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딸기 아이스크림과 단팥 머핀에 도전해 보았다.
슈퍼에 가서 계량컵과 빙수용 팥, 베이킹컵과 생크림, 우유, 플레인 요구르트를 사려는데 이번에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장바구니!
계량컵은 천원이면 사겠거니 했는데 2,400원. 휴우...;;;;
생크림은 유통기한이 짧아서 안 갖다 놨다기에 제과점에 갔다. 나는 100g이 필요한데 한 통에 65g 들어 있다고 하네.
두개 사들고 와서 책에 나와 있는 100g기준을 방정식을 사용해서 130g 기준으로 바꿨다.
열심히 섞어서 마지막에 딸기잼을 투하하면 되는데 아뿔싸! 딸기잼이 거의 바닥인 거다. 이럴 수가!
다시 지갑 들고 제과점으로 총총총. 딸기잼 한 통 사와서 아이스크림 만드는 데에 2/3가 들어갔다. 울 동네 슈퍼에선 아이스크림 60% 할인 중인데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벌써 후회되고 있는 중...;;;;
아이스크림이 어는 와중에 단팥 머핀을 만들기로 했다. 찜통에다 하는 거니 밥통보다 덜 부담이 갔다.
책에는 5개 분량 기준이어서 곱하기2를 해서 10개 분량으로 반죽을 했다. 없는 것 투성이인 집에 그래도 카놀라유가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문제는 베이킹컵이었다. 베이킹컵이라고 적혀 있는 걸 사오긴 했는데 책에 나오는 것처럼 쿠킹호일 가장자리 테두리가 있질 않아서 힘이 너무 없었다. 반죽을 부으면 반죽 모양대로 막 휘어진다. 덕분에 찜통 아래로 반죽이 새서 냄비 태워 먹음...;;;;
처음엔 뜨거운 찜통에 집어 넣을 수가 없어서 3개만 구웠고, 그 다음에 6개, 그 다음에 5개를 넣어서 세 차례에 걸쳐 머핀을 만들었다.
아, 이 무슨 못난이 형제들도 아니고.... 왼쪽 첫줄이 첫번째 구운 것들로 가장 말랑말랑했고, 오른쪽에 노릇노릇한 것이 세 번째 구운 녀석들로 아랫 부분이 조금 탔다. 물이 다 말라서 그랬나 보다.
생김새는 이래도 단팥 효과로 맛은 제법 좋았다. 언니네도 갖다줬는데 팥을 먹지 않는 세현군이 맛있게 먹었다는 문자가 왔다. 음하하핫! 역시 우유와 궁합이 좋았다. 나는 우유 매니아!
그리고 오늘, 요구르트 스펀지 케이크에 도전했다.
두번째 해본다고 재료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훨씬 단축되어서 스스로도 깜놀!
지난 번 첫 도전 때 사용한 밥통은 평소 식혜 만들 때만 쓰는 용도인데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오늘은 압력솥에 한 밥을 옮겨서 보온만 하는 작은 밥통으로 도전!
반죽을 다 마쳐놓고 밥통에 버터까지 바른 뒤 내용물 투하, 취사 버튼을 눌렀다. 산처럼 쌓인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취사 버튼이 5분 만에 올라가 보온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이 무슨 날벼락!
이 밥통은 '취사' 조차도 안 되는 순전히 보온용 밥통이었단 말인가! 버럭! 이런 밥통같으니!!
분노에 떨며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오븐토스터에 넣을 그릇을 급물색했다. 싱크대를 뒤지니 스탠으로 된 납작 둥근 그릇이 있다. 반죽을 이리로 옮기니 그새 아랫 부분은 도톰한 카스테라가 되어 맛난 냄새를 풍긴다. 아흐 통재라~ 제대로 시간 갖춰 만들면 제법 잘 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비....
오븐토스터로 옮겼지만, 몇 분을 익혀야 하는지 알 턱이 있나. 일단 30분에 맞춰놓고 설거지 하는 틈틈 노려보았다. 15분 쯤 되니 이젠 타는 냄새가 난다. 오, 이것도 아니었나 봐!!
그릇을 꺼내어 쟁반 위 키친 타올 위로 엎었다. 매끄럽게 빵이 나오질 않았다. 버터를 더 발라야 하나???
뒤집힌 모양을 다시 엎으니 저렇게 생겼다. 중간에 갈라진 틈은 익었나 싶어 젓가락으로 눌러본 흔적이다.
서랍을 열어보니 우리집에 빵 자르는 전용 칼도 있네. 계량컵과 계량수저는 안 보이면서...-_-;;;;
냉장고에서 꺼낸 아이스크림이다. 이건 요플레에 딸기잼 섞어서 얼리면 나오는 모양새 아닌가!
좀 많이 탄 한 조각을 빼고 다섯 조각만 접시에 올렸다. 엄니가 오늘 게 가장 맛있다고 해주셨다. 맛있어야지.. 저게 돈이 얼마치인데..ㅜ.ㅜ
비록 저 책 속 비쥬얼은 따라갈 수 없었지만 오븐토스터로 구울 용기가 조금 솟긴 했다. 밥통으로 하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는 것도 어쩌다가 알게 되어버림.
오늘의 마지막 도전은 바나나 초콜릿. 지난 번에 케이크 만들고 남은 바나나 두 개를 이쑤시개로 예쁘게 찍어서 초콜릿을 붓고 견과류로 장식하는 비교적 쉬운 녀석이었다.
문제는 초콜릿. '코팅용 초콜릿'을 살 수가 없었다. 마트에 가도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있고, 인터넷으로 사자니 대용량에 배송비의 압박. 그래서 그냥 가나 초콜릿을 사다가 녹여 붓기로 했다. 중탕으로 녹였는데 초콜릿이 안 녹네. 그래서 불에 직접 녹였더니 초콜릿이 타버렸다.
아씨, 집에서 달고나를 만든 것도 아니고 저 그릇을 어째...ㅜ.ㅜ
그리하여 바나나 초콜릿은 이도저도 아닌 대재앙. 남은 바나나는 그냥 찍어 먹었다.
설거지는 수영장 다녀와서 해결하기로 함. 부엌에 탄 내가 진동을 한다.
오늘의 교훈. 빵은 빵집에서 사먹자. 아이스크림은 슈퍼에서 사먹자. 바나나는 초콜릿과 어울릴지 모르지만 어울리게 하려고 노력하지 말자.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