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명촌 - 우리의 맛을 빚는 장인들의 이야기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컬처그라퍼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나도 이제 조금은 깊은 맛을 아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우리 선조들이 빚어낸 고유의 맛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어머니가 간장을 만들어 놓고, 된장을 만들어 놓을 때 저게 뭐 별건가, 싶었는데 시커멓게 먹지 못하는 음식으로만 보이던 된장이 파는 된장보다 훨씬 더 깊고 시원한 맛을 내는 된장국을 만들어내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이제 조금씩 어머니의 손맛을 배워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간장, 된장, 토종꿀, 식초, 매실, 수제 요구르트와 치즈, 참기름과 들기름, 토판 천일염, 토하젓, 조청, 하양주를 전통 방식으로 빚어내고 맛을 내는 장인들을 찾아 그들의 삶의 방식과 경제적 이익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들만의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땅의 어울림, 바람과 햇살의 시간에 맡겨 자연적인 발효를 하는 여유와 기다림, 일일이 손으로 절구질을 하고 참나무를 때워 가마솥에서 휘휘 저으며 조청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니, 전통이라고 해서 그대로 보수적으로 옛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간장을 만들어내는 항아리는 천도씨 이상의 가마에서 구운 숨쉬는 독을 쓰지만 뚜껑은 속이 비치는 유리뚜껑을 쓴다. 햇볕이 좋은 날은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볕을 쬐어야 하지만 천개 이상 되는 항아리를 비 온다고 언제 다 닫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현대적인 기술로 가능한 것은 그렇게 바꿀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현대적인 기술이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조청을 만들때도 기계에 넣고 스위치만 누르면 기계가 다 알아서 해 주지만 그것과는 맛을 비교할 수 없는 손맛을 내는 가마솥 조청은 현대적인 기술이 해결해줄 수 없는 맛이다.

국산콩을 써야 하는데 무농약 국산콩을 구입하는 것도 어렵고 확실한 신뢰를 얻기도 어려워 직접 콩을 재배하고 그 콩으로 메주를 만든다. 그렇게 하다보니 생산량이 한정될수밖에 없고 많은 이익을 내기도 어렵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장인의 맛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분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날마다 자연속에서 날씨의 변화를 보고 하루도 쉴 틈이 없는 농사일로 고되고 힘들지만 결코 쉽게 가려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일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맛있고 믿음으로 먹을 수 있는 우리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씻어서 비닐봉투에 담아 파는 시금치를 사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동네에 가면 집에서 직접 농사짓는 할머니가 시금치를 판다고 그걸 사자고 하셨었다. 예전같으면 더 튼튼해보이고 깔끔해보이는데다 같은 값에 양도 더 많아 마트가 낫다고 했을텐데 들었던 시금치를 그대로 두고 나왔다. 책을 읽다보니 농약을 뿌려 더 크고 벌레먹은 흠이 없는 깨끗한 매실은 무지한 소비자가 사가고, 오히려 일본인들은 매실이 자연적으로 크게 되는 적정한 크기와 어떤 것이 더 건강한 것인지를 알아준다는 말이 나와 속으로 조금은 뜨끔했다. 명인명촌을 지키는 것은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그들이 빚어낸 훌륭한 맛을 알아주고 그 맛을 즐길 줄 아는 우리의 몫도 크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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