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
황안나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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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흔다섯, 아직도 꿈을 꾼다는 할머니의 책이라고 들었다. 국토종단을 하고 지리산종주를 하고 산악트래킹도 하는 일흔다섯의 할머니라니. 정말 궁금했다. 사실 나는 평지를 걷는 것은 조금 느리더라도 끝까지 걸어서 따라갈수는 있지만 산 위를 올라가는 것은 숨이 차고 힘들어서 일흔의 반도 안되는 나이에 지리산 종주에 실패했었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끝까지 가고 싶었지만 함께 가던 일행이 산은 즐겁게 타야하는 것이지 이렇게 힘들게 하면서 정상을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이틀만에 하산을 결정해버렸었다. 내가 힘들어서 못간것은 그나마 감수하겠는데 나로 인해 힘든 시간을 냈던 다른 친구 역시 포기하고 하산을 해야했던 것은 지금도 두고두고 미안하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 일흔다섯의 할머니는 도대체 어떻게 건강관리, 체력단련을 했길래 이리도 정정한 것인지.

그런데 책을 읽고보니 안나할머니는 결코 누구보다 건강해서, 누구보다 더 기력이 좋아서 그런 놀라운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함께 산행을 하는 일행에게 폐가 될까봐 다들 자는 새벽에 일어나 몇시간을 앞서 걷고 쉬엄쉬엄 걷다보면 서서히 뒤처지기 시작하지만 포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안나할머니가 가장 강조를 하는 것은 자신은 그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라는 것이다. 특별해서 특별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날마다 빠지지 않고 런닝머신을 뛰고, 흔히 노환이라 일컬어지는 질환과 지병을 앓고 있지만 몸이 아프다며 집안에만 있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아픈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할머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나이와 아픈 몸을 생각해서 얌전히 집에만 있어봤더니 오히려 모든 신경이 아픈곳으로만 쏠려 하루종일 아픈 생각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젊을때는 일하느라 정신없는 시절을 보내고 일에서 손을 놓게 되었을 때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머니가 혼자 걷기 힘들어 집에만 있어야했던 1년여의 시간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싶어진다. 교통사고로 인해 수술을 여러번 하신대다가 뼈가 붙지않아 통증이 심하고, 지금 검사를 해보니 수술부위에 골수염이 생겨 더 아픈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내가 출근해버리면 혼자 집에 계시면서 얼마나 긴 시간을 괴로워하셨을까.

안나할머니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좀 더 나이를 먹게 되면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퇴원하시면 어머니 모시고 내 욕심을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라는 추억을 위한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잘 까먹고, 정신없는 할머니처럼 외출을 할 때 신발을 짝짝이로 신어 나가고, 냄비는 밥 먹듯이 태워먹고, 미사가 끝나고 미사포를 그대로 쓰고 길을 걷다가 바람에 날린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미사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건망증에 덜렁대는 안나할머니가 어느 누구보다 유쾌하고 즐거워보이는 것은 그 모든 일을 부끄럽다며 감추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모자란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모습을 사랑하는 당당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일흔다섯 할머니의 도보여행기는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가 그녀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이어져서 내가 생각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라는 것때문에 실망스러운 마음에 어쩔까 망설이다가 조금 더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에 부제처럼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이 눈에 띈다. 정말 그녀의 유쾌한 삶의 방식은 배우고 본받을만한 것이다. 나도 그처럼 유쾌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지금부터라도 나의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녀처럼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일단은 즐거운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싶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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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17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멋있어요 즐기고 보련다..글을 읽으며 부모님생각을 하게되네요 죄송스럽고 이 책사서 전해드려야겠어요 이제 그만 자식 걱정 놔버리시구 인생 즐기시며 사시라구 말씀 꼭 드리면서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