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 일러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미메시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일러스트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까뮈의 책을 일러스트판으로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책 소개를 살펴보고 있으려니 역자가 김화영 선생님. 그리고 일러스트로 최초의 인간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인간 완역본에 삽화처럼 일러스트가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멀리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잘 못느꼈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 작품을 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까뮈가 더 안타깝고, 일러스트가 그저 책 사이에 들어간 삽화 이상의 느낌을 주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들고, 그런 상반된 마음으로 책을 다 읽었다. 자꾸만 최초의 인간이 까뮈의 대작이 되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책소개를 자세히 살펴봤는데 역시 일러스트 작가 무뇨스는 작업을 위해 직접 알제리를 방문하고 흑백 일러스트를 고집했다고 한다. "까뮈의 작품을 흑백으로만 작업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림, 그것은 빛의 폭발에 다름 아니다. 내게 신적인 존재와도 같은 까뮈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라니.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때로는 이야기속에 빠져들어 있는 내게 그 느낌을 더 살려주고 흑백이지만 오히려 강렬하게 선끝에서 표현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에 가만히 일러스트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최초의 인간.

"마치 인간들의 역사가, 가장 해묵은 대지 위를 끊임없이 전진해 가고 나서 그렇게도 보잘것없는 흔적들만을 남겨 놓은 그 역사가, 기껏해야 발작적인 폭력과 살인, 갑작스러운 증오의 폭발, 그 고장의 강들처럼 갑자기 불어났다가 갑자기 말라버리는 피의 물결이 전부였다가, 그 역사를 진정으로 만든 사람들의 추억과 더불어 끊임없이 내리쬐는 햇볕에 모두 증발해버리듯이 말이다. ...... 그가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248-249)

최초의 인간은 까뮈의 유작이라고 하지만 그가 구상하고 있던 원고의 미완성초고이다. 그래서 그의 사망 당시 모두가 출판을 반대했다는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그 생각을 바꾸기도 하였고 까뮈의 출판물과 저작물을 관리하는 그의 딸이 다시 요청을 하여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오히려 더 소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미완성 초고인 최초의 인간이 이렇게 대작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글의 내용에 첨가해서 넣어야 되는 부분, 좀 더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해서 메모한 부분들을 보면 이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는 아마 지금의 느낌과는 또 많이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소설에 대한 상상을 펼쳐보지만 솔직히 까뮈의 생각을 어찌 따라갈수있겠는가.

솔직히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자크가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첫부분을 읽으면서 최초의 인간의 내용은 자크의 삶의 여정과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생명의 기원을 생각하는 것인가, 싶었다. 최초의 인간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얼마나 보편적인 소설 이야기의 흐름만을 떠올렸는지, 싶다.

알제리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소년 자크가 성장하면서 겪게되는 사회의 모습, 가난과 식민지민에 대한 차별은 당연히 보여지고 있는 모습인데 최초의 인간이 원래 3부작으로 구상되었다고 하니 정말 거대한 작품의 뼈대를 보면서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얼마나 위대할지. 감히 그 이야기들을 상상해보기도 힘들지만, 사실 이 미완성작품이 까뮈의 손에 완성될수는 없기에 평범한 독자로서 그 거대한 최초의 인간을 어렴풋이 떠올려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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