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뜸금없이 1월달에 나타난 저 무지하게 긴 영어를 쓰는 놈이
여간 신경에 쓰이는 것이 아니였다.
`이러다 정말 1등을 강탈당하면 어떡하지....'
알라딘의 모범생.. 언제나 1등을 했던 물만두의 요즘 심정이다.
그녀가 누구인가... 동생이지만 집안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만순양의 폭정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하
게 1등의 자리를 지켰고, 가끔 온 가족이 합심하는 도라지청 고문도 몇번째 견디고 있는 강단이
있는 인물이다. 그것뿐인가. 만순양의 치사한 육포 고문에도 얼굴표정 하나 안변하고 맞서고 있는
현실이였다.
그런 그녀가 요즘 저 긴 영어를 쓰는 놈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였다.
모방송국에서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고액의 개런티를 주면서까지 시트콤화 시키겠다고 하는 기쁜
소식과 모 유명 만화가의 새로 연재하는 4컷만화의 소재로 쓰게 해달라는 삼고초려하는 이러한
기쁜 소식이 있었으나 그녀에겐 저 긴 영어의 인물로 인한 불안감이 해결해야 할 영순위의 과제
로 떠오른 것이였다.
`제거...해야 겠군.....그것도 하루 빨리....'
결국 그녀는 특단의 조치를 발동시켰다. 추리계의 황재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그녀에겐 그동안
축적된 완전범죄의 노하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던가. 곧 그녀는 제 아무리 할아버지 이름
을 거들먹 거리는 전일이가 덤벼도 해결하지 못할, 애늙은이 코난이 설레발을 쳐도 풀어내지 못
할 완전범죄의 트릭을 만들어서 긴영어를 가진 놈을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일주일 후 그녀의 완전범죄는 어떤 실마리 하나 남기지 않고 긴영어를 쓰는 놈을 아예 랭킹 안에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알라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추측과 정황으로 수군거리긴 했으나 확
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을 뿐이였다.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평화로운 알라딘에서 그녀는 여전히 1등을 지키고 있었으며 일련의 사건에
겁을 먹은 다른 알라디너들은 결코 그녀의 1등자리를 넘보지 않게 되는 매우 안정적인 나날이 계속
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감지한 그녀 역시 맘편하게 독서에 열중을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맘이
편했으면 억지로 먹는 도라지청이 떡을 찍어 먹는 조청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나치게 독서에 열중한 그녀는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알라딘에 출입을 안했던 일이
일어났다. 비교적 두꺼운 책을 잡은 것이 원인이였으리라. 책을 다 읽고 그 감격의 여운을 리뷰로
남기기 위해 그녀는 이틀만에 알라딘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주간 페이퍼의 달인
지난 일주일간의 페이퍼 지수
순위입니다.
1.물만두님
2.***님
3.****님
4.**님
5.****님
6.****님
7.****님
8.****님
9.*****님
10.****님
.
.
.
(중략)
이상했다. 1등인 자신을 뺀 나머지 등수들이 전부 블라인드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였다.
그녀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기님께 전화를 걸었다.
`저 물만두입니다. 지기님 주간 페이퍼의 달인이 이상해요..왜 저를 제외한 다른 등수가 모두
블라인드 처리가 된건가요..??'
당황해하는 지기는 곧 수정을 하겠다고 했으며, 그전에 먼저 물만두님께 메일로 수정본을 넘겨줄테니
다른 지적사항이 없나 검토를 부탁한다고 했다.
한시간이 흘렀을까. 메일을 기다리던 그녀에게 지기의 수정본이 실린 메일이 도착했다.
급하게 다운을 받아 화일내용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마우스를 떨어트렸다.
주간 페이퍼의 달인
지난 일주일간의 페이퍼 지수
순위입니다.
1.물만두님
2.군만두님
3.라비올라님
4.딤섬님
5.삭은만두님
6.김치만두님
7.부추만두님
8.평양만두님
9.뀡고기만두님
10.데친만두님
.
.
.
(중략)
당장 그녀는 다시 지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손이 얼마나 떨렸으면 두번이나 틀린 다이얼을
누르면서 세번째 만에 지기와의 통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지기님..!! 이사람들 다 뭔가요...이게 무슨 일이지요..!!'
황당하고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에 비해 지기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무슨일은요..그냥 아무일도 아닙니다..그리고 물만두님...아직도 제가 지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억양없는 음성.. 중얼거리는 듯한 음성...그래 이 음성은.....
어두운 기억이 스믈거리면서 그녀의 뇌세포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곧 그녀는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저 암흑스러운 음성의 주인이 제거를 했던 긴영어놈이라 사실을 인지했을 때
급작스런 패닉이 왔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그녀는 눈을 떴다. 변한것이 없는 방안.. 조용한 새벽이였다.
쿵쿵거리는 다급한 발소리가 방밖에서 울리기 시작하면서 급하게 문을 여는 인물이 있었다.
`언니..왜그래 새벽에...무슨 나쁜 꿈 꿨어..??'
집안의 절대 제왕 만순양은 한밤중에 들리는 외마디 비명을 듣고 씹던 육포를 내팽개치고 한
걸음으로 그녀의 방으로 난입을 한 것이였다.
꿈이였다. 그녀의 등에 식은땀이 잔뜩 나게 한 이 현실같이 실감나는 꿈이였을 뿐이였다.
현실이 아닌 것이 확인이 되는 순간 그녀의 가뿐 숨소리도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시 잠을 들기에는 등이 너무 축축하기에 그녀는 마침 달려온 만순양에게 등에
난 땀을 좀 닦아 달라고 부탁을 할려고 몸을 돌렸다.
만순양이 있어야 할 그 자리... 육포를 씹다 들어온 절대제왕 만순양이 있어야 그 자리에는
분홍머리를 하고 눈이 쫙 찢어진 어떤 소녀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언니....내가 아직도 만순양으로 보이는 건 아니겠지....므흐흐흐흐흐흐흐...'

뱀꼬리1 : 이런 이런...2등이라니.... 무지하게 창피하군요..
여러분의 애정어린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꿈에라도 안나올 등수랍니다.
이 페이퍼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뱀꼬리2 : 윤허로 허락해주신 이해심 깊은 물만두 누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싸랑해용~~ 만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