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Strong Words - 말대꾸 에세이
딥박 지음, 25일 그림 / 구층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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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립서점, sns에서 입소문이 난 글이라고해서 뭔가 기대감이 컸었나보다. 말대꾸 에세이,라고 되어 있는데 답답한 상사, 어른들의 이야기에 시원하게 받아칠 수 있는 말대꾸를 읽을 수 있다면 대리만족처럼 시원한 사이다, 일 것 같은 기대를 했는데 초반에는 왠지 말장난 같은 느낌이 더 컸다.  말장난이라고 했지만 사실 아재개그에 가까운 글들이 것 같아 피시식 거리면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끔은 기발한 아이디어같은 말장난이 있어 책을 읽는 재미는 있었다. '사대주의'라는 제목으로 미국 아저씨의 웬 아이 워즈 영.. 이라는 말에는 뭔가 소소한 옛이야기같은 느낌이지만 한국 아저씨의 나때는... 이라는 말은 낡아빠진 옛 생각에 박칠 것 같다는... 글을 읽고난 후 '사대주의'를 보면 왠지 웃음이 나온다. 물론 뒤끝은 씁쓸하지만.

 

그래서인지 아재개그 같은 글이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실제 저자의 에필로그를 보면 입에 발린 말, 예쁜 글을 쓰기 위해 만들어 낸 글을 쓰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진심을 가벼운 농담처럼 건네곤 했지만 단 한 줄도 당신을 업신여기며 쓴 글이 없다"라는 저자의 말은 책을 다 읽은 사람들이라면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 피식 하고 웃게 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굳이 의미를 따지지 않고 일상생활에서의 통찰과 언어의 유희를 느끼며 짬짬이 읽기 좋은 책이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또 그러면서도 그 안에 스며든 의미가 느껴진다면 그때는 정말 빡치는 감정의 소모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말대꾸로 받아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지혜를 배우면 될 것 같은 그런 책이다.

 

"굴곡진 인생이라 볼만한 경치가 있고 꼬이는 인생이라 단단한 매듭이 있지"

하루 매듭 짓기,의 글을 읽으며 오늘 하루를 단단히 매듭지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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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8 - 막부의 멸망과 무진전쟁 본격 한중일 세계사 8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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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는 처음이다. 굽시니스트의 그림은 시사인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글자의 압박이 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세계사에는 관심이 많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번호의 부제가 막부의 멸망과 무진전쟁, 그러니까 일본의 역사에 크나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부의 멸망과 메이지유신은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 책이 조금 더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책을 읽고 싶었다.

 

1편부터 차근히 봤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일본의 역사를 너무 우습게 봤나보다. 막부와 번, 신정부. 이렇게 큰 세 그룹으로만 놓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지만 익숙하게 들어봤던 인물들과 다이묘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해나 암기, 명확한 구분을 할 수 있는 수준도 못되어 그냥 글의 흐름대로만 책장을 넘길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막부는 왜 망했나? 라고 묻는다면 간략하게라도 설명할 자신은 없다.

근대화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의 왕조체제와는 달리 일본은 각각의 지역에서 성을 중심으로, 그러니까 오늘날의 지자체처럼 각자 고유의 영토에서 권력을 갖고 지배하는 체제에서 천왕을 중심으로 하는 신정부로의 권력이동이 이루어진 일본 내부의 전쟁이 무진전쟁이려니... 라는 윤곽을 잡아볼뿐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아니고 꼼꼼하게 무진전쟁의 역사적 기록을 다 확인하고 알아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내용을 이애하기 위해서는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읽으면 충분할 것 같다.

 

곁다리처럼 한가지 좋았던 것을 이야기하자면 농담처럼 그려진 말풍선속의 글이 현재의 정치와 문화에 대해 은근 풍자를 하며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본격 '한중일' 세계사인데 어째 한국과 중국의 동시대 역사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는 것인지,는 좀 아쉽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한중일'의 역사와는 다른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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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은 모르겠다. 김진송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기억때문에 이 책 역시 당연히 에세이일 것이라 생각했다. 한달 전 장기간 입원이 예상되었을 때 가까이 있던 이 책을 무심코 짐가방에 넣은 것은 에세이일 것이라는 선입견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국 이 은유인지 비유인지 현실인지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모르겠는 글을 읽기에는 병원이라는 환경과 환자라는 신분으로서는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니 그리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표제작인 '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가 첫 단편으로 나오는데 솔직히 문장의 표현이 다를 뿐 그 내용의 흐름은 이미 알려져있는 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글을 다 읽을때쯤, 예상과 다르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너무 극적인 생각에 빠져 이야기를 확대시켜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가 다 무심히 툭, 하는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따뜻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직접적으로 들이대지 않는 소설의 묘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소설집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를 읽을수록 점점 더 에세이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문장의 표현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현실과 멀리 떨어진 느낌의 화려한 미사여구와 문장들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이 소설집은 읽다보면 현실생활에서 튀어나온 글이라 확신하게 되는 문장들이 담겨있고 일상의 사유에서 나온 문장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 느낌은 그랬다.

