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빵인지 누룽지인지....;;;;
그럼에도 조카들이 깨찰빵을 좋아해서 잘 먹어주었다. 난 너무 딱딱해서 입 천장이 헐 것 같았는데 말이다.
저게 저 모양새니 수영 다녀오시고 허기질 엄니를 위해 핫케이크도 구웠다. 순오기님 페이퍼를 훔쳐보며 두툼하게 한 판에 굽기로 결정했다.
프라이팬에 반죽을 담아놓은 상태다. 이때만 해도 뭐랄까,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뒤집는 게 만만치 않았다. 너무 무거웠다. 게다가 아래 쪽에서 탈 것 같아서 빨리 엎어야 하는데 위쪽 반죽이 흘러버린다. 아이 참 고민고민 하다가 뒤집었는데 역시나 반죽은 흘러버렸고 뒤쪽은 타버렸다..ㅜ.ㅜ
한 번 더 뒤집어서 접시에 담으니 요렇게 생겼다. 이건 흡사 스크림 포스터가 생각나는 형국인 걸!
요렇게....
무튼, 그래도 시장이 반찬. 엄니는 맛있게 드셨다. 물론, 저대로는 부족해 보여서 딸기잼을 좀 듬뿍 발라드렸다.
믹스가루와 딸기잼, 그리고 우유의 조합으로 그럭저럭 넘어갈 수준이 되었다.
이틀이 지나서는 냉장고를 열어보았다가 지난 번에 쓰고 남은 단팥 통조림을 보았다. 개봉된 통조림인지라 아무래도 불안했다. 빨리 해치우지 않으면 저 안에서 곰팡이를 발견할 것 같은 공포가 스물스물 새어나왔다.
그래서 전에 해보았던 메뉴 중에서 비교적 봐줄 만했던 메뉴를 재탕하기로 했다. '단팥 머핀'이다.
오븐 토스터를 쓰려면 그 위아래 앞으로 쌓여있는 기구들을 치워야 해서 무척 귀찮아진다. 이 녀석은 찜통을 쓰는 거라서 덜 귀찮을 수 있다. 딱 좋아, 딱 좋아!
남은 팥을 다 반죽해서 두 번에 걸쳐 쪄냈다. 팥은 거무죽죽한 것이 색이 안 이쁜데, 코코아 가루라도 뿌릴 걸 그랬나? 싶어 살짝 후회가 되긴 했다.
전에 팥으로 만든 스펀지 케이크는 너무 달아서 실패했지만, 이번 것은 당도가 적당했다.
보기보다 많이 배불러서 한 번에 두 개 정도 먹으면 딱 적당했다.
둘째 조카 다현양은 뭐든 잘 먹는 우량아지만 저런 색깔의 음식은 빵으로 취급을 하지 않는다. 큰조카 세현군은 원래 팥 들어간 것을 안 먹는다. 울 엄니는, 역시 팥이 달다고 하나 드시고 마셨고, 컴퓨터 봐주러 오셨던 형부는 배가 너무 고프다고 아우성을 쳐서 급한 대로 머핀부터 하나 드렸지만 너무 달다고 바로 인상을 찡그리셨다. 남자 입맛이라 그런가??
그렇게 못 먹어줄 맛은 아니었는데... 비쥬얼이 훈늉하지 못해서 그렇지....
하여간, 그런 이유로... 그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또 다시 나 혼자 주구장창 먹어주기 시작했다.
아, 괴로워... 줄지를 않아... 왜 안 주는 거야. 다들 십시일반으로 하나씩은 먹어줘야 할 것 아냐.
저렇게 많은데 누구더러 다 먹으라고... 이렇게 의리가 없다니!
괘씸했지만 별 수 있나. 홀로 고독과 싸우며, 나의 미감과 싸우며 열심히 먹었다. 하지만 최후의 두 개는 도저히 줄지를 않고 방치. 그러다가 어느 순간 냄새를 맡아보니 쉬었다. 결국 버렸다. 하아....
그 후 몇 차례 빵만들기를 더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엄니의 방해에 부딪혔다.
나중엔 제발 그만 만들라고 막 화를 내셨다. 아니 그렇다고 화를 낼 것 까지야....;;;;
심지어 지난 주에는 내가 빵 만들겠다고 냉장고 문을 여니 부엌에서 쫓아내셨다. 부침개 부칠 거라면서...
그리고는 삼일 연짱 부침개를 부쳐 주셨지. 부추전, 김치전, 다시 부추전을.......
오늘, 엄니께서 목욕탕을 가셨다. 날이 궂어서 기분이 착착 가라앉는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냉장고문을 열었다.
박력분이 바닥을 보인다. 이걸로 해낼 수 있는, 기존 재료를 최대한 이용하고, 오븐 토스터랑 찜통도 쓰지 않는 메뉴란????
냄비 모카 스펀지 케이크!
이것도 지난 번에 해보았던 거다. 좋아, 자신감 충만해!
유희열의 스케치북 지난 크리스마스 특집을 틀어놓았다. 두 시간 동안 출연했던 가수들이 모두 나와서 '손에 손잡고'를 열창한다. 아, 너무 좋아. 아름다운 음악이 있고, 부엌에서는 빵굽는 냄새가 난다. 근데 그 냄새가 쓰다????
이런이런! 책에서 약불 1/3 크기로 20분이라고 해서 알람 맞춰 놓은 게 아직도 3분이 남았는데 벌써 탔나???
일단 뚜껑을 열어보니 허연 가루가 이제껏 중 가장 많이 보였다. 밀가루가 죄다 뭉쳐 있다. 포크로 열심히 뜯어냈다.
생각보다 깊고 광범위하다. 한참을 씨름하고 나니 이 모양새.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건가!
절망이다. 배가 고팠는데 먹을 게 없다. 바닥은 다 탔고, 냄비는 만신창이. 이 냄새는 또 어떻게 할껴.
엄니께서 돌아올 시간이 되어간다. 식은땀이 주르륵... 안 되겠다. 선수를 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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