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다이어리 - 행복을 느끼는 일상의 속도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이미화 지음 / 알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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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전문 여행가라는 직업은 소수에 불과할텐데, 여행 자체의 화려함과 일상에 주목한 나머지 여행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무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183)

 

장기여행을 떠나본적은 없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곳을 여행하다보면 평생 그곳에 정착할 자신은 없지만 한달 혹은 일년쯤 그곳에 머무르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라 생활자의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생활자로서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베를린 다이어리는 그런 마음으로 여행자에서 생활자가 된 그 누군가의 베를린 일상생활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독일의 시골지역에서 4일동안 민박을 하며 지낼 때 무뚝뚝해 보이는 독일인들 역시 순박하고 함께 어우러지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좋았고, 분단된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정치상황에 관심을 보이던 모습에서 괜한 동질감과 친밀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베를린' 이야기는 더욱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여행생활자로서 베를린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무작정 베를린을 정해놓고 일년동안 살기위해 베를린으로 떠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일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베를린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엔 내가 잘못 이해했나, 싶었다. 그리고 이내 여행을 떠날 때 그곳의 언어를 익히고 떠나는 것이 아니듯 그녀 역시 생활하기 위해 떠난 것이기는 하지만 여행하는 마음으로 떠난 것이구나 싶었다. 나로서는 도무지 엄두도 내지못할 그 용기란! 어쩌면 누군가는 무모함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니 타인의 결정에 대해, 그것이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이고 상식에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부디 비난하지는 말자. 그 누군가의 행복을 질투하지도 말고.

아무튼 베를린 다이어리는 그렇게 훌쩍 떠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살면서 느끼게 된 이야기들을 기록한 것이다. 조금은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베를린의 숨은 매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우리와는 다른 환경을 보여주며 그곳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현지인의 느낌으로, 그리고 조금은 더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삶의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다.

 

실용적이고 절약하며 왠지 즐거움을 모르고 살것만 같은 독일인들이지만 그속에서 불필요한 것을 가지려 욕심내지 않는 모습, 자신에게 필요없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다는 나눔의 마음이 보인다. 우리도 예전에 공병을 수거하시는 분들을 위해 빈병을 한곳에 모아두곤 했었는데 독일인들도 그들을 위해 빈병을 일정장소에 놓아둔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자신의 생활고가 더 시급해 그 모든 빈병을 본인이 들고오기는 했지만.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이국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기도 하고 멀리 떨어진 가족의 사랑을 절감하게 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번쯤은 여행생활자의 꿈을 꿔본다. 어려울 듯 하지만 어찌보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된 것 아니겠는가, 그리 생각해보면 꿈을 이룬다는 것이 불가능한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은 인내하며 버티는 용기를 내고 있는 것일뿐.

 

"떠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게 용기라면 버티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인내였다. 그리고 인내는 더 높은 차원의 용기라는 걸 깨달았다. 용기가 없어서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용기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많은 친구가 말하는 나의 용기란 무작정 떠날 용기가 아니라 버티는 용기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사람이 용기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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