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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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출간 직전 편집이 덜 끝난 상태의 사본으로 먼저 보았다.  출간된 책은 A6크기 정도의 판형이지만, 나는 이 책을 펼친 채 복사를 한 A4크기로 보아서 책의 분량을 잘 알아채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로서는 드물게 아주 빨리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1권은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 한 번도 안 떼고 읽었다.  2시간 정도?  어쩌면 3시간 쯤 걸렸을 지도 모르겠지만, 평소 나의 독서 속도를 생각한다면 엄청 빨리 읽은 편이었다.  2권은 그보다 오래 걸렸다.  밤 시간에 읽기 시작해서 다 못 읽고 직장에 가서도 계속 읽어서 다음날 다 읽어버렸다.  이때도 별로 쉬는 타임 없이 읽은 듯하다. 

그래서, 완성된 단행본으로 받아보고는 깜딱! 놀랐다.  책이 너무 두꺼운 것이다.  1권은 335페이지, 2권은 430페이지나 되었다.  세상에... 난 꽤 놀랐고 또 으쓱하기도 했다.  책이 그만큼 빨리 읽혔다라고 하는 것은 책이 재밌었다는 얘기다.

어느 날 갑자기 재앙처럼 부모님을 잃게 된 잭.  그에게 나타난 킬러와, 또 그를 지키기 위해서 등장한 낯선 인물들.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몸부터 피해야 했고, 그렇게 숙명적으로 주인공 잭은 이둔이라는 세계와 연을 맺는다.  이둔에서 도망쳐 나온 저항군은 잭을 지켜주지만, 이둔에서부터 이들을 죽이러 찾아온 킬러의 힘은 너무나 막강하다.  잭은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힘을 길러야 했고, 전설의 검을 손에 넣은 뒤 열심히 연마한다.  특별하게도 불을 다루는 잭에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잭과 마찬가지로 어린 소녀 빅토리아는 치유 능력을 가진 다정한 아이다.  마법을 열심히 배우는 중인 그녀에게도 출생에 얽힌, 또 그녀의 보호자인 할머니와의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

판타지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1권의 내용 전개가 적이 당황스러웠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어렸고(알고 보니 대체로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이더라..^^;;) 급작스럽게 운명의 소용돌이에 던져진 그들의 이야기가 낯설었던 까닭이다.  용이나 유니콘, 마법사까지는 흔한 소재지만, 이 책의 기본 배경인 '이둔'의 존재는 특별했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느라 나는 꽤 용을 써야 했다.  그나마 주인공들의 이름이 스페인 이름이 아니라 비교적 익숙한 영어권 이름이어서 다행이었달까^^

1권 전개에서 내가 예상했던 방향대로 내용이 흘러가자 약간의 오기가 생겼다.  설마 내 짐작대로 다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기만 해봐라. 시시하다고 할 테다! 라고 중얼거렸는데...

다행히도, 2권에서 모두 뒤집어졌다.  내가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여긴 내용들도 2권에서 모두 설명되어졌고, 뜻하지 않은 러브 라인까지 찐하게 진행되어 로맨틱함마저도 선사했다.  아무래도 주인공 잭보다도 키르타슈가 훨씬 더 매력적이었는데, 표지에는 그림이 빠졌다.(다행이다! 나의 상상력을 지켜줘...) 2부에서 보여준 에피소드들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그림'이 될 법한 내용이 꽤 있었는데, 소녀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지 않을까 싶다.(나도 소녀이고 싶다 뭐.;;;)

아직 어리다고 부르기에 충분한 나이의 주인공들이기에, 그들의 성장통도 무시할 수 없다.  혹 유치하고 혹 철없다 하더라도 그들이 비난받을 수는 없다.  지금도 충분히 힘든 아이들이니까.

1.2권이 합해서 1부의 내용인데, 지구에서의 일을 거의 마무리하고 이둔으로 돌아가면서 내용이 끝난다.  2부에서는 저항군과 합류하여 이둔을 되찾을 싸움이 진행될 것이고, 아마도 시련도 있을 듯하다.(그래야 3부가 진행될 테니까.) 그리고 대단원은 3부에서 막을 내릴 것이다.

