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 -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 혹은 신문왕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정확성, 정확성, 정확성!!!
책을 읽는동안 툭하면 '정확성'을 외쳐대곤 했다. 어느날 하루는 점심을 먹으러 가서 아무말 없이 그저 올림픽 중계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때 같이 있던 애들의 반응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분명 뭔가 안좋은 일이 있었을거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누구때문에 어떤 일로 화가 났을까... 하는 얘기를 들으니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또 한번 외쳐봤다. '정확성!, 확실하지 않은거에 대해서는 공론화시키지 말아줘라'
엊그제 우연찮게 또 어떤 한사람에 대해 뜬소문이 난무하는 것을 들으니 퓰리처가 말하는 신문보도의 자세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것이 편견없는 공정한 보도인가?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정말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가?"

사실 책은 좀 지루한 면이 있었다. 만일 한겨레 신문이 터뜨린 폭로 기사들에 대한 글을 읽는다면 오히려 맘에 와 닿고 재밌었겠지만 벌써 한세기가 지난 신문의 기사들, 그것도 미국의 사회,정치, 경제를 다룬 기사의 흐름으로 책이 엮여있으니 도통 맘에 와닿는 기사는 별로 안된다. 책의 흐름은 시간대별로 퓰리처의 생애를 이야기하며 신문기사의 인용을 많이 하고 있기때문에 퓰리처의 생애 역시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괴팍하고 멋대로이며 엄청난 재산으로 사치스럽다고 할 수 있는 안락한 삶을 살아갔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 한권을 읽고 뭐라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유명한(자세히는 몰라도 모두 한번쯤은 들어봤을) 퓰리처상을 제정한 퓰리처라는 인물에 대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세금'에 대한 일화에서였다.
 [...뉴욕 주의 불공정한 세제... 퓰리처의 '개인세금'만 50만 달러... 록펠러, 애스터 가문 등에 부과된 세액의 두 배 내지 다섯 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퓰리처는 이러한 세금 사정 결과에 맞서는 대신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나서 세제 개혁을 위한 캠페인을 이끌었다. 그는 개인들에게는 세금이 무겁게  부과되는 반면, 거대 기업들은 세금을 거의 한푼도 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주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런데 이 법안이 표결도 없이 폐기되자 퓰리처는 특별열차를 빌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 10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올버니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의회에 그 법안에 대한 표결을 요구했다. 퓰리처의 압력때문에 정치가들은 그 법안을 되살려 104대 18로 통과시켰다. 퓰리처는 이 법안이 "이 도시에서 현재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시민들의 부담을 1500만 달러 줄여주고, 시의 채권 발행 능력을 1억 달러 늘려줄 것"이므로 "대중적인 운동을 통해 정의가 주목할 만한 승리를 거뒀다"고 환호하면서 "그러나 민중이 나서기만 한다면 아직도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 더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것만 같은 일화이다. 물론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퓰리처라는 개인보다는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 혹은 신문왕'이라는 부제가 설명해주고 있는 부분들이었다.
기사작성의 원칙이 될 수 있는 '정확성, 간결함, 끈기'는 확실히 사실보도를 위해 필요한 덕목들이란 생각도 들고...

[항상 진보와 개혁을 위해 투쟁하라. 부당함과 부패를 결코 묵인하지 말라. 항상 모든 당파의 선동가들과 싸우라. 결코 어떤 당파에도 소속되지 말라. 항상 특권계층과 공공재산의 약탈에 반대하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없어서는 안된다. 항상 대중의 복지에 헌신하라. 단순히 뉴스를 인쇄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항상 철저하게 독립적이어야 한다. 약탈적인 금권에 의한 것이건 약탈적인 빈곤에 의한 것이건, 무엇이는 잘못된 일을 공격하는 걸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된다]-J. 퓰리처

기사작성에 대한 그의 말을 읽어가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퓰리처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것은 단지 그가 성공한 신문사 사장이어서도, 언론대학원을 설립하는데 공언하고, 퓰리처상을 제정하여 언론의 아카데미상을 만들고... 그래서만은 아니란 생각.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을산 2004-08-31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벌써 다 읽으셨군요! 책이 고마워할거에요. ^^

chika 2004-08-3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열린사회의적 2004-10-1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운 책을 읽으셨네요. 마음은 가지만 손이 아직 가지를 않네요...-,-

chika 2004-10-1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는 부분은 화장실같은 곳처럼 오로지 볼꺼리라고는 이 책뿐인 곳에서 진도를 나가긴 했지만요..(^^;) - 그니까 문학적으로 큰 재미는 없지만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