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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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출간 직전 편집이 덜 끝난 상태의 사본으로 먼저 보았다.  출간된 책은 A6크기 정도의 판형이지만, 나는 이 책을 펼친 채 복사를 한 A4크기로 보아서 책의 분량을 잘 알아채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로서는 드물게 아주 빨리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1권은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 한 번도 안 떼고 읽었다.  2시간 정도?  어쩌면 3시간 쯤 걸렸을 지도 모르겠지만, 평소 나의 독서 속도를 생각한다면 엄청 빨리 읽은 편이었다.  2권은 그보다 오래 걸렸다.  밤 시간에 읽기 시작해서 다 못 읽고 직장에 가서도 계속 읽어서 다음날 다 읽어버렸다.  이때도 별로 쉬는 타임 없이 읽은 듯하다. 

그래서, 완성된 단행본으로 받아보고는 깜딱! 놀랐다.  책이 너무 두꺼운 것이다.  1권은 335페이지, 2권은 430페이지나 되었다.  세상에... 난 꽤 놀랐고 또 으쓱하기도 했다.  책이 그만큼 빨리 읽혔다라고 하는 것은 책이 재밌었다는 얘기다.

어느 날 갑자기 재앙처럼 부모님을 잃게 된 잭.  그에게 나타난 킬러와, 또 그를 지키기 위해서 등장한 낯선 인물들.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몸부터 피해야 했고, 그렇게 숙명적으로 주인공 잭은 이둔이라는 세계와 연을 맺는다.  이둔에서 도망쳐 나온 저항군은 잭을 지켜주지만, 이둔에서부터 이들을 죽이러 찾아온 킬러의 힘은 너무나 막강하다.  잭은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도 힘을 길러야 했고, 전설의 검을 손에 넣은 뒤 열심히 연마한다.  특별하게도 불을 다루는 잭에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잭과 마찬가지로 어린 소녀 빅토리아는 치유 능력을 가진 다정한 아이다.  마법을 열심히 배우는 중인 그녀에게도 출생에 얽힌, 또 그녀의 보호자인 할머니와의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

판타지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1권의 내용 전개가 적이 당황스러웠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어렸고(알고 보니 대체로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이더라..^^;;) 급작스럽게 운명의 소용돌이에 던져진 그들의 이야기가 낯설었던 까닭이다.  용이나 유니콘, 마법사까지는 흔한 소재지만, 이 책의 기본 배경인 '이둔'의 존재는 특별했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느라 나는 꽤 용을 써야 했다.  그나마 주인공들의 이름이 스페인 이름이 아니라 비교적 익숙한 영어권 이름이어서 다행이었달까^^

1권 전개에서 내가 예상했던 방향대로 내용이 흘러가자 약간의 오기가 생겼다.  설마 내 짐작대로 다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기만 해봐라. 시시하다고 할 테다! 라고 중얼거렸는데...

다행히도, 2권에서 모두 뒤집어졌다.  내가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여긴 내용들도 2권에서 모두 설명되어졌고, 뜻하지 않은 러브 라인까지 찐하게 진행되어 로맨틱함마저도 선사했다.  아무래도 주인공 잭보다도 키르타슈가 훨씬 더 매력적이었는데, 표지에는 그림이 빠졌다.(다행이다! 나의 상상력을 지켜줘...) 2부에서 보여준 에피소드들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그림'이 될 법한 내용이 꽤 있었는데, 소녀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지 않을까 싶다.(나도 소녀이고 싶다 뭐.;;;)

아직 어리다고 부르기에 충분한 나이의 주인공들이기에, 그들의 성장통도 무시할 수 없다.  혹 유치하고 혹 철없다 하더라도 그들이 비난받을 수는 없다.  지금도 충분히 힘든 아이들이니까.

1.2권이 합해서 1부의 내용인데, 지구에서의 일을 거의 마무리하고 이둔으로 돌아가면서 내용이 끝난다.  2부에서는 저항군과 합류하여 이둔을 되찾을 싸움이 진행될 것이고, 아마도 시련도 있을 듯하다.(그래야 3부가 진행될 테니까.) 그리고 대단원은 3부에서 막을 내릴 것이다.

이 책은 1권을 읽었으면 2권도 반드시 읽어야 하고(그래야 내용이 정리된다.), 1부를 읽었으면 으레 2.3부도 읽게 될 것이다.  모험과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지만 무겁지 않게, 슬프지 않게 읽을 수 있어 즐겁다.

드물게 만난 스페인 문학, 드물게 보게 되는 판타지 소설.  어쩐지 벌써 배가 부른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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