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너의 이름은, 전차남...등을 프로듀스한 창작자 가와무라 겐지의 신작소설이라는 광고에 혹했다. 저자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는 그냥 웃긴 코메디 같지만 나름대로 그 안에 섬세한 감정선이 담겨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그 작가가 쓴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사실 처음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고, 이러저런 일로 정신이 딴데 팔려있어서 글을 읽는것인지 글자를 모고 있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대충 읽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그랬다. 한챕터를 다 읽고 새로운 챕터를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중간에 뜬금없이 이름이 바뀌어서 도대체 내가 어떤 내용을 읽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으니 이름이 헷갈릴수밖에. 그리고 순간적으로 행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시점에서 그녀의 이름이 달라지며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서부터는 좀 여유로운 시간에 차분히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만에 소설을 다 읽었다.

집중하지 못해 길게 끌었던 시간과는 달리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그저 추억의 이야기가 나열되고 있는 것인가, 싶었던 생각이 바뀌면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사랑에 대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무서워요. 미워하는 사람보다 내 곁을 지키면서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가혹한 상처를 입히니까"(123)

 

조금은 흔해빠진 연애 이야기가 이어지려나, 싶을즈음 그저 그렇게 졸린 눈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순간 멈칫했다. 내 곁을 지키면서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가혹한 상처를 입히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몰랐었던것도 아닌데 그 흔한 말이 순간 비수처럼 따라오는 것이다. 어쩌면 흔해빠진 연애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속에는 내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동아리 후배로 만나 연인이 되었지만 뚜렷한 이유없는 사소함으로 헤어지고 다른 여인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결국은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해나가지만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연인의 모습에 당황하는 후지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당연히 옆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사랑의 감정이 무디어지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모습말이다.

 

"살아 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은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순간이 지금 살아 있는 생에 윤곽을 부여해준다. 서로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 그 손을 잡고 끌어안으려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그 파편을 하나하나 주워모은다" (267)

 

이야기를 따라 읽어가다보면 예상치못한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게 된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해피엔딩이냐 아니냐 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을 잃었다면, 사랑하고 싶다면... 아니 그냥 모든 이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계속 귓가에 머무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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