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웨터를 천천히 위로 잡아당겼다. 같이 말려 올라간내의를 정리해 주었다. 엄마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마치 전속력 달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당시 엄마에게는 옷을 벗는일조차 숨이 가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처음 스웨터조차벗지 못하는 엄마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망가고싶어‘였다. 그러나 다음 날 엄마가 그것을 벗을 노력을 했다는 걸 알게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지켜주고 싶다‘로,
"그거 알아? 엄마 지금 진짜 엉망이야........
내가 스웨터를 개키며 말했다.
"그런데 괜찮아 괜찮아, 정말."
나는 재촉하지 않아. 엄마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아니까. 어쨌든 이 스웨터를 벗으려고 시도했던 거잖아. 그작은 의지를 봤으니 됐어. 아주 손쓸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 줬으니 그걸로 충분해. 나는 속엣말을 했다.
다음 날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출근했다. 여전히 물건을모았고 나에게 학교생활이나 수험생으로서 힘든 일은 없는지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다가도 엄마는 불시에 그날처럼 고장나 작동하지 않기도 했다. 그럴수록 나의 마음은 조급해졌고, 멈춘 인형의 태엽을 감듯 엄마에게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엄마의 상한 마음을치료하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엄마에게 마음을 써주는사람, 엄마를 가여워하며 쓰레기 집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엄마와 나를 분리해 생각하지 못하게되었다. 엄마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었고 엄마와 나를 거의 동일 인물 수준으로 느끼게 되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기억을 추적하다보면 한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고흥에 처음 내려와 내가 엄마의 머리를 묶어주던 장면이 ......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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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끓이기, 재료 볶기, 반조리식품으로 식사 준비하기... 정도에서 요리다운 요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어남선생으로 인해서였던 것 같다. 

채소는 씻고 다듬기만 하면 되는 거지만 다른 식재료 손질은 꿈도 못꾸다가 정말 눈높이에 맞는 손질과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나도 되려나? 하다가 진짜 되는 것을 경험해보니 이제 슬그머니 다른 요리들도 시도해보게 된다.

배추와 무를 많이 얻게 된 해에는 처음으로 김치도 만들었었는데 솔직히 다시 만들라고 하면 그 맛을 내지는 못할 것 같다. 겨울무가 원래 맛있기는 하지만 양념도 적절히 잘 되어서 여름까지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데 - 요건 내가 만든 김치를 먹어 본 다른 사람들 역시 맛있다고 인정을 해 준 것이니 맛있는 것이 맞을거다. - 내 생애 그런 김치맛을 낼 날이 두번째가 있을까 싶다. 


아무튼, 요리책을 내지 않을 것이라 했던 것 같은데 요리책이 나왔을뿐이고 검색하면 다 나오는 레시피일테지만 그래도 책을 구입했다. 요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익숙해지면 조금씩 맛을 더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요리선생님의 책인데 당연히 집에 꽂아두어야하는 책 아니겠는가. 




함께 읽기를 하고 있어서 읽게 된 책이다. 솔직히 셔우드 앤더슨,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처음...이다. 


“미국 문학의 전통을 낳은 아버지”(윌리엄 포크너), “현대 소설을 만든 인물”(존 스타인벡),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하고 섬세한 작가”(스콧 피츠제럴드), “극소수의 작가들만이 이루어낸,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한 작가”(버지니아 울프)라고 불리는 셔우드 앤더슨의 대표 단편 12편.

셔우드 앤더슨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미국 문학, 특히 단편문학 기법을 확립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으며,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윌리엄 포크너의 문학적 스승으로서 그들의 작품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는 몰랐을까...라는 생각이 중요하지는 않고.

별다른 생각없이 단편 하나씩 읽고 있는데 꽤 재미있다. 단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좀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지금까지 읽어 본 내용으로는 흥미로움을 갖게 할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이거! 하는 느낌이 들만큼 심리묘사나 표현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읽는 중이라 단정짓기는 좀 그렇지만. 아무튼 재미있다. 



