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탐험가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에 쓴 말 그대로이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보려고 시도한 것이 몇번이었을까. 서문을 읽고 덮어버리고, 또 서문을 읽으며 잠시 미뤄뒀다 덮어버리고. 삼세번이라는 말을 경험해보려고 그랬는지 세번째만에 이 책의 끝을 보았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도 중간중간 책을 펴들기만 하면 졸음이 쏟아지고, 산만해지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책을 붙잡고 있는 내 정신세계가 참으로 궁금해지기도 했지.

아니,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이 책이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고 산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안된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넘기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아쉬울만큼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말이 되냐고? 아니, 내가 책을 읽으며 그랬다는데 어쩔건가. 누가 뭐라해도 나는 그렇게 이 한권의 책을 읽은 것이다.

'정신의 탐험가들'이라고 되어 있듯이 이 책은 프란츠 안톤 메스머, 메리 베이커 에디, 지그문트 프로이트 세삶의 평전, 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음.. 이렇게 쓰고보니 또 그렇게만 쓰고 말기엔 뭔가 상당히 부족한 것이 많다. 아니, 도대체 나는 이 책을 읽고 뭘 말할 수 있다는거야?

심리학과 정신분석이라는 낯선 분야 - 요즘은 흔한게 심리테스트지만 - 를 개척해 낸, 그런 의미에서 '정신의 탐험가들'이라 이름붙은 이 세사람의 이야기는 그들의 삶과 행동양식을 통해 초기의 어설픈 이론화와 실험들, 그들을 바라보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관점을 느껴볼 수 있다. 물론 나 역시 지극히 어리석고 어이없게 생각되기는 하지만 유독 메리 베이커 에디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날이 드세보이는 부분도 있다. 그렇게 놓고보면 프란츠 안톤 메스머에 대해서는 연민이 느껴지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위대함을 찬양하고 있지.

아, 또 짧게 말을 해버리고 있다. 이건 뭔가 아닌듯하다. 이 평전을 내 짧은 글로 표현하기는 너무 어렵다. 더구나 지금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몇번이나 멈추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전화통화하고 뭔가를 찾아보고....도대체가 책을 읽으면서도 산만하더니 서평을 쓴답시고 앉아서까지 산만의 극을 이루고 있다니!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시길! 이 글들은 나의 한계일뿐이고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사람의 '정신의 탐험가들'은 나의 한계와는 비길 수 없이 훌륭함을 말하고 싶다.

"건강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요, 질병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마치 폐가 공기를 들이마시듯, 눈이 빛을 받아들이듯 신체는 건강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긴다. 건강은 삶의 일반적인 감정 속에서 말없이 함께 살고 함께 자란다. 하지만 질병은 이물질처럼 갑작스럽게 침입해 들어온다. 그것은 깜짝 놀란 영혼을 갑자기 덮쳐서 영혼 안에 수많은 질문들을 불러일으킨다. 이 나쁜 적은 다른 곳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그것을 보낸 것일까? 그것은 그대로 머물러 있을까, 아니면 사라질까? 그것을 진정시키거나 가달라고 부탁하거나 아니면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까? 질병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마음 속에 극히 상반된 감정들을 쥐어짜 만들어낸다. 두려움, 신앙, 희망, 낙담, 저주, 의기소침, 절망감 등을. 질병은 환자에게 묻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고, 놀란 눈길을 공허로 향해서 자신의 두려움을 털어놓을 존재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고통이 인류에게 종교의 감정, 신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내도록 한 것이다. 건강은...."

저자의 서문 첫머리이다. 이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나는 그런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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