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땅에 태도를 드러내는 방식은 상당히 모호하고 정의하기 힘들다. 집안일에 골몰한 채 마지못해 여행에 나선 사람은땅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도 배고픈 원주민 사냥꾼만큼 기민하지는 못할 것이다. 뭔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동경이나연민을 느낀다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큰 흥분을 느낀다면, 그런 것들이 그 땅에 대한 긍정적인 처분에 영향을 줄 것이다. 북극에서 비행기 사고로 친구를 잃은 적이 있거나 북극 광산에 투자했다가 파산했다면, 이 땅을 적대적으로 느낄 것이고, 이 땅의 어떤 가치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예민한 감각뿐만 아니라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의 차이도 저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땅의 어떤 특징들을 찾아내도록이끌어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에 대한 작은 조각 지식이 지역 주민들사이에 이야기의 형태로 축적된다. 이야기들은 공동체 안에서기억되기 때문에 자주 확인할 수 없는 지식도 잊히거나 버려지는 일이 없다. 이런 서사들은 원주민들에게 특정 땅에 대한 복잡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실제로 알게 된 사실과 그저 상상한 것,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실체 사이를 오가며 확인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에 의해 정제되면서 매일 확증을 받는다. 복잡하지만 쉽게 공유되는 이 ‘현실‘은그 지역을 벗어나면 일반론이나 오해 또는 부정확한 추상으로축소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인식이든, 인식은 마치 홍수처럼 땅을 쓸고 지나간다. 여기저기서 주워 모아 판독해야 하는, 덤불에 걸린 젖은종잇장 같은 개념들을 남기며, 누구도 이야기 전부를 들려주지 못한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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