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8-05-12 14:02   좋아요 0 | URL
미래의 어느 날, SF드라마 'V'의 파충류 외계인과 같은 뛰어난 과학기술을 지닌
육식성 외계인이 인류를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아 도살, 냉장 보관할 때..
무어라 항변할 것인가? 싱어가 그랬던가요?


Sati 2008-05-12 20:15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날이 좀 왔으면 좋겠어요. 농담반진담반.

로쟈 2008-05-12 20:22   좋아요 0 | URL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옥화'가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넷 2008-05-12 17:45   좋아요 0 | URL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육류를 즐기지는 않지만, 이걸 보니까 그다지 먹고 싶어지지 않네요. 그렇다고 채식주의자가 될 자신은 없는데, 어쩌나 싶네요.ㅎ;

로쟈 2008-05-12 20:27   좋아요 0 | URL
현재 인류사의 어느 시대보다 더 많은 육식을 하고 있고 문제는 그러한 과다육식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굳이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먹는 고기의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작은 실천이 된다고 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05-12 21:00   좋아요 0 | URL
덩치 키우기 위한 품종개량으로 비육우는 1톤 넘긴 것은 예전에 나왔구요.들소보다 더 커요.
투견 피 섞은 우리나라 식용견은 수컷이 60킬로까지 나가는데 이런 개가(투견 피를 섞은)달려들면 무시무시하죠.

로쟈 2008-05-13 20:03   좋아요 0 | URL
사실 2년, 3년동안 최대 중량으로 '생산'해낸다는 것 자체가 비인도적인 처사죠...

Arch 2008-05-13 08:37   좋아요 0 | URL
전 글 읽다가 눈물 나와서 혼났어요. 평소에 냄새나지 않고, 육질이 좋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미식가랍시고 설치고 다닌게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동물도 고통을 느끼고 인식할 수 있는데. 제 탐욕이 역겨웠습니다. 왜 이 시대는 '적당히'란게 없는지.

로쟈 2008-05-13 20:04   좋아요 0 | URL
문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특히 미국식 문명) 회의를 갖게 됩니다...

드팀전 2008-05-13 09:17   좋아요 0 | URL
<사육과 육식>은 서점에 가서 잠깐 보다가 왔어요. 다른 책들에 밀려서 내려놓고 말았지요.

로쟈 2008-05-13 20:04   좋아요 0 | URL
두툼하고 그런 만큼 비싸죠.^^;

섬나무 2008-05-13 10:19   좋아요 0 | URL
내가 육식을 즐기지 않는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세상에 빚을 덜 진다니 기뻐해야하는 일인지 슬퍼해야하는 일인지 모르겠네요. 우리 식구들이 몽땅 육류최소섭취주의?가 된 건 타고난 식성이나 기질 탓인지 모르지만 고기반찬이 전무한 밥상에 길들여진 부분도 있는 듯합니다. 아들이랑 딸이 늘 그렇게 말합니다. 엄마는 우리가 토낀줄 알지? 음식의 영양가나 맛 멋에 별 관심 없는 주부걸랑요..ㅎㅎ 최대한 자연에서 받은 걸 감사히 먹자 주의입니다. 하여간 먹을 게 넘치는 시대에 살면서 그놈의 영양 타령 듣기 싫습니다. 영양학자의 말이란 내가 일순위로 무시하는 말이지요. 티브이프로그램들 맛있는 음식 소개하는 게 한창 유행이었는데
짜증 엄청 느꼈습니다. 요샌 아예 음식 나오는 장면만 봐도 돌립니다.
젠장 어디선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로쟈 2008-05-13 20:05   좋아요 0 | URL
탐식자들이 '지옥'에서 어떤 고통을 받는지 어릴 때부터 주입을 좀 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08-05-15 0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15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세곰 2008-05-17 05:22   좋아요 0 | URL
90년 이후로 처음, 가두시위 내일 여의도로 나갑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지 않나요? 앉아서 키보드 워리어로 있기에는 이젠 상황이 너무 중차대한 것 같습니다. 이럼에도 오늘 강의나가는 학교의 자유게시판들은 허탈하더군요. 그래서 어쩌라고??? 가 대세였습니다. 우리도 공부 안 할때는 쉬고 싶지 그런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나...? 언감생심 오는 것 까진 바라지 않지만 생각이라고 그렇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을...
오늘 학교에서 홍세화 선생의 <그대는 무식한 대학생>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 붙어있었습니다. 옆을 지나던 학생들 왈, "우리가 무식해?" "그렇다네, 깔깔깔..."
알아야 질문을 하고 뭐가 무식하다는지 모르니 깔깔댄다 싶어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찌하야 이런 때가 왔는지...

로쟈 2008-05-18 22:35   좋아요 0 | URL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대학축제마다 원더걸즈 공연이더군요. 요즘 촛불시위에 나서는 10대들은 좀 다르다고 하니까 그들에게나 기대를 걸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