소설을 읽는 재미라기보다는 그런 문장을 읽고 돌아보는 시간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첫번째 단편의 따뜻한 느낌과는 달리 달팽이를 사랑한 남자, 종이 아이 같은 경우는 조금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서울 사람들이 죄다 미쳐버렸다는 소문이,의 경우 강력한 풍자가 넘쳐나고 있기도 해서 다양한 느낌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는데 여전히 현실과 비현실에서 조금 더 현실인 느낌이 강해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었다는 것이 지금 이 책을 읽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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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전쟁
이종필 지음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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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빛의 전쟁,이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 물리학, 양자역학 같은 이야기는 나와는 거리가 먼데 그런 내용들이 소설에 마구 담겨있다. 그런데 그걸 모른다고 소설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뭐, 성급히 말해보자면 소설가가 너무도 쉽게 이론을 풀어 설명하고 있어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소설의 작가는 현직 물리학자 교수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뒤늦게 그렇구나, 라며 깨닫는 것들이 너무 많다.

 

소설의 전개는 한편의 영화처럼 스펙타클하게 넘어간다. 광화문 광장에 드론이 등장해 목이 없는 시신을 이순신 동상에 걸어놓는다. 드론의 정교한 조종도 놀라운데 목이 없는 시신이라니. 게닥 그 시신에는 그림처럼 보이는 문신이 새겨져있었는데 가까이서 본 그것은 기계로 박은 듯 보이는 촘촘한 못이었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물리학자 조성환 교수는 과학전문기자인 하영란을 통해 사건의 담당 형사와 연결이 되고 그 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을 구해주게 된다. 그렇게 사건 가까이 다가서게 된 성환은 조금씩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고 사건 해결을 위한 정보를 얻기 시작하게 되는데...

 

역사적인 이야기와 연결이 된 물리학의 이야기는 얼핏 너무 이론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비현실적이어서 너무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수도 있는데 그런 의심없이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과 사건의 해결이 일사분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별점을 많이 줄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 구성이라는 면에서는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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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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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두 달 전만해도 이런 물음에 정말 내 일처럼 생각해보지는 못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짐을 정리해야한다거나 유언장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까지는 못한다. 죽음을 기억하라,고 하지만 바로 내 앞에 닥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많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시티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의 시간동안, 별생각이 없다가 터져나오는 기침때문에 새벽에 잠이 깨어있다가 문득 내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하게 되었는데 ...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것 이상의 것을 떠올릴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삶을 정리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이 먹먹함에 대해서는 도무지 말로 설명할수가 없다.

그래서인가.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라는 물음앞에서 이 소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결론은 똑같을지 모르겠지만 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소설은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구미호 식당은 상상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불사의 생을 살고 싶은 여우 서호가 죽어서 저승으로 가기 전, 아직 피가 따뜻한 인간의 피를 마시는 조건으로 사십구일간의 시간을 더 남겨준다. 누군가를 꼭 만나야한다는 아저씨를 따라 사십구일간의 생을 연장하게 된 열다섯살 왕도영은 이승에 대하 미련따위는 없지만 같이 가자는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별 생각없이 남게 된 형편이라 그저 방관자처럼 지낼뿐이었다.

죽기 전의 얼굴을 갖지도 못하고 서호가 정해준 구미호 식당을 벗어날수도 없는 상태에서 둘은 아빠와 아들 사이로 위장하기로 하고 식당 운영을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저씨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하고, 어린시절 엄마에게 버림받고 폭력을 일삼는 아빠에게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지낸 도영은 열한살에 아빠가 돌아가시자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이복형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도영은 구미호 식당에 알바를 하기위해 찾아 온 형과 마주치게 되고...

 

이야기의 흐름상 예측하게 된 결말이 있었는데 내 예상을 뒤집어버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예상한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기적처럼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 것이었고 이 이야기의 결말은 현실적으로 정말 내게 남은 삶의 시간이 한정적이며 그 한정적인 시간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볍게 읽게 되면서도 마음을 움직이게 해 준다.

사랑과 집착, 기억의 왜곡,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은 생각만으로 끝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랑법을 깨닫게 되는 순간 마음이 열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된다.

구미호 식당은 따뜻하고 얼큰함이 감도는 크림말랑의 맛을 떠올려보게 하는 한편의 맛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생명을 얻는 출발점에 섰을 때 죽음이라는 것도 함께 얻어. 더불어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도 같이 얻지. 살아가며 행복과 불행,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야. 제대로 살면 행복하지. 제대로 산다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 삶이지.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마음을 열고 살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어. 마음을 열면 나에게는 물론 모두에게 너그러워지고 여러 각도에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거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원히 살 거라고 멍청한 생각들을 하지. 그러느라 죽을 때 꼭 후회해. 후회해도 소용없는 순간에 말이야. 아아 멍청한 것들. 어때, 너희들은 멍청한 부류에 속하지 않았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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