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를 조금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를 강요받고 있었다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어린 시절,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습관이자 관성이 되어 계속 작동하는 것 아닐까. 속이 깊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았다. 이해라는 것,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121, 모래로 지은 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쓸모 있는 음악책 - 내 삶을 최적화하는 상황별 음악 사용법
마르쿠스 헨리크 지음, 강희진 옮김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면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보다 쉽게 음악책을 볼 수 있으려나,라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했다. '내 삶을 최적화하는 상황별 음악사용법'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쓸모있는 음악책이라기보다는 음악의 쓸모에 대한 안내서 같은 느낌이다. 중간에 저자의 유머가 담겨있고 정치 문화적인 풍자도 담겨있어서 음악의 쓸모는 이렇게 다양한 사고를 갖게 하나보다 라는 생각도하게 되고.


조금은 가볍게 읽으면 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게 설렁거리며 읽다가 어느 한순간 멈칫,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모두가 심각함이 아닌 유쾌함으로 음악을 즐기기를 바랄 것이라 생각하면 그냥 그런가,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위 아 더 월드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가 있고 Imagine이라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 알겠지만 사실 미국에서 9.11 테러 이후 내부적으로 미국의 라디오 방송에서 존 레논의 이매진이 방송금지곡이 되었다는 것은 놀라우면서 또한 미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해볼 때 그리 놀랍지않기도 하다. 

하지만 경직될 필요는 없다. 음악을 정치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폼나게 기타케이스를 들고만 있어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보다 이성에게 전화번호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오니 말이다.


한때 회자되던 음악의 효과, 흔히 모짜르트를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클래식을 들려주고 말을 걸어주면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는데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객관적인 동일조건하에서는 - 그러니까 그 이전의 이런 연구결과는 결론을 유도하는 의도가 담겨있었다는 뜻인데 - 크게 유의미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반면 음악이 감정의 변화뿐 아니라 운동 효과라거나 사회적 활동이라거나 운동의 측면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음악의 쓸모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에 확연히 와닿는 이야기는 노래부르기가 지닌 건장 증진 효과에 대한 이야기였다. 면역체계강화 코골이완화, 자세교정, 폐활량증가,노래테라피, 긴장감완화, 정신건강증진 등의 내용은 그냥 웃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부분의 실험 결과와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음치라 노래부르는 걸 즐기지 않는데, 이 책을 읽으니 노래를 잘 부르기위한 연습으로 노래가 아닌 폐활량증대운동으로 노래실력을 연마했다고 하는데 폐가 좋지 않은 나는 음치탈출과 폐건강을 위해 앞으로 노래를 자주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슬그머니 해보고 있다.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무한긍정의 효과, 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보시길. 유익하면서도 유쾌한 내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니, 어른들은 내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조차 완전한 진실은 아니었다. 어른들은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고, 아무것도 훔치지 말라고 했으면서, 아들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한통속이었다. "너희 할아버지는 네가 딸이라고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으셨단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던 친척들의 웃음을 나는 곱씹어보았다. 74, [601, 6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알쓸범잡'이라는 티비프로그램이 최근에 시즌2를 하는데 서두에 '이미 범죄에 대한 것은 다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라는 말로 시작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과학의 발달로 이제는 완전범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그렇게 범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듣다보면 범죄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사연들이 자꾸만 집중을 하게 된다. 우리의 많은 삶이 그 안에 다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에세이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미리 기대가 되는 책이었고 실제 그 이상이었다.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뼈의 구조와 각 뼈의 기능을 통해 뼈에 새겨진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채식주의자의 식단이 뼈에 새겨져있고 고도비만의 식단 역시 뼈에도 자국을 남긴다는 이야기는 듣고보면 확실히 그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뼈라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치아를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 모든 것이 그리 새롭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치아에 관련된 이야기는 좀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의 치아를 매매하고 도둑맞은 틀니가 죽은 사람의 입에서 나왔는데도 그걸 되찾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니. 


하지만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뼈에 새겨진 이야기들의 흥미로움만이 아니다. 첫부분 뇌의 이야기에서부터 에세이가 담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사람의 두개골을 장식해 사고팔았다고한다. 그리고 2007년 그와 비슷하게 데미언 허스트는 두개골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현대미술에서 가끔 언급되는 그 작품에 대해 익히 알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 작품에 대해 두가지 문제를 고민한다. 유골을 사고팔았다는 윤리적인 문제와 작품속의 진짜 치아는 유골의 원형을 침해했다는 의미가 된다는 이야기를 언급한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뼈에 새겨진 삶의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묻혀버릴뻔한 범죄를 밝혀내고 있다. 그 과정은 분명 과학적인 사실이지만 이야기의 구성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고 있다. 특히 자살로 판명이 난 9살 소년의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아동의 성장장애가 보이는 해리스선의 발견으로 그 소년이 받은 스트레스와 두려움은 친할아버지의 성적학대였음이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면서도 저자의 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병리학자의 견해로 알게 된 사실이고, 진실이 때로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외상기억이 뼈에 새겨지는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상처 역시 지우기 힘들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저자 자신에게도 새겨져있는 정신적 해리스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고 있는 것에는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 대형사고로 시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때 유가족에게 시신이라도 찾아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는 법의학자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법의인류학자의 임무는 삶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뼈, 근육, 피부, 힘줄, 섬유 조직에 이미 상세히 기록된 이야기를 찾아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끔찍하거나 비극적이거나 아니면 그냥 슬픈 사건으로 최후를 맞은 사람, 그 시신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려보내 시신과 그의 이야기가 영면하도록 연결시키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429)

죽어서도 시신기증을 통해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다는 법의인류학자들을 보며 어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경은 다리 가운데쯤에 스쿠터를 세워두고 난간에 기대 하류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시간으로부터 놓여난 것처럼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던 시절이 생각났다. 왜 우리는 그렇게 오래 강물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을까. 서로 가까이 서지도 못한 채로.
60, 그 여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