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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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연대기와 소송 기록 등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원본 자료들에 기반한 실화다"(9)


소설이라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가 저자의 말을 읽으며 소설보다 기록문학에 가까운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읽기를 미뤄두다가 며칠 전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한동안 집중해야하는 업무가 많아 그런 상황에 까다롭고 복잡한 중세의 자료를 참고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책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번 펼쳐 읽기 시작하니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 소설인데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는 표현이 뭔가 싶기는 하지만 읽어보면 알 것이다. 고증자료를 통한 상세한 묘사는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지만 학문이라기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라스트 듀얼은 말 그대로 중세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결투'에 대한 이야기이다. 1386년 장 드 카루주와 자크 르그리의 목숨을 건 결투는 당시 사법적인 영역에서 신의 정의로운 심판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여겨지며 살아남은 자가 정의가 됨을 증명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최후의' 결투라 한 것은 아마도 당시 최대의 스캔들처럼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모두의 관심거리가 되었으며 별다른 구경거리가 없던 시절의 최대의 이벤트 행사(!)이기도 했으며 이후에는 점차 이러한 결투 방식이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몰락해가는 가문을 살리기 위한 정치적인 계략일수도 있고, 실세인 백작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자의 욕정에 의한 몰락을 보여주는 것일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이야기는 끝까지 무엇이 진실일지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처음의 시작부터 카루주의 입장에서 정치, 경제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며 교묘히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 성폭행을 당한 마르그리트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정의는 이들의 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결투의 결말을 향해갈때는 속된 말로 좀 쪼는 맛도 있어서 글읽기가 재미있기도 했다. 


어릴적에 아이반호우라는 소설을 읽을 때 기사들의 결투, 마상시합이 너무 싱겁게 끝난다는 느낌이었음을 떠올려볼 때 이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는 결투의 준비과정과 갑옷에 대한 상세 묘사는 찰나의 순간에 결말이 나는 마상시합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거라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더 세밀해지는 표현에 영화와는 또 다른 글읽기의 묘미를 떠올려보게 되기도 한다. 저자가 또 다른 소설을 쓴다면 당대의 일상에 대한 세부묘사가 브뤼헬의 그림에 버금가겠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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