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7 - 사악한 마을
레모니 스니켓 지음, 브렛 헬퀴스트 그림, 홍연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훌륭한 경구가 있다. 우리 모두가 그 말에 대해 동의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 지금 나는 '하지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보들레어 삼남매의 이야기를 하려면 언제나 그 좋은 말과 겉모습이 실제로 똑같이 현실화 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들레어 삼남매는 한 후견인이 아니라 V.F.D의 비밀을 풀기 위해 마을 전체가 그들의 후견인이 되어주는 V.F.D 마을을 선택해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은 '조류헌신자들의 마을'일 뿐이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마을 전체가 후견인이 되어주었다는 이유로  보들레어 삼남매가 도맡아야 하는 마을의 잡일들이다. 더구나 그 마을 주민들은 모든 것에 규칙을 세우고 규칙에 맞게 원리원칙대로만 행하는 엄격함으로 인해 규칙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어서 보들레어 삼남매는 무엇하나 자유로운 것이 없다.

위험한 대결을 읽다보면 레모니 스니켓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글로 표현되는 은유에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번 사악한 마을편에서 보여주고 있는 규칙에 얽매인 조류헌신자들의 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법에 얽매여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은 법의 위대함이 아니라 악법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온통 규칙들만 적혀있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책을 다 읽어낸 클로스는 모순되는 규칙들을 찾아냈을뿐만 아니라 사형의 위험에 처한 무고한 잭 - 그러니까 올라프 백작으로 오해받아 마을사람들에게 붙잡혀 사형에 처하게 된 잭을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규칙도 찾아낸다. 하지만. 정말 나도 계속 '하지만'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임의로 덮어버릴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기에 보들레어 삼남매에게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행한 일들에 대해 말을 할수밖에 없다. 

또한 그처럼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비유의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할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살인이 행해졌고 그러한 일들이 감춰져서는 안되는 것이기에 이번 이야기는 더 깊이있게 읽지 않을수가 없었다.

 

'신속정확일보'라는 이름과 달리 끊임없이 오보를 전하고 있는 언론매체와 그것을 맹신하는 어리석은 어른들과 자신들이 세운 규칙에 얽매여 바보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자신들보다 약한자들에게는 규칙의 엄중한 잣대를 내세우는데 손쉽게 무참히 그들의 규칙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행하는 악당들에게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어른들의 모습은 레모니 스니켓이 그려낸 소설속에만 있는 것일까?

아, 처음부터 보들레어 삼남매의 후견인을 찾아줘야 하는 포 아저씨 역시 아이들의 행복보다 원칙이 우선이며 '고아담당사업부부책임자'로 승진하면서 더 바빠지니 보들레어 삼남매에게 새로운 후견인을 찾아주는 것을 성가시다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 현실세계의 아이러니인 것이다.

 

아직 아이들의 위험한 대결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또 어떠한 일들이 펼쳐지게 될까 도저히 짐작할수없지만 지금까지 보들레어 삼남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서로를 돌보아 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그들을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희망이다.

"자기들 앞에 놓여 있을 게 분명한 - 이렇게 말하기는 유감스럽지만 그것이 현실인 - 마른 하늘의 날벼락들과 마주칠 용기를 그러모았다. 자립적인 보들레어 삼남매는 어느덧 마을을 벗어나, 마지막 석양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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