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
마이클 돕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푸른숲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원래 정치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왜 유독 이 책에는 흥미를 갖게 되었을까. 여러 광고문구를 봐도 혹하지 않았던 내가 이 책을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정치 스릴러'라는 말 속에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을 때의 생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처음 책으로 읽기 시작했을 때 그리 재미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독특한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라거나 이야기의 전개에서 긴박감이 느껴지거나 상상을 자극하는 복선을 찾아낼 수 없어서 그냥 그렇게 정치가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글을 읽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원작으로 읽기 보다는 오히려 드라마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누군가 내게 '하우스 오브 카드'가 어떤 책이냐고 물으면 '권력을 지향하는 정치가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중심으로 향해가다 결국은 몰락하는 이야기'라고 말을 했었다.

물론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절대 그렇게 말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장점에 대해 거짓말 하는 것은 지도자의 특징이지. 반면, 자신의 단점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은 정치의 특징이네"

나는 예전부터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잘 해야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적당한 타협과 속임수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 온갖 음모와 거짓, 권모술수가 넘쳐나는 정치판에서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나의 생각을 극대화시키며 이야기로 그려낸 것이 곧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스캔들로 인해 어떻게 한 사람의 정치생명이 끝나게 되는지, 또 그런 정치 스캔들은 누가 어떻게 이용을 하고 권력의 중심에 들어가게 되는지 혹은 누군가를 저격하기 위한 스캔들 조작을 하는지...

뉴스가 하나의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점차 뉴스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 나조차도 '하우스 오브 카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으니 이건 단지 소설에 불과해,라는 말은 절대로 할수가 없다.

 

"진실은 좋은 와인과 같지. 대부분 지하실 어두운 구석에 처박혀 있지. 이따금 병을 뒤집어주어야 하고. 그러다 밝은 세상으로 가져와 사용하기 전에 살며시 먼지를 털어주어야 하지"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어카트 원내총무의 활약은 그의 직책이 갖는 특성으로 다른 정치가들의 온갖 비리와 스캔들을 꿰뚫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진실은 좋은 와인과 같다'는 비유에서처럼 아무런 의미없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치스캔들에 있어서 영원한 비밀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우스 오브 카드의 끝은 진정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서두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본다면 권력의 중심에서 사라져가는 인물들을 몰락시킬 수 있는 스캔들의 키를 잡고 있는 어카트의 저격이 조금은 개연성이 없어보이는 것도 참아낼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그들을 몰락시킬 수 있는 스캔들의 내용은 현실정치에서 종종 일어나곤 하는 그런 이야기들 아닌가. 자본과 언론의 유착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같은 것 말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오히려 더 답답하고 뭔가 결론이 좀 찜찜한 느낌을 남기지만 뇌물비리 리스트가 존재하고 부정선거조차 진실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겨버리고 마는 현실에서 느끼는 분노만큼이야 하겠는가. 분명 카드로 만든 집은 언젠가 반드시 허망하게 화르륵 무너질 것이라는 믿음만 저버리지 않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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