이 책은 1권을 읽었으면 2권도 반드시 읽어야 하고(그래야 내용이 정리된다.), 1부를 읽었으면 으레 2.3부도 읽게 될 것이다.  모험과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지만 무겁지 않게, 슬프지 않게 읽을 수 있어 즐겁다.

드물게 만난 스페인 문학, 드물게 보게 되는 판타지 소설.  어쩐지 벌써 배가 부른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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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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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컴퓨터를 쓸수 없는 시간이었고, 날은 너무 더웠다.  TV를 보고 싶지 않았고,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읽기였는데, 그런 날에 무거운 책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감정이 좀 볶이고 있었다.) 그래서 심사숙고(?)해서 책을 골랐다.  이런 날 내게 딱 좋을, 감초같은 책을...

그리고, 그 선택은 아주 적중해서 대만족을 가져다 주었다.  작년에 구입하고 일년을 미뤄온 독서였는데, 작년의 그 어떤 날보다 이 책을 잡은 이때가 내가 만날 가장 적시였던 듯!

박현욱의 책은 처음이다.  그동안 어떤 글을 써왔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이 책이 재밌다는 입소문은 많이 들었다.  사람들의 평가에 나 역시 동의를 표한다. 정말,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이렇게 발칙한 발상을 어떻게 했을 지 신기하다.

주인공은 축구 때문에 아내를 만났다.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결과 때문에 아내와 가까워졌고, 그러다가 구애를 하게 되었고, 그리고 결혼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대단히 독특하다.  아니, 부부가 그런 것이 아니라 아내가 독특하다.  그녀의 결혼관이라든지 연애관은 너무나 남다르다.  그래서, 결혼을 유지한 채 또 다시 '결혼'을 해버린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결코 납득이 되지 않을 그런 설정이다.  이 책의 화자인 남편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아내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매번 설득 당하는 쪽은 그였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것은, 아내의 그 설득이 정말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윤리 기준으로는 택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듯 하면서 또 놀라고 아니라고 하면서 또 끄덕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남편은 아내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결혼을 유지한다.  아내는 두집 살림을 모자람 없이 아주 능력있게 해나간다.(이럴수가!)

이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독자는 놀라움과 재미를 같이 맛보는데, 여기에 더 특별한 양념이 가미된다.  바로, '축구'다.

그들을 연결시켜준 운명적인 그 축구 이야기.  대한민국의 축구뿐 아니라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독일 등등... 그 모든 나라의 축구 이야기가, 그 모든 나라들의 스타 플레이어가, 역사적인 축구 경기에 관한 이야기가, 또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관하여 남긴 명언들이, 어떻게 그렇게 조화를 시킬 수 있을까 싶게 이들 부부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명문장으로 탄생한다.

얼마만큼 유쾌하고 재밌었냐하면, 성석제의 그 '말빨'이 떠오르면서 박민규의 그 '엉뚱함'도 같이 생각나는 문장들이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 남편의 입장에서 독자는 흥분도 하고 감동도 먹고 화도 내면서 이야기 속에 흠뻑 빠진다.  그리고 축구불모지인 나같은 독자도 축구의 이런 색다른 매력에 눈을 뜨면서 또 다른 느낌의 감동을 맛본다.   세상에나!  이건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

작품 속 아내가 주장하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면 가정을 유지(?)한 채 재결혼을 통해서 또 다른 가정을 만들라고, 혹은 그게 '옳다'고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그녀가 주장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는 곱씹어볼만 하다.  우리가 쉽게 얘기하는 '결손'가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여기는 것들에는 그만한 이유가 대개 있어왔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해서 고민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윤리적 규범도 분명 있다.  'all'은 아닌 거라고 용기있게 말하는 그녀의 지적들이 날카롭다.  작품 속 그녀는 사학과 출신으로 나오는데, 그녀가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문화적 차이와 공통점을 읊을 때는 작가에 대해서 감탄하게 된다.  이런 전문적인 내용도 대화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놓아서 말이다. 

