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모든 하루 - 김창완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
김창완 지음 / 박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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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가끔은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산문시같은 글은 내가 짐작하고 있는 김창완이라는 사람과 닮아있었고, 노래와 연기를 통해 자주 들었던 목소리 그대로 그 자신의 글들을 읽어주는 느낌이어서 정말 천천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책 한권을 금세 다 읽어버리기는 했지만.

글을 읽는 내내 느낀 것은 다른 유명인들의 에세이와는 다르다, 라는 것이다. 솔직히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의 편집과 듣기 좋은 말들로 가득찬 생활에세이들을 많이 읽어봐서 그런지 그런 에세이는 다 거기서 거기,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김창완님의 글은 바로 그 자신이 일상에서 느낀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굳이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무엇인가에 큰 의미를 담아내려고 하지도 않고, 세상이 아름답다라는 것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 이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내지?

 

우연인지 얼마 전 티비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 김창완님에 대한 에피소드가 방송되었다. 암에 걸린 소녀가 병실에서만 지내면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하루를 보내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디제이에게 보내기 시작했고 그 사연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스무살까지만이라도 살고 싶다던 소녀는 스무살 생일을 얼마 남겨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그 소녀의 편지를 모아 책까지 펴낸 당시의 라디오 디제이가 바로 김창완님이라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만큼 또 안녕 나의 모든 하루에는 김창완이라는 사람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가 담겨있다. 그러고보니 그의 노랫말들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구나, 싶어진다.

 

나무와 나무 사이가 잎으로 채워지는 계절인데 사람과 사람 사이가 무척 멀어져 보이는 이 시대, 그 사이의 관문들이 더 굳게 닫힌 듯 보입니다”(149)

아침마다 참으로 많은 문을 거치고 지나다니면서 목적지에 도착을 하는데,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관문을 거쳐야하는지...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기만 하고 더구나 그 많은 문을 거쳐야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읽게 되었을 때, 문득 나는 그런 인식조차 없이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떠올리고, 사는 일이라는게 봄날 한낮 벤치에 앉아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일상의 감춰진 의미들을 발견하고 담담히 자신이 느끼고 깨닫게 된 것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게, 하나도 가르치려하는 것 없이 자유롭게, 여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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