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한 가지 외모로만 살아야 하나? 매번 똑같은 인물로 살아가는 위험을 왜 감수해야 하나?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분간해낼수 있는데 말이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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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부엌 - 삶의 허기를 채우는 평범한 식탁 위 따뜻한 심리학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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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부엌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 다양한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에세이이다. 저자 자신의 일상을 털어놓고 있는 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자의 이야기속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라거나 그 음식으로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통해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기도 하고 스며들듯 위안을 받게 되기도 하는 치유의 글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어린시절 소풍때만 먹을 수 있는 김밥을 기대했지만 그와달리 엄마는 삼단도시락을 싸주었고, 친구들과 다른 밥이 부끄러워 끝내 도시락을 꺼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는 이야기에 나 역시 친구들과는 다르지만 김밥이 아니라 달걀로 밥을 말아 도시락을 싸갖고 갔던 것이 생각났다. 친구가 말을 꺼내야 떠올랐으니 어린적 나는 '차이'라는 것에 꽤 둔감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쨌든. 저자는 엄마의 정성이 더 들어간 도시락을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꺼내지 못했지만, 저자의 아들은 일률적인 샌드위치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볶음밥을 싸주니 더 좋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획일성과 자발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자발적 행위를 통해 세상에 무기력하게 편입되기보다 스스로 세상을 포용한다"(152)고 말한다. 

나의 추억은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 성인이 되어 우연히 듣게 되었지만 내 친구는 내가 꽤 부잣집 아이인 줄 알았다 그랬고, 어머니는 그때 김밥김을 살 돈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달걀 한판을 외상으로 빌려 와 밥을 싸줬다고 하셨다. 사실 나는 친구가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저 친구들의 까만 밥과는 달리 노란색으로 돌돌 말아진 밥이 꽤 이뻤다는 기억밖에는.


이 책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저자의 이야기속에서 나의 추억을 꺼내어보게 되기도 하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 마음들에 대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마움과 뒤늦은 후회와 감동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육개장을 보는 순간 허기를 느꼈던 그 죄책감 같은 감정은 오랫동안 그 음식을 멀리하게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장례식장은 삶과 죽음이 명확히 갈린 곳이 아니라 무기력과 열정, 상실감과 충만함 등 모든 상반된 것들이 공존하며 서로를 어루만지는 자리"(27)임을 알게 되고, 육개장은 오히려 아버지를 추억하며 먹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나 역시 그러한 감정들과 치유의 시간들을 가져보게 된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순차적으로 읽었는데 이후에 온갖 감정들로 지쳐갈 때 책을 펼쳐놓고 목차를 보며 저자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고 나는 또한 나만의 위로가 되는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물론 저자가 '분노'라고 써놓은 초콜릿 이야기와 달리 나는 '분노'의 감정을 떠올리게 되었을 때 저자가 '승화'라고 써놓은 힘겨웠던 여름날을 위한 제철 밥상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 이건 아마도 말도 안되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는 내 정당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서일수도 있고, 쉬는 날 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더구나 그것이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직장상사나 누군가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망가지게 되는 것을 더 힘겨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것이든 저것이든 저자의 이야기에 동화되어 여러 감정들을 느끼고 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게 될 것 같은 이 느낌들이 좋다. 


내가 한 음식은 너무 심심하고 밍밍하다며 그닥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를 위해 주말이면 어머니 입맛에 맞게 조금은 짜고 달게 부식을 만들곤한다. 오늘도 역시 달달한 떡볶이를 만들었더니 평소 점심은 잘 안드시는 어머니가 평소보다 많은 양을 드시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신장기능이 떨어져 언제 기능이 멈추게 될지 모르고 그때는 어머니의 임종을 준비해야 되겠지만 주치의 선생님 말씀처럼 약으로 조절하고 있으니 굳이 음식을 너무 가리지 말고 좋아하시는 것 드시게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짜고 달달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그것이 그리 마음을 무겁게 하지는 않는다. 

'나를 치유하는 부엌'은 그렇게 내 마음을 도닥여주는 위안을 주고 있는 책이다.