굉장히 무거울 수도 있는 묵직한 주제를, 어찌나 가볍고 재밌게, 또 신나게 풀어놓았는지, 책장 넘기는 게 아깝다 여기면서 읽었다.  박현욱을 만난 행운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재밌단 입소문을 내기 무섭게 나의 지인이 이 책을 빌려갔다.  아핫, 다음엔 박현욱의 재치와 유머에 대해서 서로 깔깔깔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그 전에 박현욱의 다른 책도 더 읽어야겠다.  이렇게 열대야가 판을 칠 때에는 이런 소설이 더 필요하다.  만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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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7-08-0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싶었는데, 마노아님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시니..
더 읽고싶네요. 덥고, 몸도 마음도 무거운데, 조만간 읽어야겠네요. 으흐 ^^

마노아 2007-08-04 02:32   좋아요 0 | URL
지루할 틈을 안 주는 책이었어요. 피서에 도움되는 책이에요. 헤헷^^

turnleft 2007-08-04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좀 불만이 많았던 책인데, 가장 큰 불만은 아내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점. 아내는 뜬금없이 두 남자를 사랑한다고 하고, 그러면서 슈퍼우먼이고.. 뭐랄까 현실감이 없으니 읽으면서도 애틋함이 없었거든요. 마지막에 휙 해외도피로 끝나는 것도 너무 쉽게 끝냈다는 느낌이;;

마노아 2007-08-04 03:00   좋아요 0 | URL
현실에선 병수같은 인물이 부지기수이니, 소설 속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 여자가 있다는 것이 좀 통쾌했어요. 현실에선 두 경우 모두 없길 바래요^^;;;
마지막 해외도피는 비현실적이었던 소설이 갑자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죠. 비약이 있긴 하지만, 일단 재미면에서 전 손을 들었어요. 불편하면서도 유쾌한,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프레이야 2007-08-04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굿모닝! 열대야를 이기는 독서..^^
정말 요샌 집중이 안 되네요.. 꾸욱^^

마노아 2007-08-04 11:39   좋아요 0 | URL
커헉, 댓글 달다가 번개 맞아서 컴이 다운됐어요. 다행히 부팅이 됐네요^^;;;;
어젯밤엔 열대야를 이기기 위해서 밀린 알라딘 글을 탐독했지요.
으... 눈이 아려요^^ㅎㅎㅎ
혜경님, 행복한 주말 시간 보내셔용~

다락방 2007-08-0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책 참 재미있게 읽었더랬어요. 게다가 아주 쉽게 읽히죠. 그런데 이 책 읽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참 여럿 보았답니다. 훗.

마노아 2007-08-04 21:36   좋아요 0 | URL
헤헷, 정말 분노할 사람 많을 것도 같아요. 정말 발칙하잖아요^^;;;
그래도 저는 좋았어요. 히잇~!
 
마녀들의 전쟁 1 - 제1부 늑대족의 피
마이떼 까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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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쩌다 보니 최근 판타지 문학을 연이어서 접하게 되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세계가 낯설지만, 새로운 세계에 한 발 들여놓을 때의 두근거림과 호기심은 덕분에 만끽하게 되었다.

판타지 문학, 이라고 말을 하고 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것들이 있다.  마법, 마녀, 요정, 난쟁이, 정령 등등... 모두 우리 현실 속에서 보기 어려운 저너머 꿈의 세계의 것들이다.  그것들을 눈앞에 모아 펼쳐주기 때문에 독자는 대리만족도 느끼고 판타지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 나 역시 어릴 적에는 내게 혹 초능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무수한 비밀이 나란 존재 속에 숨어 있는데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꿈을 꾸고는 했다.  꿈을 깨고 나면 허무하지만, 잠시 동안 재미있고 흥분도 되고 나름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그 시간들... 꽤 오랜만에 그런 꿈들을 다시 펼쳐본 셈이다.  서럽게도, 나이 먹으면 그런 환상보다는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그 돈으로 뭘 할까... 뭐 이런 상상을 하게 되었다는 것(로또는 안 사도 그런 상상은 해본다.;;;).  정말 재미 없고 분위기 없고 살벌하달까..ㅠ.ㅠ

