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1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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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미 읽었지만 다시 한번 더 읽어보겠다고 책을 펼쳤는데, 내 기억속에는 이미 백야행의 줄거리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래 전이라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했지만 백야행에서 느꼈던 그 암울함이 예전만큼 강렬하지 않아서 그것이 좀 당황스러웠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나 밤의 어둠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서로에게 태양과 같은 존재가 되어 어둠을 밝혀주고 있다는, 그런 낭만적인 느낌만 남아있었다는 것이 더 당황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얼마전에 방송되었던 '내 딸, 금사월'이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그 드라마에는 어린시절부터 이기주의적인 성격을 넘어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아버지와 친구의 죽음을 방관하고 온갖 거짓말로 순간의 위험을 모면하며 성장하는 캐릭터가 나온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말도 안되는 캐릭터를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백야행을 읽으면서 자꾸만 그 캐릭터가 생각났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악행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백야행은 단순하게 보자면 오사카의 한 전당포 주인의 살인사건에서 시작하여 그의 아들인 료지와 전당포 주인의 주변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전당포 손님의 딸인 유키호의 주변 이야기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듯한 사기와 죽음이 연결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결국 그에 대한 연결고리는 전당포 주인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사사가키의 19년이 넘는 추적에 의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다는 생각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키호와 료지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에피소드는 전혀 없지만 독자는 글을 읽으며 사건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서술되어 있다. 처음에는 그 끔찍한 악행에 놀라기만 하다가 조금씩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에 집중하게 되면서 저자가 전하는 당시 일본사회의 모습 속에서 물질만을 쫓고 섹스에 탐닉하며 쾌락만을 즐기려는 인간군상을 보여준다거나 생활비조차 벌기 힘든 가난한 가정에서 생계를 위해 어떠한 악행까지 저질러야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끊임없는 악행의 연속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그 안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사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깨닫게 하고 있다는 생각에 역시 그의 이야기는 그저 줄거리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유키호와 료지의 악행을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을 어둠속으로 내 몬 것은 현실의 삶이고, 그 현실세계를 만들어놓은 어른들의 악행인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혼을 지키려 했을 뿐이다. 그 결과 유키호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고, 료지는 지금도 어두운 배기관 속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2,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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