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의 아들 - 나의 선택 테드북스 TED Books 1
잭 이브라힘.제프 자일스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테러리스트의 아들입니다... 만약 나라면 그러한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잭 이브라힘이 이야기하고 있듯 편견에 사로잡힌 이들에 둘러싸여 어린시절부터 모멸과 폭력, 학대를 받으며 살아야만 했다면 과연 두려움과 분노,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증오를 버리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유대방위연맹 창립자인 랍비 메이르 카하네를 총으로 살해하고, 수감된 상태에서도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를 모의한 엘사이드 노사이르의 아들인 잭 이브라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그는 아버지에 대해, 가족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커져갔다. 테러리스트의 아들이 아니더라도 미국 사회에서 단지 이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멸당하고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데 테러리스트의 아들임을 밝히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무엇일지, 그리고 그의 선택이라는 것이 무엇일지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얼마전에 읽었던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떠올렸다.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동생인 마이클 길모어의 가족사 이야기는 죄의 근원과 그에 대한 보속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사형수인 게리 길모어의 통제되지 않는 감정분출의 근원에는 폭력과 불행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거쳐 뭔가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사법제도의 살인에 대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보여지는 것 그대로의 기나긴 이야기와 테러리스트의 아들인 잭 이브라힘의 이야기는 어딘가 닮아있다고 느꼈다.

이브라힘은 그의 아버지가 하룻밤 새 미국에서 마음이 돌아선 것이 아니라 우연히 닥쳐오는 추악한 현실과 불운을 겪으면서 천천히 마음이 굳어갔음을”(41) 말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로 인해 가족의 생활환경이 바뀌어버리고 오해를 받으며 두려움과 모멸감에 기도에 전념하던 노사이르는 점차 코란에 빠져들고 근본주의자가 되어갔다는 것이다.

사실 이때쯤까지도 나는 그저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아버지의 죄에 대한 변명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브라힘의 불행한 성장과정을 온통 뒤덮는 증오와 폭력 상황 안에서 그 역시 자신이 당하는 것 이상으로 그렇게 타인에게 폭력을 휘둘러보기도 하지만 약자에 대한 폭력과 타인에 대한 증오가 자신을 해방시켜주지도 않고 기쁨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가 무고한 죄인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테러리스트임을 받아들이고 그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모든 폭력과 증오에서 벗어나는 길을 가기로 선택을 하고 테러리스트의 아들이지만 자신을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친구를 만나며 이브라힘은 점차 공감, 평화, 비폭력의 길을 가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브라힘의 선택은 마이클 길모어의 고백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브라힘의 평화와 비폭력에 대한 의지와 그의 선택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 마음을 열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책에서 편견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은, 누군가를 편견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이야말로 그를 테러리스트로 만드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우선 취약한 사람을 찾는다. 자신감, 소득, 자부심, 활력을 잃은 사람을, 아니면 삶에서 모멸감을 느끼는 사람을. 그 다음 그를 고립시킨다. 그를 두려움과 분노로 채우면, 그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인간이 아니라 캘버턴 사격장의 사람 형상을 한 얼굴없는 표적으로 여기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날 때부터 증오를 훈련받은 사람도, 마음이 비뚤어지고 무기처럼 된 사람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선택할 수 있다. ... 나는 공감이 증오보다 힘이 세다고, 공감을 퍼뜨리는 것을 삶의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공감, 평화, 비폭력. 이것은 내 아버지가 창조하려 한 끔찍한 세상에서는 기이한 도구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비폭력으로 분쟁을 해결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동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를 방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싸움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적을 인간으로 대하고, 나와 그들이 공유하는 욕구와 두려움을 인식하고 복수보다는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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