아무튼. 마녀들의 전쟁을 읽으면서는 어릴적 많이 상상해 보던 그 세계에 나도 한껏 젖어있을 수 있었다.  작품의 설정이 꽤 마음에 드는데, 아주 오랜 옛날 대마녀 '오'에게는 '오드'와 '옴'이라는 두 딸이 있었다. 옴은 치유력을 배워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길 원했고, 그 과정에서 죽음과 가까워지며 죽음의 자비를 이해하게 되었다.  반면 오드는 저승의 영혼과 대화하는 기술을 배웠고, 그 영혼들의 탄식 소리를 듣다가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옴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삶을 사랑했다.
오드는 영원히 살고 싶어 했기에 삶을 두려워했다.(1권 105p)

 
   


확연히 다른 두 딸의 성격은 그들 세계의 분열을 가져왔다.  출산의 고통을 두려워한 오드는 옴의 첫째 딸 오미를 훔쳐 와 자신의 딸로 키운다.  그들 세계의 불화를 원치 않았던 오는 옴에게 양보하기를 권했고, 옴은 또 다른 딸 오마를 낳아서 오드를 피해 도망을 친다.

그 후 오드의 계략으로 대마녀 오가 무너지고 오드의 후손 오마시들은 불멸을 택해 갓난 아기의 피를 빨아 먹으며 살고, 옴의 후손 오마르들은 필멸을 택해 인간 사이에 숨어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대마녀 오의 예언에 의하면 훗날 붉은 머리의 마녀가 모든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오리라고 했는데, 이 책 "마녀들의 전쟁"은 그 전체 이야기의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붉은 머리의 선지자로 추앙받고 있는 마녀 셀레네의 딸 아나이드다.  이야기의 전체 구조는 판타지 소설의 설정을 모두 따르고 있지만, 그녀가 마녀의 딸이고 마녀가 곧 될 아이라는 것을 뺀다면, 아나이드의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내용의 전개가 이어진다. (사실 생각해 보면 해리포터도 해리의 성장소설이지 싶다.  판타지 소설의 구조를 가진.....그러나 나는 해리포터를 읽어보진 못했다...;;;)

엄마한테 사랑받고 싶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파티에도 초대받고 싶은 평범한 사춘기 소녀 아나이드.  그런 아나이드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어버린 엄마, 그로 인해 만나지게 된 평범치 않은 친척들의 모습 등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힘들기만 하다.  그녀는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그녀의 혈통 자체가 평범치 않고, 상황의 급박감은 그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보다 통째로 소화할 것을 강요한다.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좌충우돌 문제점들에 노출된다.  막 익히게 된 마법을 섣불리 쓰는 바람에 소동을 일으키고, 자신의 마녀답지 못한 행동에 또 실망하고, 어른들께 꾸중듣고 싶어하지 않는 여린 소녀의 마음이 글속에서 읽혀진다.

마녀들은 모두 개성이 넘쳐서 딱히 어른스러운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셀레나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가야 선생이 특히 그랬는데, 삐딱한 마녀라고 생각하고 보면 오히려 입체적인 인물로 느껴진다. 

마녀들의 종족이 여럿이다 보니 육지와 바다와 공중을 모두 아우르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돌고래족 발레리아의 딸 끌로리다의 인물도 호감이 갔다.  그녀의 행동거지는 하나도 예쁘지 않았지만 딱 그 나이 또래의 청소년 모습이 입체적으로 보여진 까닭이다.

말라깽이에 키도 작고 얼굴도 볼품없을 때의 아나이드는 친구들에게 놀림거리였지만, 성장억제약을 먹지 않고 그녀에게 감추어져 있던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아나이드는 엄마만큼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성장한다.  그 바람에 그녀를 쳐다도 보지 않던 학교 친구들이 그녀에게 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데, 인물지상주의는 나쁘지만 이런 변화가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역시 이 소설은 성장소설의 범주에서 독자의 공감을 더 이끌어내는 듯하다.

