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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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안내자도 없이 루브르 박물관을 들어가게 되었다. 보고 싶은 작품을 잘 찾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 넓은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하나,하고 있을 때 마침 익숙한 한국말이 들렸고 한무리의 아주머니들 옆에서 한국말 설명에 귀기울이고 있으려니 우리의 귀동냥을 눈치채신 분들이 가까이 와서 함께 다니자고 해 주셨었다. 그때 본 모나리자의 실제 모습도 놀라웠지만 그곳에서 처음 그 존재를 알았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역시 잊을수가 없다. 루브르 박물관 안에서 설명을 해 줬던 가이드는 미술을 전공하는 유학생이라고 했고 유독 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 이야기를 유난히 길게 하면서 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어 그런지 그냥 스쳐지나쳤을 그림이 역사적 사건을 담은 대단한 그림으로 느껴진 것이다. 

[명화잡사]는 그렇게 그림을 통해 그림이 담아내고 있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물론 저자가 잡사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림을 그린 화가나 모델에 대한 개인사와 흥미를 일으킬만한 여러 소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런 이야기로 인해 조금은 가볍게 글을 읽다보면 그것이 곧 당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해 좋았다. 


책의 표지 그림은 '제인 그레이의 처형'의 일부인데 그림이 낯설지는 않지만 자세한 그 배경에 대해서는 들었던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묘사하고 있는 제인 그레이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를 살리고 싶었지만 죽일 수밖에 없었던 메리 여왕의 이야기는 그동안 앤 불린을 중심으로 알고 있었던 단순한 치정의 역사를 인문학적으로 다시 살펴보게 해 주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으로 시작해 그림 속 인물 개개인의 입장을 스토리텔링하듯 묘사하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복잡해보이던 영국 역사의 일부가 좀 더 명료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솔직히 처음 책을 읽으면서 4개의 장으로 나뉘어있는 글을 별 의미없이 무심코 읽어나가다가 이 개별 그림들이 역사속에 어떤 의미로 언급을 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각 장마다 [인문학까페]라는 글로 시대의 흐름과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전체적인 역사의 틀을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그림과 화가들의 생애는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저자의 필력이 좋아서 그런지 간결한 설명이 이해하기 쉬웠고 좀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도 갖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림과 역사를 좋아하는 내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그림과 역사에, 특히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마리앙뜨와네트의 목걸이 사기사건이나 막시밀리안 황제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도 흥미롭기도 했지만 관심이 더 컸던 것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와 그림이었다. 그림을 중심으로 본다면 그림이 많지는 않아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인상적인 그림과 설명이 있어서 명화잡사,로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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