소설, 이라는 느낌 그대로 별 생각없이 첫 문장을 읽기 시작했는데 계속 읽게 되는 책이다. -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사무실에서 첫문장만 읽어봐야지, 하고 펼쳤다가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참고 툭 덮어놓고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가족소설, 특히 엄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라는 것에 마음이 꽂혀 읽으려고 한 책인데 첫문장부터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이 올해의 책 중 한 권이 되지 않을까 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꾹 참고 있다가 이번 주말에 읽어볼까 하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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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가족이 사는 삶의 극적이고도 중대한 순간은 침묵속에 지나가버린다. 124 - P124

삶은 하루하루의 연속이 되었다. 어쩌면 삶이 다 그런건지도 몰랐다. 그저 하루하루의 연속일 뿐. 139

세게 불어! 겁내지 말고! 자네가 꼭 해야 해. 지랄맞게 불어! 내 똑똑히 말하는데 이 집은 내 거야. 우린겁먹을 필요가 없어. 내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어서지랄맞게 부는 거야!" 노인은 끈질기게 간청했다. 144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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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은 봄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게 첫 계절은 가을이었다. 무더운 열대야와 지루한 장마를 버티고 나면 선물처럼 가을이 찾아온다.
나에게 여름은 왜 버텨야 하는 계절이 되었을까.
여름은 많은 것에게 생명력을 주는 만큼 동시에 많은 것을부패시킨다. 하수구에선 썩은 물의 악취가 진동하고 쉬어버린 음식 냄새가 팽창한다. 음식들 주위로는 온갖 벌레들이들끓고 세균이 증식한다. 숫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습도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고 얼마 걷지 않아도 가슴이 죄어온다. 찝찔한 땀이 배어나 색이 진해진 옷은 여름의 난동을 증명한다. 여름을 나는 일이 나에게는 많은 인내가 요구되었다.
10, 첫문장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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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유여행 A20 - 초보자를 위한 DIY 여행 가이드북
최병일 지음 / 니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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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 중, 패키지로 쉽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여행을 여러번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그 경험치로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지만 여행초보자라면 많은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저렴한 비용으로 내가 원하는 곳을 가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자유여행을 시도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내향성을 넘어서는 낯선곳으로의 여행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크기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이 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요즘 시기적으로 항공권 예매를 미리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를 갈 수 있고, 일정이 정해지면 현지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 동행을 할 수도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어서 완전한 해외 자유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항공권 예매 등의 노하우를 담고 있기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오래전에 지인이 현지에서 가이드를 해 주고 숙소와 차렌트까지 예약을 해 주겠다고 해서 나는 일정을 잡고 비행기표만 예매를 하면 되었었는데, 그때에도 출발 하루 차이로 세명의 항공권이 백만원 정도까지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었어서 자유여행이지만 계획만큼은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확실히 공감할 수 있다. 


물론 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 여행을 떠난다 하더라도 여행초보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도 많이 담겨있다. 공항을 이용하는 방법이라거나 여행 사진을 정리하는 방법, 부록에 실려있는 내용은 실제로 내가 길찾기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행하는 동안 스스로 지도를 보면서 위치 확인을 하는 법이나 여행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인 식사와 와인, 디카 사용과 휴대폰 활용 등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담겨있으니 한번쯤 이 책을 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이 책에 담겨있는 멕시코와 뉴질랜드의 실전여행기를 보며, 정말 스트레스 받을 때 짬짬이 여행을 꿈꾸며 항공권 검색을 하고 가고 싶은 나라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고 관광지를 찾으며 가상의 여행계획을 세우던 때가 떠올랐다. 계획형이 아닌데다 나이를 먹어가며 내가 뭔가를 찾아보고 비교하며 일정을 짜야하는 것은 도저히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휴가철이 되었으니, 아니면 긴 연휴가 생기면 그 기간에 어디론가 떠나는 계획만이라도 세워볼까 싶다. 혹시 또 모르지. 자꾸 계획을 짜고 들여다보기 시작하다 언젠가는 실제로 떠날 수 있는 날이 올수도.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좀 좋아지는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무거운 이 책을 펼쳐 본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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