전체 뼈대의 1부에 속하는 이 "마녀들의 전쟁"은 아나이드가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찾아내고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이야기의 줄거리는 어느 정도 독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주대로 흘러간다.  누가 진짜 배신자인가, 누가 진짜 아군인가, 누가 진짜 선지자인가 등등 말이다.  그래서 진부했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내 예상을 벗어났다면 그게 더 실망스러웠을 테니까.  그건 작가의 생각을 내가 미리 안다는 건방진 얘기는 아니고, 내가 생각해도 그 전개가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으로 희생된 여자들의 이야기를 이들 마녀들의 전쟁 과정에서 불거진 피비린내 나는 역사로 치환했는데, 상상력은 좋았지만 그것을 아주 정교하게 보여주지 않은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 세계의 틀을 조금씩이나마 보여줌으로써 1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마도 2부의 진행과 3부의 대전쟁은 더 환타스틱한 전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1권과 2권 모두 마녀들의 전쟁 계보가 맨 앞에 나오는데 오타가 있다.  둘째 줄에,

"오드는 치유의 마법에 뛰어나고 오드는 영혼과 소통하는 마법에 능했다."에서,

첫번째 오드는 '옴'으로 바꿔야 맞다.  1.2권 모두 잘못 나와 있는데 2판 인쇄에서는 수정되겠지^^

판타지 문학이 몹시 중독성 있음을 새삼 느끼겠다.  이 책도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자신이 상상한 것을 의심치 않고 믿음으로써 남들 눈에 시연해 주는 환상 마법이 어떻게 표현될지가 제일 궁금하다.  전체 마법 중 그게 제일 멋졌다.  혹여 영화로 볼 수 없다고 해도 내 상상 속에서 이들 마녀들의 전쟁은 이미 영상으로 펼쳐져 있으니 아쉬울 필요는 없겠다.  상상의 세계는 넓고 깊고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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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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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그 어마어마한 인구만큼이나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책의 주인공처럼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주인공은 좀 별나다. 그냥 독서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생의 목표가 독서 그 자체다.  독서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고정된 직장을 갖지 않고, 독서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정도의 아르바이트 정도만 한다.  그녀에게는 다행히도 집이 있고, 제법 돈도 버시는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집안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사실 이게 가장 큰 원인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순간, 혹은 갚아야 할 빚이라도 있다면 그녀의 이 삶은 모두 망상이 되어버린다.)

그녀는 세상사에 관심이 없고 세상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없다.  주로 읽는 것은 소설이고, 모든 것에 무심하다.  그리고 아마 세상도 그녀에게 무심한 듯 하다.  그들은 서로 상관하지 않는다.

그 놀라울 정도의 무심함은 충격이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독서를 왜 하는가?  필요해서 한다.  무엇이 필요해서?  지적충만감, 단순한 재미, 혹은 잰척하고 싶은 욕구?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필요해서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만을 위한 독서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위한 독서가 어느 정도 깔려 있다.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고, 그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독서가 이뤄진다. 

모든 지식인이 다 실천하는 행동가로 이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그 모든 지성은 실천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무 데에도 쓰고 싶어하지 않는 지성은 내게는 참 무의미해 보인다.  그것은 더 나은 기회를 얻은 자의 태만이며 오만인 것이라고.

작품 속 주인공은 줄기차게 책을 읽고, 그렇게 읽은 책의 구절구절을 잊지도 않고 다 기억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졌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 재주가 그녀 이외의 누구도 기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녀만 즐거우면 되는 거지...라고 말하면 할 말 없다.  그런데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삶이 너무 소모적으로 보였다.  타인의 삶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수도 있지만, 솔직히 나는 좀 고까웠다. (니가 참 배가 부르구나....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더라...;;;;)

끊임없이 새로운 책이 메들리처럼 이어지는 게 신기하고, 그런 설정이 재밌기는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었다.  어떤 생산적인 가치나 깨달음을 주지 않고 그저 소비만 했으니 그렇다.  책을 위한 소재가 아니라, 소재를 위한 책이라는 느낌이라고 하면 되려나?

세상에 이런 자발적인 백수(그것도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는)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는 했다.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인물보다 자기 혼자의 만족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 훨씬 나은 거겠지만, 그녀의 그 대단한 독서가 나는 많이 아깝다.  책만 읽어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세상에 이바지할 길은 많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녀를 그대로 두는 그녀의 아버지가 더 대단한 거다!)

