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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김병수 지음 / 달 / 2015년 11월
평점 :
"이방인처럼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참여하지 않은 채 그냥 관찰만 할 수 있는 이방인처럼 말이죠. 아마 내가 너무 지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글을 읽는 순간 어쩌면 이렇게 나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말을 하고 있을까,싶었다. 무엇이 되었든 아무튼 나 역시 너무 지쳐있다 라는 느낌에 마음이 저 밑바닥을 헤매며 어느 곳에도 가닿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사실 처음 책을 펼쳐들었을 때 내 마음은 그저 그랬다. 바쁜 연말에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책 읽을 시간도 별로 없는데 저자의 이름만 보고 그저 사진으로 눈요기하면서 내가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대리만족이라도 하면서 보내볼까,하는 그런 마음뿐이었다. 그런 마음이었지만 잠깐이라도 눈요기를 할만큼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고 책은 펼쳐지지 못한채 책상 한구석에 쌓여있기만 했다. 그런데 그날은 도저히 일을 할수가 없을만큼 마음이 가라앉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치이다못해 억울함으로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다가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안정제'라는 제목때문이었을까. 아무튼 모르겠다. 이 세상 일은 우연처럼 필연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기적같은 일들로 인해 위안을 받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을 뿐이다.
저자도 이야기하듯이 내가 겪어보지 못한 아픔에 대해 온전히 동감하며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해 본 아픔에 견주어 타인의 마음에 공감할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오로지 그들만의 이야기이면서 또한 나의 이야기도 되는 것처럼 느끼며 글을 읽었다. 한때 나 역시 우울증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싫은 감정을 넘어서 무섭기도 했었고, 혼자 어두운 밤에 깨어있을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심장이 뛰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나의 하루를 망가뜨리고 있을 때에도 그 모든 것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런 것조차 쉽게 이야기 꺼내지 못하는데 생선 작가 김동영은 자신의 정신병력까지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는 느낌은, 자비와 연민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힘들기도 했었고, 이렇게 극복하려고 하기도 했지만 실패하기도 했었고, 모든것이 엉망진창 뒤엉켜있기도 했었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 말속에서 그냥 그렇게 지나온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투영되는 미래의 모습은, 어쩌면 그리 달라질 것이 없을지라도 '나는 나'로서 스스로의 삶을 짊어지고 살아가겠다,라는 그 담담한 마음이 느껴지고 있어서 그렇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것은, 그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의 이야기에도 충분히 공감해주리라는 그런 막연한 믿음 같은 것을 갖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미 알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그렇게 이해하고 알고 있는 말들이 아니라 공감하며 건네주는 위로 같은 느낌에 아픈 마음이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렇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있었던, 내 마음을 바닥치게 만들었던 관계의 상처는 조금 전 서로의 오해를 풀고 상대방이 내게 사과를 받아달라는 화해의 마음으로 조금은 치유가 되었다. 온전히 되살아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정심을 찾은 상태에서 화해의 손짓을 받으니 마음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이것 역시 이 책을 읽은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연결선이 된 것일까?
아무튼 누구나 저마다의 이유로 아프고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지금 평소보다 조금 더 아파하는 그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내가 받은 위로만큼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군가에게도 분명 안정제로써 위안을 줄 것이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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