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어느 소년병의 기억
이스마엘 베아 지음, 김재경 옮김 / 아고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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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티비를 보는데 광고에 군인이 나오자 흠칫하고 놀랐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있는데 그런 전쟁의 모습을 광고로, 게임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가 싶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소설이 아니다. 시에라리온에서 실제 소년병으로 마리화나에 취하고 살육을 하면서도 그것이 살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십대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힙합을 좋아하고 춤을 추며 공연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스마엘과 친구들의 평화로운 시절은 갑작스럽게 끝이 난다. 친구들과 이웃마을로 놀러간 날 고향마을은 반군의 습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렸고 그 이후 이스마엘은 가족을 다 잃고 거리를 떠돌게 된다. 


오래전 소년병과 관련된 영화 한편을 본 기억이 있다. 착하고 여린 아들이 반군의 소년병으로 차출되어 빼앗긴 후 아들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아프리카 내전의 실상과 소년병들에 대한 참상이 그려졌는데 그 모든 것이 실제일수는 없다는 생각을 할만큼 끔찍한 이야기들이 기억의 저 깊은 곳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이 모든 것이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일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라리온의 내전과 르완다의 내전,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동유럽의 보스니아... 그리고 21세기의 역사에 기록될 홍콩, 미얀마, 아프카니스탄...  얼마 전 누군가가 전쟁터의 공습상황을 티비로 중계하고 그것을 봤다,라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실제 걸프전의 모습은 티비로 중계되었고 날마다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했었구나. 그리고 이라크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아이들, 시리아 역시...

내가 세계의 전쟁사를 공부한 것도 아닌데 이 짧은 시간에 떠올리게 되는 많은 것들이 슬프고 슬프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어쩌면 화면 너머의 그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스마엘의 말처럼 겪어보지 못한 나는 그들에 대해 백만분의 일도 모를 것이다. 이스마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총알이 빗발치고 피를 흘리며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이미 익숙해져있는듯한 모습도 마음이 아프지만 처음 총격전을 하고난 후 악몽에 시달리다 숙소천막안에서 총알이 다할때까지 총기난사를 했다는 것은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스마엘이 형과도 헤어지고 혼자 다니는 것도 외로워 또래의 소년들이 몰려다니면 무조건 반군소년병으로 오해받아 마을주민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쫓겨나면서도 또래 친구를 따라 같이 다니는 것이 좋을만큼 어린 소년일뿐인데 그런 그에게 학교도 아니고, 아니 그저 노래부르고 춤추며 맘껏 놀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하다는듯이 총을 들게 하고 살인을 부추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다행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스마엘은 내전이 정리되며 재활센터에 들어가게 되고 재활치료를 받으며 삼촌가족과도 만나고 유엔에 가서 전쟁의 참상과 실체를 알리는 연설도 하게 된다. 이것으로 그의 이야기는 끝이라고, 과거를 다 잊을수는 없지만 이스마엘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고통받았던 과거는 이제 과거가 되었다라는 것으로 그의 이야기는 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던 이스마엘은 또다시 가족을 떠나야 하는 내전상황을 겪게 되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생각했지만 내게는 이 모든 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었나보다. 삼십여년전의 이야기가 영화와 겹쳐 지나가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과거를 회상하듯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이스마엘의 이야기에는 그 어떤 정치적인 상황이나 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다. 사실 우리는 정세분석으로 전쟁과 쿠데타의 원인을 찾지만 그 모든 것 이전에 이스마엘처럼 아무 이유없이 가족을 잃고 살인병기가 되어버린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먼저 떠올려야하지 않을까. 태어나고,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폭격소리와 총탄소리를 듣고 유년시절을 공습경보와 폭격에 대피하며 보내야하다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곳에선가 총성이 울리고 있을것만 같다. 이것이 티비에 나오는 오락게임과는 다른 것임을,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임을 잊으면 안될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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