줄줄이 등장하는 책 제목가 작가 이름에 눈은 즐거웠다.  혹시라도 내가 읽은 책이 등장하면 많이 반가웠다.(물론 모르거나 못 읽은 책이 태반이었다..;;;) 설마 작가가, 이 수많은 책들을 읽었다는 자랑이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겠지?(쿨럭..)

아직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박주영에 대해서 아무 감이 잡히질 않는다.  또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그때 더 생각해 보련다.

아무튼, '독특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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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6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자기 얘기를 쓴건가요?
'독특한' 삶의 방식이군요.

마노아 2007-07-26 10:40   좋아요 0 | URL
자기 얘기같진 않지만 자신의 독서편력이 반영된 것 같아요. 독특하죠^^
 
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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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을 먼저 알게 해준 것은 김탁환이었다.  그의 책을 먼저 소장했지만, 정작 읽고 싶게 만든 것은 신경숙이었다. 

'리진'...
발음하는 순간 가볍고 얇은, 뭔가 나풀거리는 느낌이 난다.  그녀가 궁중 무희였기 때문에 그런 선입견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두권 분량의 책을 생각보다 빨리 읽게 되었다.  앞서 신경숙의 책을 단 한 권 읽고서 다시 안 찾던 나는, 이번에도 비온 뒤의 눅눅함처럼 들러붙을 그녀의 우울한 정서가 걱정되었는데, 비온 뒤의 습기찬 공기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뭔가 정적인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문장이 주는 힘.  흔히 김훈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그런 강인한 힘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손에서 놓기 힘든, 놓고 싶지 않은 마력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애처로움에 가까웠고 서글픔과도 비슷했다.  아마도 작품의 배경이 주는 역사적인 혼돈과 서러움, 작품 속 주인공이 갖고 있는 처연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느 것이든 작가가 만들어 놓은 것이었고, 독자는 그 그물망을 비껴가기 어려웠다.

작가의 후기를 읽어보니, 한쪽 반 분량의 그녀에 대한 기록이 이 소설의 모티브라고 했다.  궁중 무희 출신으로서 프랑스 초대 공사와 함께 파리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금종이를 먹고 죽었다는 여인.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찾으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숨어버리는 것 같았고, 관련된 자료를 샅샅이 뒤졌지만, 부러 지운 듯한 인상마저 느낄 만큼 베일 속에 가려진 여인.  그러나, 그것이 또한 기회였노라고 작가는 고백했다.  오히려 상상력의 날개를 더 펼쳐보일 수 있었노라고.

작가는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었겠지만, 독자인 나는 주인공 리진이 처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수없이 등장하는 실존인물들로 인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모른다.  나는 왕비와 임금을 바라볼 때 작품 속 인물 너머 실제 그들의 행적이 자꾸 떠올랐고, 홍종우를 보면서는 분개를 느꼈고, 콜랭을 볼 때마다 우리 문화재!라는 절규를 같이 삼켜야 했다.  그렇지만, 주인공 리진만은, 내게 있어 아무 것도 없이 백지 위에 그려진 여인이었다.  그래서 더 빠져들었고, 그래서 더 가여울 수밖에 없었다. 

간혹 오타가 보이고, 아주 간혹 문장을 두번 읽어야 매끄럽게 읽혀지는 순간이 있었지만, 나는 신경숙이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사람이었구나...라며 감탄을 많이 했었다.  첫 등장의 항구에서 묘사된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신경숙의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문체로 인해 빚어질 수 있었다.  날카롭고 불안정한 영혼의 왕비 역시 그녀의 문장 안에서 그 위태로움을 표현하였고, 파리에서의 생활을 표현할 때는 내가 마치 파리의 그곳에 도착해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문장의 힘, 소설의 힘을 새삼 느끼며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1권은 매 장마다 프랑스 공사관 콜랭이 고국으로 보내는 보고서로 시작했고, 2권은 파리의 리진이 조선의 왕비에게 보내는 편지로 거의 매 장을 시작했다.  비록 그 편지가 붙여지지는 못했지만, 이 병렬적인 구조는 일종의 리듬감을 느끼게 했다.  콜랭의 보고서로 시작한 1권은 작품과 1미터의 거리를 두고서 지켜보는 느낌이었는데, 리진의 독백과 같은 편지로 시작하는 2권은 손에 쥐고서 작품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었다.

