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법이 절대 오류를 범하지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캐드펠은 이 소년에게 당당하게 법정에 나가 무죄를 주장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믿음이 없었다. 재판에는 반드시 죄인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행정관은 자신의 수사 방향이 옳다고 믿고 있으니 다른 가능성은 일절 염두에 두려 하지 않을 터였다. 캐드펠의 증언에 귀를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경멸스럽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며노인네가 교활한 어린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비꼬지 않겠는가. 130

만일 법이 절대 오류를 범하지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캐드펠은 이 소년에게 당당하게 법정에 나가 무죄를 주장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믿음이 없었다. 재판에는 반드시 죄인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행정관은 자신의 수사 방향이 옳다고 믿고 있으니 다른 가능성은 일절 염두에 두려 하지 않을 터였다. 캐드펠의 증언에 귀를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경멸스럽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며노인네가 교활한 어린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비꼬지 않겠는가.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것 같지만 실제로 캐드펠 수사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추리소설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시리즈의 첫째권을 읽으면서 당시 시대상과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책을 읽는데 무리가 없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를 역사추리소설이라고 하는만큼 시대적 배경을 알고 책을 읽으면 더 풍부한 내용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에서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갖고 오기 위해 수사들을 보내면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세시대에는 성인의 유해 한조각이라도 보관을 하고 거기에 성인의 기적에 대한 증언이 더해지면 그 수도원의 위상이 높아져, 캐드펠 수사가 소속되어 있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해리버트 수도원장의 명으로 캐드펠 수사는 부수도원장을 수행하여 귀더린으로 향한다. 수도회의 콜롬바누스 수사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지만, 십자군 원정에도 다녀 온 사전수전 다 겪은 캐드펠 수사의 시선으로 본다면 신의 계시라기 보다는 그의 병증은 간질이 아닐까 싶은데.

어찌되었든 지역에서는 별다른 추앙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수도회로 옮기기 위해 웨일즈 출신의 캐드펠 수사도 함게 떠나게 된다. 별 무리 없이 성녀의 유골을 수도회로 갖고 갈 수 있다 생각했지만 뜻밖에 영주 리샤르트를 비롯해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서로의 의견 조율을 위해 만나기로 약속한 그 날, 리샤르트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시신에 꽂혀있는 화살촉의 주인은 마을의 이방인인 엥겔라드로 밝혀지고, 리샤르트의 딸과 가까이 지내는 그를 음해하기 위해 일부러 그의 화살을 쓴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엥겔라드가 죽인 것인지 밝혀야 하는데......


캐드펠 수사는 약초에 대해서도 잘 다루는 것으로 나오는데 관찰력도 좋고 무엇보다 시신이 발견된 후 살인사건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히 그가 수사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건의 흐름에서 캐드펠 수사가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고 범인을 추론해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소설적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는 부분이라면 행간에 담겨있는 묘사들은 맛을 더 풍부하게 해 주는 양념처럼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하느님께서 시간을 두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해주시겠지요." 의미심장한 대답을 남긴 채 카이는 어둠 속으로 터벅터벅 멀어져갔다. 캐드펠은 심란한 기분으로 오솔길을 걸었다. 그래, 하지만 반대로 하느님이 간혹 약간의 도움을 구할 때면 인간은 대개 훼방만 놓지."(87)


인간의 훼방을 이겨내고 하느님의 뜻과 영광을 드러내는 캐드펠 수사의 활약상이 궁금하시면 이 책을 펼쳐보시라. 오래 전 소설이지만 여전히 흥미로움이 가득한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험난한 시대에는 그누구도 양심에 따라 자기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받아들이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어요."
"좋은 시대건 나쁜 시대건 인간은 그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없는 법이지." 캐드펠은 간결하게 맞장구쳤다.  -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정확한 셈을 요구하실 것입니다. 장관님은 헤스딘의 아눌프를 포함해 아흔네 명을처형하라는 지시를 받으셨지요. 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명령은 떨어졌고, 장관님은 그 명령에 찬동하셨으며, 그 일은 문서에 기록되었고, 납득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대한 셈은 훗날 다른 법정에서 치러지겠지요. 그런데 그 아흔다섯 번째 시신은 애초의 셈법에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왕도 그를 이승에서 추방하라 명하지 않았고, 그어떤 중신도 그를 처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그는 모반이나 반역죄를 포함한 그 어떤 죄로도 고발당하거나 기소된 적이없는 사람이므로 그를 죽인 자는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 P76

"저와 함께 가셔서 그 시신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캐드펠은딱 잘라 말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습니다. 다른사람들처럼 교수형 당하지도 않았고, 두 손을 결박당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봤을 때 상태가 전혀 다릅니다. 이를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저 셈에서 누락됐을 뿐이라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프레스코트 장관님, 처형된 이들 중에는 숲속에 숨겨진 한 장의 나뭇잎처럼 은밀하게 살해된 사람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 장관님은 제가 그를 찾아낸 것을 유감스럽게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설혹 제가 못 봤다 할지라도 하느님까지 이를 보지 못하실까요? 설령 장관님께서 저를 침묵시킬 수 있다 쳐도, 제가 입을 다문다 해서 하느님까지 침묵하시리라 생각하십니까?"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금 쉬었다가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러 가자. 언젠가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다르지 않으니 죽음이 가장끔찍한 악은 아니야.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