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김경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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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이라는 작가의 첫번째 소설이라는 것이 놀랍기도 하면서 그녀가 쓴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괜히 김경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상 잘 모르기때문에 그녀의 첫 소설이라는 것이 의외의 사실로 느껴졌고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통해서였는데 여행과 책에 대한 열망을 키워내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쳐흐르게 만들었던 글들이었다고 기억할 뿐이다. 그만큼 여러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정혜윤의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아니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하며 책을 집어들었다.

어떤 글이 담겨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혹시 그저그런 연애소설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김경이라는 작가의 이름으로 잠시 덮어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쩐지 처음부터 그냥 술술 읽혀나간다. 이 소설은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일까,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영혼이 아름다운 남자'라는 말에 무작정 그를 찾아나서야겠다고 생각한 영희는 정말 통계청 직원인 것처럼 하고 안성의 한 시골로 지암을 찾아나선다. 그를 불러내어 조금은 엉뚱하달 수 있는 질문을 하고 돌아온다. '나만의 방식대로 내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날 알아보게 만들 수 있어. 가만히 기다리지는 않을거라고'(9) 생각하는 영희는 정말로 그를 찾아나서고 그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은 영희의 일상과 그녀가 지암에게 쓴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다. 그 글을 통해서 영희와 지암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이런 내용의 줄거리만 떠올려본다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연애소설일뿐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 안에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나의 기준에서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변하는 마음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되새겨보게 된다.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라는 말은 그대로 온전히 보여주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아닐까.

소설의 뒷부분에 영희의 긴 독백같은 편지가 담겨있는데 공감이 가는부분도 있지만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서 오히려 편지보다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넣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연애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형식을 가진 에세이라는 느낌으로 읽었기 때문에 크게 위화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술 읽히는 글의 흐름도 흥미롭지만 이야기의 흐름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취향에 대한 글들에서 동감하게 되는 마음도 흥겹다. 인용하고 있는 글의 내용을 잘 알고 있을때는 그 흥겨움이 더욱 넘쳐나고, 과하지 않게 어쩌면 그리도 적절하게 소설의 흐름에 맞게 다양한 책을 인용하고 있는지 감탄할뿐이다. 그것은 영희와 지암의 사랑이야기에 색다른 감칠맛을 더해주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소설의 끝자락에 소개된 취향리스트는 단지 그녀의 취향리스트일뿐이지만 엿보듯 읽어보면서 나의 취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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