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가 지금껏 들은 가장 슬픈 이야기다. 20세기의 아주 유명한 소설 가운데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이 있다. 엉망진창인 자신들의 삶에 대해, 특히 불행한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종종 그 문장이 떠오른다.
- P44

영화 속 인물들이 드러내는 것은 끝 모를 고독과 슬픔과 자신에 대한 회의였다. 다들 절절하게 사랑을 갈구하는 듯했다. 지금껏 찾지 못한 사랑이나 당장이라도 잃어버릴까 염려하는 사랑, 영화 속 인물들은 다들 나이도 다르고 출신 배경도 다르지만 두 가지 아주 중요한 점을 공유한다. 종교와 국적이다. 종교를 가진 다른 사람들, 오스트리아인이 아니고 가톨릭 신도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하면 어떻게 될까? 같은 결과가 나올까? 그럴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기도를 들으면서, 나는 인간 조건을 목격하는 느낌이었다.
기도란 무엇인가. 신은 과연 듣고 있기나 한가, 감독은 관객/훔쳐보는 자가 이 두 질문을 곱씹기를 바랐다. 극장을 나서는내 머릿속엔 잘 알려진 고무적 격언이 떠올랐다.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흔히 플라톤의 말이라고들 한다.
그 다큐멘터리를 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영화감독 존워터스의 라디오 인터뷰를 듣게 되었다. 영화를 몇 편 추천해달라는 말에 그는 곧바로 예수님, 당신은 아십니다>를 꼽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했다. (당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 그 사람들을 보면 돌아버릴 것 같아요. 존워터스가 말했다. 그리고 그 영화가 확실히 보여주는 사실은, 만약 절대적 존재가 정말로 있어서 사람들의 기도를 내내 듣고 있어야 한다면 그는 정신이 나가버릴 거라는 거죠.

- P59

너무 겁먹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 냉정을 유지하려고 애를쓴다고, 발버둥 치고 고함을 지르며 세상을 뜨기는 싫어. 아, 안돼, 왜 나야! 왜 나냐고 울분을 터뜨리며 비난하고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그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있어? 공포로 반쯤 정신이 나가서 말이야.
하지만 오해하지 마. 친구가 말했다. 난 금욕주의자가 아니야. 극심한 고통을 겪어내고 싶은 마음은 없어. 내가 너무 무서운 게 바로 고통이야. 고통이 가장 겁이 나. 고통에 시달리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 생각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런 고통에 시달릴 때면, 그저 필사적인 동물이나 매한가지야. 생각할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뿐이지.
늙고 쇠약해진 게 아니잖아. 나는 평생 내 건강을 잘 챙겨왔는데, 그렇게 열심히 건강을 챙기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식을 먹어온 탓에 오히려 상황이 더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이들어, 의사 말이 심장이 아주 튼튼하대. 그게 내 몸이 계속 싸워나갈 거라는 말이 아니면 뭐겠어? 숨이 끊길 때까지 내가 시달리고 또 시달리게 될 거라는 뜻이지.
- P87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Ouel est ton tourment?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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