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망설이고 망설이다.. 결국 욕심이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드로잉에 대한 욕심은 넘쳐나지만 나는 동물은 커녕 내 눈앞에 놓인 간단한 사물조차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고 우선 그런 사물을 정확히 그려내는 연습을 먼저 하고난 후 동물 드로잉에 대한 글을 읽어야한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 책을 집어들었다. 물론 동물 드로잉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심뿐만이 아니라 피터 싱어가 추천사를 썼다는 이야기는 '드로잉'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도대체 이 책 안에 무엇이 담겨있길래 그런 것일까,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 오은정이 반려묘 루피와 마로를 입양하게 되는 사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드로잉책인데 왜 동물 입양 이야기가 나와? 라는 생각은 나 혼자만 했을까? 사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너무 가볍게만 생각했다는 것이 마구 미안해졌는데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더 좋아졌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 운전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길고양이들의 이야기... 도로 한복판에서 죽임을 당한 동물을 보는 것이 끔찍한데, 움직이지 못하고 떨고 있는 어린 고양이를 구해주기도 전에 - 내 생각에도 그 운전자는 분명 고양이를 봤을텐데, 일부러 피하지도 않고 고양이를 치고 가버린 운전자에 대한 이야기는 동물보다 못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강아지를 넘기고, 그 강아지를 도축하고 주인에게 전해주는 그런 잔혹한 이야기들은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 서로 공존해야하는 자연세계의 모든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하기도 했다.

언젠가 친구 sns에서 링크된 비디오를 봤었는데, 독일의 한 농장에서 평생을 좁은 우리에 갇혀 젖을 짜내다 노화되어 결국 도살의 위기에 처해진 소들을 동물보호활동가들이 구입해 농장에 풀어준 직후의 장면이었다. 어린아이처럼 겅중거리며 뛰어다니고 맘껏 뛰노는 와중에 한녀석이 들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 꽃향기를 맡는 그 장면은 정말 너무 감동적이었다. 놀라움에 보고 또 보고 그랬었는데.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은 그처럼 보고 또 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기술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애정을 갖고 관찰하고, 그 표정 하나에 담겨있는 의미와 스토리를 알고 표현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 단순히 동물 드로잉을 잘 하는 팁 정도를 얻어볼까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 셈이다.

아, 물론 이 책은 '드로잉'이라고 한 것처럼 동물을 드로잉하는 것에 대한 수많은 팁이 담겨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귀엽고 이쁜 동물뿐 아니라 좀 징그럽고 흉측하게 느껴지는 곤충이라면 곤충의 모습만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장식을 곁들이고 배경과 곤충을 함께 드로잉하면 나르대로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폴라로이드 사진에 찍힌 거미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을 보니 왠지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을 할 만큼 흥미롭게 표현되어있기도 하고.

"드로잉은 단순히 재료와 기법을 과시하는 행위라기보다 그리는 이유와 과정을 담는 실천"이라는 말이 확실히 느껴지게 하는 이 책은 조금 더 가까이 동물을 느끼고,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