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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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호가 물었다.
'의술이란 천한 기술이고, 시정은 비천한 곳이다. 그대의 재능으로 귀하고 현달한 사람들과 사귀면 명성을 얻을 것인데, 어찌하여 시정의 보잘것없는 백성이나 치료하고 다니는가?'
조광일의 대답인즉 이렇다.
'나는 세상 의원들이 제 의술을 믿고 사람들에게 교만을 떨어 서너 번 청을 한 뒤에야 몸을 움직이는 작태를 미워합니다. 또 그런 작자들은 귀인의 집이 아니면 부잣집에나 갑니다. 가난하고 권세없는 집이라면 백 번을 청해도 한 번도 일어서지 않으니, 이것이 어찌 어진 사람의 마음이겠습니까? 나는 이런 인간들이 싫습니다. 불쌍하고 딱한 사람은 저 시정의 궁핍한 백성들입니다. 내가 침을 잡고 사람들 속에 돌아다닌 지 십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살려낸 사람은 아무리 못 잡아도 수천 명은 될 것입니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이니 다시 십년이 지난다면 아마도 만 명은 살려낼 수 있을 것이고, 만 명을 살려내면 내 일도 끝이 날 것입니다.-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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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1-0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시 뉴스에 '건강도 되물림 된다'라는 머리기사를 봤다. 그래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소외된 사람들은 끊임없는 악순환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거겠지. 아직 정부의 복지 정책만으로는 안된다고 본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 조광일 같은 명의가 많아지는거라도 바래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