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의 아이들 -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조선족 아이들 이야기 문학동네 청소년 8
박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한국에 나가 일하는 어른들이 고생이라면, 이곳에 남은 자녀들은 고통이지요.
'고생'과 '고통'이라. 고생은 육체의 한 부분이고 언젠가 끝난다는 희망이 보이는 반면 고통은 마냥 견뎌야 하는 시간에 맡겨 두기조차 버거운 느낌이었다.(27) 

이미 만주의 아이들에 대한 짐작만으로도 책의 내용이 버거우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펴들고 고통이라는 단어를 보니 마음 깊은 곳을 찌르는 듯한 그 느낌에 아릿하게 올라오는 슬픔과 아픔이 더해져 몰려온다. 이 아이들의 고통을 어찌한단 말인가. 

90년대 한중수교가 성립되면서 중국의 조선족에게 북한이 아니라 남한의 개방을 촉진시켰으며 사회주의체제가 몰락해가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자본의 흐름을 따라 많은 조선족이 한국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러면서 가족이 해체되고 공동체가 무너지고 조선족 자치주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러한 변화의 큰 흐름인 만주 조선족의 한국이주노동은 만주에 사는 수많은 아이들의 고통을 담고있고, 자본만이 움직이는 한국사회의 단면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살아가는 조선족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살펴봐야만 함을 만주의 아이들은 말해주고 있다.
누구나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고 더 많은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싶을 것이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가 다 그렇듯 어느 한면만을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할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버선발 뒤집어보듯 그 속을 까집고 바라볼수도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깊이 들여다 본 만주의 풍경은 너무도 쓸쓸하고 안타까웠다. 부모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를일이지만, 어린시절 날마다 일을 나가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혼자 밥챙겨먹고 혼자 집을 지키고 갑작스러운 학교행사로 인해 필요한 물품준비와 돈이 필요할 때 텅빈 집에서 어찌할바를 몰라 당황해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 아이들의 고통이 어떠할지 마음이 아려온다. 

한때 만주는 우리의 이상향이었다. 만주벌판 말을 달리던 우리의 선조, 일제시대 항일운동의 메카였던 드높은 민족해방의 기상이 어린 곳.
그곳이 한세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독립과 자유를 꿈꾸던 우리 선조들의 후손들은 돈벌이에 떠밀린 부모와 생이별을 해야하고 공동체가 무너지고 한글교육마저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황폐해져만 가는 만주의 벌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 쓸쓸해져버리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과 별다를 것이 없는,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이성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이쁘고 멋진 모습으로 꾸미고 싶어하는 만주의 아이들은 그 또래 아이들의 특권이라고 할수도 있는 반항의 모습을 가질 수 있는 마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쩔 수 없는 생활고 해결을 위해 한국으로 떠난 부모를 만나지 못해 고아아닌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들...
그들에게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일까. 

조선족 자치주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라는 대외적인 변화의 모습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고통의 모습을 보고 있는 마음이 아프다. 특히 그 안에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깊은 고민과 반성의 시간들이 흐르지만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마음은 쓸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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