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신문을 손에 집어들긴 하지만 안팎으로 '좋은 소식'을 접한 지 오래된 듯하다. 특히나 쇠고기 파문과 관련한 기사들을 읽노라면 매번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다른 얘기를 늘어놓을 기력마저 다 빼놓는다). 귀갓길에 듣자 하니 라디오의 9시 뉴스에서도 언급이 되던데, 이번 협상은 한마디로 '판타스틱'한 협상이었다. 다만 우리 입장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축산업자들의 입장에서. 아침나절에 읽고 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던 기사를 옮겨놓는다. 대국민 담화문이 내일인가 발표된다고 하는데, 한겨레의 내일자 칼럼 제목을 빌면, '저 꼼수들을 어찌할 것인가' 심히 우려되고 걱정된다. 누구 말대로 '정권 교체'가 이렇게 대단한 건지, 이렇게 통제불능인 건지 새삼 놀랍다...

경향신문(08. 05. 21) 24개월 미만도 “멕시코 아쉽다”…30개월 이상도 “한국 환상적”
미국 축산협회가 지난 3월 멕시코가 24개월 미만 미국산 송아지만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자 아쉬움을 표시했다가 한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허용하자 “환상적인(fantastic) 합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앞세운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정부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원칙을 지킨 반면 한국 정부가 ‘백기 항복’한 데 대해 미국 축산협회가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대만·일본에 앞서 멕시코와의 형평을 요구하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20일 경향신문이 미 축산협회의 소식지를 확인한 결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지난 4월18일 미국 축산협회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 쇠고기 시장의 개방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특히 축산협회는 “이처럼 ‘환상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협상대표단은 물론 조지 부시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의 노력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환상적’이라고 표현했다.
앤디 그로세타 축산육우협회장은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경축사절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얼마나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양질의 미국산 쇠고기를 슈퍼마켓이나 음식점에서 접하고 싶은지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멕시코가 미국과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3월27일 24개월 미만 사육용 미국산 송아지만 수입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미 축산협회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2003년 멕시코 정부에 의해 수입이 중단된 이후 오랫동안 계속된 민감한 이슈”라며 “멕시코가 OIE 가이드 라인을 조만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멕시코보다 우리 정부가 먼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데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는 언제까지 2등만 할 것이냐. 멕시코와 우리 정부는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강진구기자)

한겨레(08. 05. 22) 저 꼼수들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석 달이 십 년처럼 느껴지게 했다는 이명박 정권은 역시 딴 나라 정권인가 보다. 압도적 다수의 우리 국민이 아무리 거부해도 소수의 미국 축산업자 이익을 위해 실제론 달라진 게 없다는 ‘추가협의 서한 교환’ 이벤트까지 벌이니 말이다. 사실 추가협의는 하나의 외교 이벤트였을 뿐, 근본적 문제 해결은커녕 합의문의 글자 하나 바꾸지 못했다. 국제통상 전문가,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이 ‘이명박 정부는 끝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국민을 기만하며 우롱했다’고 평가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얻을 건 다 얻었다’고 당당하니 꼴사납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광우병 발생 국가다. 인간광우병 환자도 발생했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 프리온은 소의 뇌와 척수 등 특정 부위에 집중된다. 또한, 프리온은 소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이 축적된다. 광우병 걸린 소의 나이는 대부분 30개월 이상이었다. 광우병 걸린 소의 증상 가운데 하나는 잘 서지도 못해 주저앉는 ‘다우너’이다.
미국은 도축하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는다. 소 2천 마리 중 한 마리꼴로 표본 검사를 할 뿐이다. 1년에 도축 된다는 3500만 마리 가운데 3498만 마리는 검사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에선 광우병이 의심되는 ‘다우너’까지도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됐다. 광우병 위험을 줄일 사료정책은 축산업자의 반발에 밀려 시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은 20개월 미만만 수입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도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했다. 미국 쪽의 반복된 협약 위반 때문에 지금까지 수입을 중단하고 있었던 터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안을 단순화하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그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보고받고 어떻게 결론을 내렸을지는 분명해 보인다.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려 했던 정부는 어느 날 졸지에 ‘30개월 이상’과 ‘위험부위’는 물론 ‘검역주권 포기’까지 선택했다. 이제 그 과정이 조속히 그리고 소상하게 규명돼야 한다. 이와 유사한 시행착오가 빚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대운하, 수돗물 민영화, 미국식 건강보험제도 도입, 시장주의 교육정책, 재벌 위주 경제정책, 수도권 중심의 국토개발정책, 공기업 민영화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실패할 가능성이 큰 정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파동을 통해 국민은 깨닫고 있다. 그동안 눈과 귀를 막고, 건강한 판단능력을 마비시킨 것이 누구인지, 어떤 정치 세력과 어떤 언론이 진실로 국민 건강과 안전과 권익을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자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도 터득하고 있다. 인터넷 댓글, 촛불집회, 펼침막 설치, 탄핵서명 등. 가시적으로 드러난 서명 숫자만도 13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상대방은 꼼수에 능하다. 그건 ‘재개발 헛공약’은 남발하면서 불리한 ‘대운하 사업’과 ‘쇠고기 협상’은 꼭꼭 감추는 선거 전략에서 이미 드러났다. ‘물류’에서 ‘관광’을 거쳐 ‘치수’로 대운하 사업 목적도 그때그때 바꾸듯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한 변명도 눈치껏 바꿔가며 그 순간만 모면하려 했다. ‘진정성’은 실종되고 스스로 ‘못 믿을 정부’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모든 문제를 단순히 ‘소통’의 문제로 치부하려 든다. 꼼수에 동원할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립다.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과 ‘진실을 오도하지 않는’ 언론이.(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08. 0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