요새 즐겨 보는 드라마 경성 스캔들은, 심각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도 코믹적인 요소를 거침 없이 집어넣는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으레 '일제침략기/제국주의/식민지' 이런 단어들이 들어가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설령 침략의 역사를 배제하더라도, 갇혀진 나라 조선의 여인, 그것도 궁녀라는 이름으로 왕의 여자일 수밖에 없는 그녀가 자유롭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는 왕비의 말처럼 개화된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정말 선택된 기회를 받은 사람이긴 했지만, 먼 이국 땅에서 그녀는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고,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콜랭과 정식 결혼에 골인할 수도 없었다.  다시 돌아온 조선에서는 어땠는가.  그녀가 제 아무리 조선 옷이 아닌 서양드레스를 입고 다녀도 여전히 궁의 여인이었고, 그것이 족쇄가 되어 가족과 다름 없고, 친구였고, 오누이였고, 또 연인이기도 했던 강연과 헤어져야 했다.

그녀가 시대의 압박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해서 나약했다고 비난할 마음은 없다.  콜랭에게 나를 내려놓으라고 말하면서 원망이 없다고, 족하다고 말하는 리진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나는 그녀의 그 마음 그대로를 긍정한다.  마찬가지로, 그녀를 갖고 싶었고, 마침내 가졌던, 그러나 신분과 사회적 시선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콜랭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그의 사랑이 당당하진 못했지만 비겁했던 것은 아니었노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대의 압력을 적극적으로 벗어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는 그저 조금 덜 용감하고, 조금 더 속된, 그저 평범한 한 사내였을 뿐이니까.

얼굴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를 늘 그리워했던 그녀는, 어머니 나라 조선으로 돌아왔고, 어머니 같았던 왕비 곁에서 죽기를 원했다.  그녀가 두 눈으로 담아낸 왕비의 참혹한 죽음은 날 것 그대로 독자에게 노출되어, 독자도 그녀만큼이나 괴로울 수밖에 없었으니 독자는 또 다시 소설 너머 역사의 비명 소리를 듣고 말았던 것이다.  이 장면을 두고 소설의 맨 끝에서 평론가는 '패배', '노예화'라는 단어를 써서 설명했는데, 역사소설이 아닌 현대소설로 읽히기 바란 작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역사와 소설을 같이 공부하고 감상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작품 말미의 참고문헌을 들여다보면서 공부하고 싶은 많은 책들을 담아두었다.  좋은 작품 하나를 만나면서 공부하고 싶은 꺼리도 늘어났으니 이 역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게다가 오래도록 밀쳐두었던 김탁환 리심도 다시 궁금해졌다.  지금 리진을 읽고 난 이 기분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으니 당장에 집어들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책장 속에서 내내 기다리게 만들지는 않을 듯하다.

그리고 책의 표지도 몹시 맘에 들었노라고 고백한다.  신문 연재 당시의 삽화도 찾아보았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어서 맘에 들었지만, 이 작품은 그림 없이 글로만 읽힐 때 더 몰입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행본에서 삽화 없이 간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하겠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은, 당시 궁궐과 거리, 공사관 등을 지도로 삽입해 주었다면 작품 이해에 더 도움이 되었을 텐데, 작가는 이 역시 '상상'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나는 눈을 감고 리진의 마지막 춤 춘앵무를 상상으로 그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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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7-20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경숙이라는 작가는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여러분들의 리뷰덕분에 이 책만큼은 자꾸 관심이 가네요. 님의 마음이 손에 잡힐듯 그려지는 리뷰입니다. 잘 읽었어요.

마노아 2007-07-20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신경숙 분위기 참 싫어했는데, 이번에 느낌이 많이 달라졌어요. 비호감이 호감으로 변해버렸네요^^

하늘바람 2007-07-20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이 가는군요

마노아 2007-07-20 12:45   좋아요 0 | URL
헤엣, 아마 좋아하실 듯 해요~

하늘바람 2007-07-20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몸은 괜찮으세요
?

