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해보았지 4
이 녀석은 지난 3월 30일에 만들었었다. 그러니까 벌써 일주일 전!
가지고 있는 재료로만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케이크 빵이었다.
이제는 숙달이 된 조교마냥 재료 준비도 척척, 동선도 짧아졌고 조리 시간도 단축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엄마는 자꾸 뭘 또 만드냐고 심기 불편해 하시고 전기 요금 많이 나올 거라고 잔소리를 하시지만 꿋꿋이 완성을 해보았다.
짠!
좀 그럴싸해 보였다. 후후훗, 예감이 좋은 걸?
밥통은 미끄러지듯 잘 빠져나오지만 저 그릇에 하면 버터를 발라 놓았어도 잘 안 떨어져 나간다. 어쨌든 젓가락 신공에 힘입어 쟁반으로 낙하!
윽! 바닥면이다. 타지 않았지만 생각지 못한 복병이 발생했다. 팥을 너무 많이 넣은 것이다. 대충 눈짐작으로 넣었는데 그게 과했나보다. 팥은 끈적해서 계량컵으로 옮기기가 거시기해서 숟가락으로 펐는데 그게 이런 문제를 만들 줄이야.
한입 먹어봤다. 너무.................... 달다!
아, 팥 좋아하고 단 것도 잘 먹는 나지만, 우유로도 아메리카노로도 극복되지 않은 달달함이라니!
엄니가 한입 드시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으시고 쓱 방으로 들어가셨다.
모처럼 언니가 집에 왔을 때에도 빵이 한 가득 남아 있었지만 쳐다도 보질 않는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그 다음 날도....
아! 3박4일 동안 나 혼자 먹느라고 죽도록 고생했다. 입이 너무 달아.... ㅠ.ㅠ
저 빵팥떡을 만들고 나서 일주일 가까이 다음 요리에 도전하지 못한 까닭이다.
엄마는 슬슬 만족감을 느끼셨는지 또 다시 빵을 자꾸 사다 놓으시고, 집에 오는 손님들도 어찌 알았는지 빵만 들고 오시네.
아씨, 이 분위기 안 좋아, 안 좋아....
그리고 어제, 언니네 집에서 빌려온 핸드 믹서를 이제 돌려줄 때가 되지 않았냐고 엄니가 또 운을 떼신다!
무슨 쏘리! 아직 멀었소!!
절치부심하는 마음가짐으로 심호흡을 하고 또 다른 요리에 도전했다.
중간에 엄니랑 조카가 내가 사놓은 부재료들을 야금야금 해치워서 냉장고에 재료가 부족했다.
크림치즈가 들어간 요구르트 치즈 케이크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재료가 두개 이상 비므로 일단 패쓰!
슈퍼에 가서 우유와 단호박을 사왔다. 단호박은 어떻게 삶는 건지 모르니 일단 쟁여두고 고른 것은 코코아 브라우니!
아몬드는 한 열흘 전에 부푼 포부를 갖고서 사놓았던 것이다. 마트에 갔는데 제빵 코너에서 30g에 1090원 하는 녀석을 들고 나오는데 입구에 샐러드용으로 50g에 990원하는 녀석을 발견! 미련 없이 둘을 바꿔서 사왔다. 시키는 대로 일단 팬에다가 아몬드를 구웠다. 예쁘게~
아아, 하지만 예뻐야 할 아몬드는 홀랑 타버리고.... 마음이 아파... 비싼 아몬드!!
어쨌든 정성을 다해 반죽을 만들었다. 열심히, 여얼씨미~
최근의 경험에 의하면 오븐 토스터에 구울 때는 대략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호일로 덮어두면 색이 예쁘게 안 나온다는 조언을 반영!
일단 10분 맞춰놓고 땡~하고 낭랑한 소리가 울리며 타이머가 꺼지면 호일을 덮기로 했다.
엄니는 아쿠아로빅 하시러 수영장에 가셨고, 돌아오시면 허기가 져서 내가 만든 빵을 맛나게 드시겠지.
그런 상상을 하며 설거지를 경쾌히 하고 있을 때였다.
7분 경과했는데 타는 냄새 또 작렬!
아아, 이럴 수는 없어!
에, 그러니까 왼쪽 사진은 7분 만에 꺼내어서 난감한 표정으로 잠시 노려보았을 때의 상태다.
군데군데 구멍이 잡힌 부분은 기름 자국인데 반죽이 덜 섞여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한층을 걷어내고 다시 구울까 하다가, 그냥 그 상태로 호일만 덮어서 더 구웠다.
다 구운 상태에서 탄 부분을 걷어내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서 말이지... (결과적으로는 아니었다!)
그리고 20분이 지나고 나서 꺼낸 것이 오른쪽 사진.
자연스럽게 갈라진 틈으로 고소한 내가 났다. 그 이름이 뭐더라... 스파케티가 들어 있는 그 빵... 호밀빵?
하여간, 뭐 그런 비스무리한 내가 났다. 탄 내가 아니라 말이지. ㅎㅎㅎ
그릇에서 안 떨어져서 거의 긁어내다시피 해서 쟁반으로 투하시킨 녀석이다. 아직 뜨거워서 탄 부분을 걷어내지 못했다. 역시 만들 때 걷어내는 게 더 편리할 뻔했다. 한 입도 먹지 않은 채 사진을 찍은 것인데 벌써 거칠게 입이 지나간 흔적처럼 보인다. 후우...;;;;
놀러와 위대한 탄생 편을 하나 보고 나니 엄니가 귀가하셨다. 역시나 예상대로 허기지시다며 맛있게 드신다.
내가 생각해도 아몬드가 탄 게 많이 흠이었지만 맛은 이제까지 중 가장 좋았다.
집에 코코아 믹스가 있어서 코코아 가루를 대신했는데 아무래도 믹스여서 그런지 코코아 색은 나오지 않았다. 정해준 용량보다 더 넣어야 했던 걸까?
저녁에 귀가한 언니는 왜 자꾸 태우냐고 한소리를 했다. 씨이, 맛도 보지 않고...(ㅡㅡ;;;)
오늘은 단호박이 땡기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어제 내가 사용한 달걀이 마지막이었다. 달걀 한 판을 홀랑 다 썼네.
흐음... 엄니가 장을 언제 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