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한 친구에게 사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평소 쓰던 습관때문에 새로운 체계의 폰을 쓰는 것이 불편하겠지만 보안을 위해서는 새로운 폰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다가 해킹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는데 그게 무슨 필요가 있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왔고 그러다가 요즘 회자되고 있는 국정원 직원의 자실과 조작 사건까지 이야기는 흘렀고 그 이면에 담겨있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걸 다 알뿐이고,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자꾸 뭔가를 조작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흐리게 하고 있지만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은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이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야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저 체제에 순응하며, 권력의 힘에 대항할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라는 것을 주입하려는 것이라는 것...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속으로 금세 앵무새 죽이기를 떠올렸다. 책을 다 읽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이기도 했겠지만 아직도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149)

사실 나는 [앵무새 죽이기]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이 어마무시하게 유명한 책을 읽었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어린 시절에는 같은 책을 여러번 읽곤 해서 조금은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데, 기억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내 방 어딘가 한구석에 놓여있던 책에 대한 기억도 버릴수는 없고. 어쨌든 이런 경우에는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책을 펼쳐들었다. 읽어나갈수록 조금씩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했기때문에 과거의 어느 시간에 나는 앵무새 죽이기와 함께 있었음을 확신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새로웠다. 아니, 단순히 새롭다고만 하기에는 모자라다. 이미 빤하게 흘러갈 내용들에 대해 짐작이 가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하나하나가 다 새롭다. 이미 반세기도 더 전에 씌여진 책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우리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 하기만 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웃에 대한 호기심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것은 조금씩 관심으로 변해가고,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웃을 받아들인다. [앵무새 죽이기]의 이야기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장된 해피엔드도 없지만 모두의 마음을 뒤흔들 비극적인 사건이 중심을 이루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기나긴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세상을 바꾸려고 했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우리는 많은 싸움에서 지고 있다. 정의가 무너지고 자유와 평등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세상에서 불의하게 억압받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우리 시대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다음 시대에는 분명 이길 수있다는 믿음으로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고, 그러한 싸움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며 새삼 다시 확신하고 힘을 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