늘 반복되며 자로 잰 듯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 일상도 실제로는 어느 하루도 같은 모습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과 환경의 변화, 그리고 매 순간 나의 감정에 따라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 모든 변화를 즐기며 받아들이고 다듬어감으로써 우리는 예쁘게 발효된 빵 반죽을 오븐에 넣어 맛있게 굽듯이 인생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다구워진 빵을 꺼내기 직전의 설렘처럼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불안‘이 아닌 ‘기대‘를 안은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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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흔히 좋은 재료와 맛이라생각하겠지만 모든 음식에는 저마다 다른 평가 기준이 존재한다. 지금껏 맛보았던 수많은 음식에는 맛뿐 아니라 추억 속에서경험한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는 음식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기도 하며, 모두가 극찬하는 요리가 다른 이에겐 최악의 음식이 되기도한다. 이는 우리가 음식과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맛보기 때문이다.
- P35

늘 반복되며 자로 잰 듯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 일상도 실제로는 어느 하루도 같은 모습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과 환경의 변화, 그리고 매 순간 나의 감정에 따라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 모든 변화를 즐기며 받아들이고 다듬어감으로써 우리는 예쁘게 발효된 빵 반죽을 오븐에 넣어 맛있게 굽듯이 인생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다구워진 빵을 꺼내기 직전의 설렘처럼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불안‘이 아닌 ‘기대‘를 안은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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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chika > 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가?

내가 뭘 읽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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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모두의 적 -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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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17세기에 해적왕이라 불리던 헨리 에브리라는 인물과 그의 행적을 통해 대영제국의 탄생에 대한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 모두의 적'이라는 책 제목은 바로 그 헨리 에브리라는 해적왕의 또 다른 별칭이었다고 하는데 사실 내게는 딱히 와 닿는 해적왕의 칭호는 아니다. 

해적 왕 헨리, 역사이자 전설이 되다.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쓴다면 내용과 연결하여 딱 맞춤인 글이 되겠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인류 모두의 적'이라는 제목으로 돌아가서 이것 역시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영국의 영국에 의한 영국인의 책이 아닌가, 라는 좀 삐딱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내가 역사를 잘 몰라서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헨리가 그 유명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치고 대영제국을 이루게 한, 해적에서 영국군인으로 둔갑한 인물이고 영국함대와 해적단이 공존하며 국가적으로 불법행위를 묵인해주는 이야기의 시작인 줄 알았다. 그런데 헨리 에이브는 오히려 그런 상황의 종지부를 찍게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헨리 에브리는 처음부터 해적으로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영국 해군에 입대를 하고 함대에 오르지만 선상반란을 일으키고 배를 약탈해 해적선으로 바꾸고 인도의 무굴제국을 약탈한다. 또한 노예무역상으로 위장해 실제 기니섬 주민들을 납치 감금해 노예로 팔아넘기며 돈세탁을 하고 부를 축적했다. 

한가지 좀 의외였던 것은 - 어쩌면 그래서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영국함대에서 해적선으로 탈바꿈한 팬시호에서의 수익배분은 직급에 따라 차등이 있기는 했지만 모든 선원에게 균등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전투 중 상해를 당하면 그 정도에 따른 보상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현대의 상해보험제도를 떠올리게 되는 것 역시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해볼 때 헨리 에이브는 저자의 표현대로 '전설적인 인물이고 영웅이자 살인자이기도 하고 폭도이며 국가의 적이기도 하고 해적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유령이 되었다'는 말은 다 맞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령,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남는데 해적들이 재판을 받고 처형을 당할 때 헨리 에이브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당시 선상에서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고, 뱃사람이 된다는 것이 왠만한 각오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 소설 모비딕을 통해서도 얼핏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보다도 이백여년이나 전의 이야기 아닌가. 그 시기에 해적선을 이끌고 해적왕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헨리 에이브는 어쩌면 해적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지도자이고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동료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행적은 인도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약탈함으로써 국가와 해적의 밀접한 연계를 끊는 계기가 되었고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었고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역사의 흐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의 한 장면,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이 해적왕 헨리 에브리에 의해 탄생했다고 하는데 책을 다 읽고도 그 행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왜 그가 '인류 모두의 적'이라고 불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재판을 받은 해적 중 나이가 어린 윌리엄 비숍의 최후 진술이 가장 안쓰러웠다고 하는데, 겨우 열여덟살에 강제로 끌려갔으며 재판을 받을 때도 겨우 스물한 살에 불과하다며 감형을 호소했지만 그 역시 교수형을 받았다. 노예상인과 무역선이 타지역에서 당연히 침략과 약탈을 자행하던 시기에 그들은 '해적'이라는 것으로 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던 것이다. 

이 한권의 책으로 많은 것을 알수는 없지만 역사를 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니 나름 유의미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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