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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고요 -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림 에세이
 보 헌터 지음, 캐스린 헌터 그림,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자연의 음악은 결코 끝나지 않아요. 고요함조차 마침표가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쉼표일 뿐이예요. - 메리 웹 [값비싼 독]"
"낯선 고요"라는 말은 어쩌면 낯선 것이라기보다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고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 그대로 이 책은 지구의 생명체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무생물까지 포함하여 그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에 더하여 우주의 신비로움도 담아내고 있다. 
문명 세계에 살면서 24시간 내내 온전한 어둠속에 머물러보지 못했던 나는 언젠가 바닷가에 갔다가 별빛조차 없는 캄캄한 어둠속에 잠시 머무르는 생경한 체험을 했었는데 처음의 느낌은 두려움이었으나 그에 익숙해지니 자연속에서의 어두움은 결코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건 어둠속에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숲길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는하다. 고요한 숲길에 혼자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의 부산스러운 움직임 소리가 반가워지다가 혼자있는 숲길에 익숙해지면 조금이라도 더 오랜시간을 고요함속에서 보내고 싶어지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고요함이 내게는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것이기에 더 공감을 하게 되고 잠시 시간을 내어 주변의 새 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 신기하게도 귀를 기울이라는 챕터를 읽으며 나 자신만의 소리지도를 그려보라는 부분을 읽을 때 가만히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는 순간 가장 먼저 저 멀리서 경쾌한 새소리가 들렸다. 도시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새소리는 비둘기와 까마귀소리뿐이었는데 뜻밖에 오늘 들은 새소리는 동박새소리가 아닐까 싶을만큼 맑아서 좋았다. 
밤하늘에 유독 반짝거리는 것은 다 인공위성일뿐이라며 이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별 감흥이 없지만 보름달이 가로등보다 더 밝은 빛을 비출 때, 키우던 화초가 죽어버린 화분에서 해를 넘기고 새싹이 올라와 꽃을 피울 때, 무심코 외출하려다가 마당에 날아든 나비의 날개짓을 볼 때... 이 모든 것들이 내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변화야말로 유일하게 사라지지 않는 진리"라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속 글을 인용한 책 속 문장을 읽으며 '모든 것은 변화 발전한다'라는 철학적 명제를 이론적으로 배웠던 것을 떠올렸는데 새삼스럽게 '진리'라는 것은 이론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의 진수임을 깨닫고 있다. 
자연관찰로 그려낸 지구 생명체의 그림이 작은 곤충에서부터 암석들, 우주 행성까지 다양하게 그려져있고 일상에서 바로 실행해볼 수 있는 실습과제들이 담겨있어서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도시 생활자로 여유없이 생활에 찌들려 살고 있다고 느끼신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어보시라 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