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 - 그동안 몰랐던 서양미술사의 숨겨진 이야기 20가지
허나영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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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서인지 갑자기 '착한' 이라는 말에 반감이 생기고 있다. 저자는 어떤 의미에서 착하다는 표현을 썼을까.

"서양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씨실로 그 사이에 감춰졌던 조명 밖 이야기를 날실로 엮어낸 '처음 만나는' 미술사 수업"이라는 말 속에 착함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은 해 보지만 사실 굳이 착하다는 표현이 필요할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하니 괜히 딴소리를 해보는 것일뿐이고 실상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내게 있어 착하다는 의미는 그것으로 퉁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만큼.


고대 신화의 이야기에서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서양미술사의 큰 흐름속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나 포인트가 되는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동안 미술 관련 책을 읽었던 지식이 축적되어 그런지 낯선 작품과 낯선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뭔지 모르게 약간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하는 설명이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도 이미 언급이 되고 있었던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겠지만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이나 젠틸레스키의 작품은 예전에 느꼈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함을 느끼게 된 것은 사실이다. 엘 그레코의 그림은 종교화로서의 관심만 갖고 있었는데 성모무염시태 그림에서 착시효과를 극대화해서 성모마리아의 얼굴을 작게 그리고 몸체를 더 크게 그렸다는 설명을 읽으며 작품의 실제 크기를 가늠하며 그림을 올려본다고 생각하니 그레코의 그림이 또한 다르게 보인다.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 담겨있는 그림에 대한 설명에 더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또 다른 시선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 화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고, 그림 안에는 어느 것 하나 아무 의미없이 그려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림을 샅샅이 살펴보는 것이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그림보기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서양미술사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안에서 '비틀어보기'를 권하고 있는 느낌이 좋았다. 미술사와 화가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삶의 모습이 그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지금까지 그림에 대한 해석에 더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해준다고 할까, 그런 것들이 내게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포인트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이나 화가, 그림들 역시 낯설지 않고 익숙한 것들이어서 그런지 책은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힌다. 미술사에 대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솔직히 어렵기만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보다는 이 책이 훨씬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은 전시관에서 대학생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려 찾아가봤다. 관계자말고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듯 해 며칠을 망설이다가 전시 마지막 날이라 용기를 내 들어가봤는데 가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마음에 훅 치고 들어오는 작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의 풍자나 은유가 담겨있는 작품들을 보고 있으려니 현대미술의 다양함과 화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는 것을 날것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미술사의 한 획이 그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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