마노아 2007-07-20 12:46   좋아요 0 | URL
예, 이제 괜찮습니다. 염려해 주어서 고마워요^^

stella.K 2007-07-2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재됐을 땐 별로 흥미가 없어서 안 읽었는데, 단행본으로 나오니 여기저기서 난리네요.
역시 연재는 좀 그래요. 그래도 마노아님 매일 저의 글을 읽어 주시는 거 보면 기특해요. ㅋㅋ 여름에 오히려 장편을 읽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참 잘했어요.^^
근데 경성스캔들이 그렇게 재밌나요? 한번도 재대로 본적이 없네요.ㅜ.ㅜ

마노아 2007-07-20 12:47   좋아요 0 | URL
어제 그림 찾아서 신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신문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금방 나왔어요^^;;;;
스텔라님 연재작 재미있어요~ 제가 요새 일이 밀려서 빨리 못 읽고 있지만, 애독자가 되었답니다^^
여름이 오히려 가을보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말이 요새 실감되고 있어요. 히잇^^

다락방 2007-07-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탁환'의 세권짜리 『리심』으로 나오자마자 읽었었거든요. 그리고 완전 실망한참에 신경숙이 다시 써냈더군요. 여기저기서 신경숙의 『리진』이 괜찮다고들 하는데, 저는 김탁환의 작품에서 실망한 터라 읽을 엄두가 안나요. 그러고보면 타이밍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흑. ㅜㅡ
마노아님의 리뷰만 읽고, 책은 포기할래요.

마노아 2007-07-20 12:48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김탁환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실망스러워요? 아이 참... 또 마음이 흔들리네요^^;;;;
신경숙 리진은 좋았어요. 그녀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지울 수가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비로그인 2007-07-2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추천추천~
전 신경숙은 <깊은 슬픔> 만 마음에 고이 간직하고 있지만.
이 리뷰는 참 좋군요 :)

마노아 2007-07-20 13:34   좋아요 0 | URL
헤엣, 감사해요^^
깊은 슬픔도 관심이 가요. 차차 신경숙의 작품을 더 만나야겠어요^^

twinpix 2007-07-2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리뷰입니다. 정말 잘 읽었어요. 당장이라도 <리진>을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네요. 지금 저에게 김탁환의 <리진>이 있는데, 이 리뷰 한 방에 <리진>이 끌리는군요.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도 잘 읽긴 했지만, 역사적 인물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 궁금해지네요.

마노아 2007-07-20 17:07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합니다. 저도 다른 분들 리뷰 읽고서 이 책이 더 궁금해졌어요. 리심은 한순간 찬밥이 되더라구요^^;;;;

짱꿀라 2007-07-25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영채 교수가 쓴 이 책의 해설 부분이 이 책의 내용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을 느꼈답니다. 김탁환 작가가 쓴 <리심>을 읽어보시면 더 뜻깊은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매주 토요일 저녁에 하는 한국사전에 두번째 방송 리진편을 보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와 글 남기고 갑니다. 그런데 저는 신경숙 작가가 쓴 리진은 역사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싶습니다. 2권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명성왕후를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그리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리진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지를 않았어요. 그러나 김탁환 작가가 쓴 리심은 어느 정도 역사소설이라는 틀에 맞춰 리심이라는 인물을 그렸는데 확실히 성향이 달라서 그런가 두 소설을 읽으면서도 참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글 속에 구성인물도 매우 다르구요. 신경숙 작가는 소아라는 궁녀와 그리고 강연이라는 한남자, 그러나 김탁환 작가가 쓴 리심에서는 궁녀 영은과 지월의 두 여자가 이끌어 가는 이야기 등등 참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마노아 2007-07-25 13:59   좋아요 0 | URL
매주 토요일 그런 프로를 하는군요. 저도 챙겨봐야겠습니다.
신경숙 작가 자신이 역사소설로 읽히길 원치 않는다고 했어요. 저도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했을 뿐 역사소설로 읽히진 않던걸요.^^
산타님이 김탁환을 유독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리심을 읽으면 좀 더 호감을 갖지 않을까 싶네요. ^^
산타님의 리뷰도 어여 보여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